청년 공무원의 통장, 고정 지출 제외하면 ‘0원’

공무원노조 “청년 공무원 현실 무시하는 정부의 ‘반 공무원 정책 비판’”

청년 공무원 노동자들이 정부의 공무원 보수와 인력 감축 계획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올해 기준 190만 원에 불과한 9급 공무원 1호봉 월 실수령액에서 고정 지출을 제외하면 통장 잔고는 ‘0원’이라며 열악한 임금 실태를 지적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2030청년위원회(노조)는 8일 오전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청년 공무원들의 현실을 무시한 채 ‘반 공무원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올해 9급 공무원 1호봉 월 기본급은 168만 원 정도다. 이날 노조는 9급 공무원 노동자의 올해 6월분 보수지급명세서를 공개했다. 이 노동자의 월 세전 급여는 시간외근무수당(30만2280원) 등 각종 수당을 포함해 235만3780원이다. 그러나 기여금, 세금 등을 공제하면, 실수령액은 194만여 원에 불과했다.

  9급 공무원 노동자의 올해 6월 보수지급명세서 [출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2030청년위원회]

김거성 서울시청지부 2030청년위원장은 “서울시청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어떻게 5년 만에 공무원 직업이 쓰레기가 될 수 있죠’라는 게시글의 조회수는 10,189회를 넘어섰고, 댓글이 104개나 달렸다”면서 “공무원이 되면 미래가 보장된다는 옆집 선배의 사탕발림에 속아 3년을 죽자 살자 공부해서 합격했다. 그리고 집안의 큰 경사라고 좋아하시는 부모님께 9급 1호봉 급여가 168만 원이라고 차마 말을 못 했다”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노조는 “청년 공무원들은 ‘K방역의 영웅’이라는 허울 속에 쏟아지는 업무로 월 100시간이 넘는 극한의 초과근무를 하면서, 병들고 과로사하고 안타까운 선택까지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퇴직한 공무원 4만4천 명 중 임용 5년 차 이하 신규공무원은 25%(약 1만 명)를 차지하고 있다. 또 지난 5년간 공무상 사망자 341명 중 113명이 과로사했으며, 3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여 명의 노조 소속 청년 공무원들이 기자회견에 참여한 가운데, 김재현 공무원노조 2030청년위원장은 “청년 공무원이 업무 과중과 인력 부족으로 고통받고 수많은 목숨을 끊고 과로사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사실상 1%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고 이것은 임금 삭감과 똑같다. 심지어 10% 인력 감축을 얘기하고 있다. 더 이상 청년 공무원들이 죽는 상황을 지켜볼 수 없어서 청년 공무원들이 나섰다”라고 말했다.

박대준 법원본부 2030청년위원장도 “코로나19, 막대한 업무량, 악성 민원 등으로 공직에 들어온 청년 공무원들이 자살, 과로사로 공직을 떠나가고 있다”라며 “그런데 정부가 고생하며 일해 온 청년 공무원들의 월급까지 사실상 삭감하고 인력을 감축한다니, 현실이 참담하고 암울할 뿐”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공무원 임금 인상률이 2021년 0.9%, 2022년 1.4%로 올랐는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임금은 4.7% 삭감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올해 물가가 7% 이상 올랐기 때문에 내년 공무원 임금을 7.4%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요구다. 이와 함께 이날 노조는 정부에 △인력 감축 중단·공공행정인력 확충 △반 공무원 정책 중단 등을 촉구했다.

끝으로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9급 공무원 월급 통장 사망 추모제’ 퍼포먼스를 통해 9급 공무원의 월급 통장에서 식비, 교통비, 월세, 공과금, 생활비, 통신비 등을 지출하고 나면 잔고가 0원이 되는 상황을 전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오는 10일 양대 공무원노조는 조합원 2천여 명을 모아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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