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시대, 처벌이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코로나19 특별기획]




운이 좋았다. 코로나19가 여전한 지금까지도 나는 아직 감염되지 않았다. 남들과 달리 철저한 방역 생활을 한 것은 아니다. 다만 매일 대중교통으로 출근하거나, 점심시간에 주변 직장인들과 북적이며 식사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지 모른다. 이제 비확진자에게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할 정도로 감염 경험이 있는 사람이 훨씬 많아졌다.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도 적어진 것 같다.

지난 4월부터 코로나19는 제1급에서 제2급 감염병이 됐다. 치료 및 격리 의무는 유지하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는 해제됐다. 사실상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 말고는 생활의 제약이 거의 없어졌다. 그런데 7월이 되자 주변 사람들이 확진됐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왔다. 지난 7월 20일, 중앙사고수습본부는 BA.5 변이가 확산하고 있어 여름철 재유행에 대비해 임시선별검사소 설치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참여형 거리두기’라는 자발적 거리두기 실천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판하며 ‘과학 방역’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최대 28만 명 수준으로 예상되는 재유행 국면에서 자발적 거리두기가 어떤 ‘과학’의 근거인지 설명은 없으나, 백신접종과 위중증 환자 발생률, 경제적 영향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으리라 믿어본다. 그런데 시민의 자율적 실천이 중심이 되려면, 정부는 실천 가능한 조건을 점검하고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아프면 쉴 수 있고, 재택근무가 가능하고, 적절한 주거가 보장되는 등의 경제적·사회적 조건과 더불어 시민들 사이의 신뢰도 중요하다. 하지만 과연 ‘과학 방역’에 이런 조건들이 포함될까?

거짓말쟁이와 이탈자

7월 22일 신규 확진자는 6만 8309명이다. 1년 전인 22일 신규 확진자는 1,630명이었고, 당시 거리두기는 4단계였다. 변했기에 거리두기 조치없이 코로나19와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제 안전을 위협한다고 의심받는 사람이 없어질까?

오미크론 확산으로 올해 2월부터 역학조사는 ‘자기기입식 조사서’ 작성으로 대체됐다. 밀접 접촉자도 예방접종 완료자는 격리하지 않고 수동 감시로 변경됐다. 환자가 폭증하자 업무 과부하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추적과 격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의미 없는 상황이 됐다. 변화된 역학조사가 감염경로, 접촉자 추적 등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기억의 한계뿐만 아니라 의도적으로 사실을 숨길 수 있다는 것이다. 확진자가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의심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우리 사회에 공기처럼 떠다니고 있다. 거짓말에 많은 사람이 분노한 사건이 있었다.

2020년 5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당시, 동선을 숨긴 것이 드러난 인천의 학원 강사는 ‘거짓말쟁이’로 불리며 지탄받았다. 심지어 쿠팡은 회사가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부천 물류센터의 집단감염이 그의 거짓말 때문이라는 핑계를 댔다. 당시는 ‘게이 클럽’이라는 언론 기사와 함께 사람들의 분노가 성소수자를 향하던 때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너무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결국 말할 수 없음은 거짓말이 됐고, 그는 징역 6개월의 처벌을 받았다.


판사는 그가 “성적 지향 내지 성 정체성이 공개되는 것이 두려워”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참작한다면서도,“사회적•경제적 큰 손실이 발생했고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겪어야만 했던 공포심과 두려움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에게 ‘공포심과 두려움’의 죄를 물을 때, 자신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는 사람들이 겪는 공포와 두려움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거짓말은 법적, 사회적으로 처벌받았지만, 침묵해야 안전할 수 있게 만든 혐오는 지금도 여전하다.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은 확진자를 환자로 보지 않고 위험한 존재, 그래서 통제와 (사회적 또는 법적) 처벌이 당연한 존재로 만들었다. 두려움이 만들어 낸 의심과 비난은 당연한 감정일까?

‘자기기입식 조사서’로 전환되면서 자가격리 앱도 폐지됐다. 2020년 3월부터 운영해온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은 위치정보시스템(GPS)을 활용해 격리장소에서 이탈하면 격리자와 관리자 앱에서 경보음이 울린다. 코로나19 증상 유무를 자가 진단해 체크하는 기능도 있지만, 이 앱의 목적은 감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왜냐면 방역 당국은 관리체계를 강화한다며 앱의 감시기능을 개선했고 때때로 불시 점검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탈이 발생하니 ‘안심밴드’도 도입했다. 정부는 격리 지침을 위반하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선포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정부와 수사기관은 언론을 통해 지속해서 엄중 처벌 방침을 밝혔다. 구속수사 원칙, 징역형, 법정 최고형 등을 언급하며 감염병예방법 위반행위가 중대 범죄임을 강조했다.

이탈자는 바이러스와 함께 우리를 위험에 빠트렸을까? 이탈자들은 누구이고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발생 초기부터 지금까지 정부 공식통계가 확인되지 않아 지난해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처벌된 형사 확정판결 566건(2020년 2월~2021년 6월)을 전수조사한 연구로 추측해본다. 566건 중 벌금형은 439건, 징역형은 126건이었다. 피고인 수는 591명이었는데 68%가 자가격리 위반이었다. 대부분 음성 판정받은 감염병 의심자였다. 그리고 대다수 사례에서 추가 감염은 없었다.


이들 중 소수는 부주의하게 이탈한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거주지가 없거나 생계 활동과 가족 돌봄 때문에, 또는 병원 진료나 사고 같은 부득이한 경우였다. 법원은 이들에게 ‘전 국가적 노력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행위’를 했다며 처벌했다. 이탈자는 범죄자이자 도덕적 일탈자가 됐다. 이들을 처벌해서 얻는 것이 무엇일까? 처벌이 어느 정도 규칙을 강제할 순 있다. 하지만 이 많은 시민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만이 최선이었을까? 정부의 관리 강화가 자가격리 위반율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자가격리 위반이 심각하게 문제 될 수준이 아니었으며 이런 강화 조치가 자가격리 위반을 막기보다는 불필요한 규제에 가까웠다는 결론이었다.2

신뢰가 우리를 안전하게 하리라

이제는 거리두기 지침도 없고 추적과 감시도 없다. 이런 조치가 없다고 불안해하지는 않는 것 같다. 우리는 전보다 서로를 신뢰하게 된 것일까? 1년 전 설문에서 시민들은 정부의 처벌(24.4%)보다는 스스로 방역 수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것(78.1%)과 우리 사회를 위한 공동체 의식(65.2%)이 중요하다고 답했다.3 이제 ‘코로나 범죄자’를 만들었던 우리의 실패에 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범죄자가 됐던 그들은 이 경험을 어떻게 삶에 새기며 살고 있을까? 서로를 불신하고 감시하게 했던 정부와 언론,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삶을 살피지 못한 채 죄인으로 만들었던 것에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삶은 연결돼 있어 감염병 역시 연쇄적인 관계일 수밖에 없다. 이 연쇄 고리에 의심과 처벌이 새겨져 있었다면 앞으로는 신뢰와 돌봄의 연쇄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감염병의 범죄화는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오롯이 개인에게 전가하고, 각 개인이 처해 있는 사회구조적인 조건을 가린다. 무엇보다 환자의 권리도 보호받지 못하고 낙인을 만들어 내 공동체를 파괴한다. 윤 정부의 ‘자발적 실천’이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방향으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 최근 대통령이 ‘불법’과 ‘엄정 대응’을 반복해서 불안한 마음이지만, 부디 전 정부와 다른 방역을 추구하겠다면 수사기관 같은 방역 조치부터 평가하길 권한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수사 그 이상의 일이다.

[각주]

1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코로나19와 인권 연구모임, 〈코로나19와 범죄화: 코로나19 관련 사법처리 현황과 문제점〉 연구보고서, 2021.7
연구보고서와 관련 토론회 자료 링크 http://minbyun.or.kr/?p=49761
2 동아사이언스, “코로나19 자가격리 위반 '처벌강화' 불필요한 규제였다” 국내 연구팀 효과 분석, 2020.12.14
3 질병관리청, “대부분의 국민은 처벌보다는 스스로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 질병관리청 보도자료, 2021.5.5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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