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위법 논란에도 강경 대응 부추기는 보수언론

보수언론, 노조·시민 양분…노동계 “정부의 강경 대응, 정권 취약성 넘기 위한 수단”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보수언론들이 노조와 시민을 양분하는 모습을 또다시 보이고 있다. 심지어 “국가가 협상 수완을 발휘하는 당사자가 아니라 공권력의 삼엄함을 드러내는 심판자”라며 파업 노동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가감 없이 내뱉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파업 참여자에게 법적 처벌에 대한 압박을 넣는 것은 국제법상 결사의 자유 원칙을 위반하는 행위다.

김광일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2일 자 조선일보 칼럼 코너에 노조의 불법적 쟁의를 국가가 방관해왔다고 썼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불법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불법 쟁의는 ‘얻을 게 없는’ 정도가 아니라 서민과 약자의 생업까지 집단적으로 파괴”한다고 시작한 글은 노동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어졌다.

또한 “국가는 노조원과 비노조원을 양분하는 게 아니다. 준법 시민과 탈법 집단을 구분할 뿐이다. 국민은 법 테두리 안에서만 무한대로 자유롭다. 그를 보장하려고 공권력이 존재한다. 공권력은 국민이 국가에 위탁한 최상위 강제 수단이다. 제복으로 상징되고 진압 장비를 휴대한다”라며 “이때 국가는 최후통첩 권한과 업무 명령권과 면허 취소권을 갖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협상하지 않는다. 국가는 처벌한다. 기간(基幹)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테러적 행위’에는 언제든 같다”면서 “국가는 협상 수완을 발휘하는 당자가 아니라 공권력의 삼엄함을 드러내는 심판자”라고 했다.

이미 정부가 유례없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것에 대해 헌법과 국제법 등을 위반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더욱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다. 업무개시명령의 문제를 포함해 현재 화물연대 파업 장소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행위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루완 수바싱게 국제운수노련(ITF) 법률국장(변호사)은 지난 1일 업무개시명령의 문제점과 관련한 토론회에서 “현재 파업 집회를 하는 (화물) 노동자들 주위에 공권력이 많이 투입되고 있다. 물리적인 폭력의 가능성, 법적 처벌에 대한 협박 역시 결사의 자유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며 “시민의 자유와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결사의 자유가 완전하게 행사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수바싱게 국장은 “반복되는 정부의 반노조, 반파업 입장 표명은 정부가 ILO(국제노동기구) 협약 제87호 제11조를 효과적으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단결권 행사를 지원하는 환경을 조성할 정부의 역할은 신성불가침의 역할이다. 정부의 부정적인 입장 표명은 권리 행사를 지원하는 환경 조성에 배치된다”라고도 했다. 해당 조항은 노동자가 단결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합리적인 조치 모두를 취해야 하는 비준 국가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ILO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을 비준했고,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고 있다.

  지난 1일 공공운수노조가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국가책임 강화! 국민안전 실현! 당신의 안전과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공운수노조 대정부 공동파업-총력투쟁 대회'를 열었다. 대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이 업무개시명령 즉각 철회, 노조 혐오 중단 등의 요구가 담긴 항의서한을 대통령실에 전달하려는 중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아울러 조선일보는 이날 <시멘트 출하 2배 늘고 컨테이너 운송 64% 회복…화물파업 약화 조짐> 기사에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 이후 화물연대 비(非)조합원 기사들은 물론, 일부 화물연대 소속 기사들도 차를 끌고 나와 운행을 하면서 핵심 품목의 물동량이 점차 살아나는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라고 했다. 앞선 칼럼에서 국가는 노조원과 비노조원을 양분하는 것이 아니라고 썼지만, 사실은 다르다. 현재의 파업을 포함한 올해 화물연대의 두 차례 파업에서는 비조합원들의 파업에 함께했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화물연대의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요구에 대한 비조합원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물류 대란이라는 파업 효과를 발휘했으나, 정부는 이를 약화시키고자 업무개시명령을 통해 이들을 갈라쳤다. 비조합원들이 상대적으로 업무개시명령서와 화주·운수사업자 등 자본의 압박에 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가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가르고 있다는 것이 화물연대의 지적이다.

한편 중앙일보는 이날 <정부 “민노총, 서민 테러”…철강·컨테이너 업무명령도 검토> 기사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화물연대가 영구화를 요구한 안전운임제를 이참에 폐기할 수 있다는 카드까지 내비쳤다”라며 “이 같은 윤석열 정부의 강경 대응은 ‘정권 퇴진 운동을 위한 정치 파업에는 굴복 않겠다’(대통령실 핵심 참모)는 원칙을 세운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라고 썼다.

화물연대가 정치 파업을 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노동계는 오히려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윤석열 정부의지지 세력 결집을 위한 심판대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윤 정부가 여론 반전을 위한 목적으로 화물연대 파업에 강경 대응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민주노총이 화물연대 투쟁을 총노동 차원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할 핵심 투쟁 전선이라며 조직적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도 윤석열 정부가 후보 시절부터 정부의 취약성을 넘기 위한 수단으로 ‘노동 개악’을 ‘노동 개혁’으로 빙자해 추진하는 가운데 민주노총을 고립하고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이 이를 전면화하는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민주노총은 오는 3일 기존 서울 집중 방식이었던 전국노동자대회를 화물연대 주요 거점 중 하나인 부산신항에서도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은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인근에서 진행하며, 대회는 모두 오후 2시에 동시 개최될 예정이다. 대회 의제도 △노동개악 저지 △노조법 2·3조 개정 △민영화 중단 등에서 ‘화물노동자 총파업 승리’ 기조가 더해졌다. 같은 달 6일에는 '화물총파업 투쟁 승리! 윤석열정부 노동탄압 분쇄! 전국동시다발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대회'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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