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기각에 부쳐

고통받는 노동자 민중의 요구 외면시 제2의 탄핵 피하기 어려울 것

오늘 오전 10시27분,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을 기각한다고 선고했다. 헌재는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성 등을 위반하기는 했지만, 대통령의 법 위반 행위가 헌법적으로 중대하거나, 국민의 신임을 저버렸다고 볼 수 없는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 이로써 노무현 대통령은 약 두 달의 공백을 마무리하고 대통령직에 복귀하게 되었다.

전경련은 탄핵기각 결정 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국정이 안정될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경총 역시 "대통령께서는 기업투자 활성화 및 노사관계 안정이 경제회생에 가장 중요한 만큼 이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국정을 운영해 주기를 당부드린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지난 3월 12일 한-민-련 공조로 이루어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은 삽시간에 전 국민적 사안으로 떠올랐다.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개혁세력은 탄핵무효, 민주수호를 주장하며 연일 촛불시위를 전개하였다. 한-민-련의 바램과 달리 노무현 대통령 탄핵은 개혁세력의 결집으로 이어졌고, 4.15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승리에 기여한 결과를 낳았다. 개혁세력은 총선 승리와 헌재의 탄핵 기각으로 향후 국정 운영에 날개를 달게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은 지배세력들이 대립한 데 따른 것으로, 개혁세력의 동의와 결집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노동자 민중에 있어 적대적인 정책을 펼쳐온 노무현정권이 탄핵 당하지 않아야 할 이유는 없었다. 노무현정권은 집시법을 개악하여 민중의 입과 귀를 막고, 테러방지법을 제정하여 국가정보원의 권한을 강화하고, 이라크 파병으로 명분없는 전쟁 동참을 주도하였고, 노동법을 개악하여 노동자의 기본권을 유린해왔고,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여 농민의 삶을 파탄으로 몰아갔고, 초국적 자본과 놀아나는 금융정책으로 수백만의 금융파산자를 양산시켰다. 이 사례들은 사회 현상의 단순한 나열이 아니다. 이로 인해 노동자 민중이 받은 고통은 계량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이다. 노무현정권이 팔을 걷어부치고 추진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절대 다수 구성원들의 삶의 기반을 위협하였고, 많은 사람들을 사지로 내몰아왔기 때문이다.

노동자 민중은 오늘 헌재의 탄핵 기각 자체에 주목할 이유가 없다. 헌재의 탄핵 기각 결정은 환영할 일도, 반대할 일도 아니다. 그것은 이미 지배세력 내부에서 예고된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탄핵 기각으로 노무현정권은 향후 국정 방향과 업무 추진에 박차를 가할 것이고, 예상컨데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정책들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다. 탄핵 기각 결정과 동시에 발표된 전경련, 경총의 논평에서 끊임없는 이윤 추구와 효율 극대화와 경쟁체제를 강요하는 자본의 추악한 바램과 의지가 확인되고 있다. 노무현정권과 열린우리당의 태도로 미루어, 이러한 자본의 요구는 수용할 것이고, 이로 인해 고통받는 노동자 민중의 요구는 외면할 것이다. 이럴 경우 차제에 노무현정권은 보수세력에 의한 탄핵이 아니라 민중의 저항에 의한 제2의 탄핵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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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꼭두각시

    글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