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613, 자본에 저항하는 아시아 민중의 함성을

6월 13-14일,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경제정상회의'가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다. 민중운동 진영은 지난 5월 24일 '-반대공동행동조직위원회'를 결성하고, 12일 전야제, 13일 집회와 행진, 14-15일 아시아민중사회운동회의 개최 등 본격적인 대응을 준비해왔다. 두 회의의 격돌을 앞둔 시점, 행사 반대 준비에 공들이는 민중의 모습에서 미래를 밝혀줄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게 된다.

세계화에 반대하는 세계 민중들의 목소리는 단일하다. 인종과 지역에 구속되지 않는 한 목소리, 한 몸짓을 이루고 있다. 오늘날 세계화는 인류가 추구해야 할 최소한의 문제들, 그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가치를 배격한다. 때문에 지역, 국가, 민족 할 것 없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민중의 모든 반세계화 저항은 정당하다. 동아시아경제정상회의는 인류가 추구해야할 최소한의 가치,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의제를 단 하나도 다루지 않는다. 때문에 반전, 반세계화, 반WTO, 반FTA를 외치는 아시아 민중의 행동, 그것은 지극히 정당하고 상식적인 행동이다.

오늘날 세계화의 뚜렷한 특징, 그 첫 번째는 전쟁이다. 세계화의 기수를 자처하는 제국주의 국가들은 밤낮없이 전쟁에 몰두한다. 전쟁의 빈도는 냉전 이후 오히려 늘어났고, 그 강도는 갈수록 파괴적이고 극단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유고슬라비아, 아프카니스탄, 팔레스타인, 이라크 침략 등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진 전쟁은 하나같이 제국주의 국가의 지원과 직접적인 개입에 따른 것이다. 전쟁을 일으킨 이유? 그것은 열이면 열 거짓과 왜곡으로 판명되었다. 아부 그라이브의 침략군의 얼굴에서 오늘날 제국주의 전쟁의 성격이 무엇인가가 똑똑히 확인되었다. 냉전 이후 전쟁이 더욱 빈발하는 이유, 중단될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제2, 제3의 이라크 전쟁이 예고되는 이유, 그것은 오늘날 전쟁을 통하지 않고서는 스스로 지탱하기 어려운 제국주의의 위기의 상태를 역설하는 것이다. "고문, 테러, 팔레스타인의 가옥파괴뿐 아니라 이라크에서의 성적 모욕은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혁명적인 민중의 집단적 힘만이 범죄자들을 재판정에 세울 것입니다."라는 제임스 페트라스의 메시지는 뭉클한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세계화의 뚜렷한 특징, 그 두 번째는 무한 착취이다. 도하개발아젠다 채택 이후 세계 각 국의 협상자들이 보여준 모습, 그것은 지구촌 무한착취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세계를 지배하는 그들 스스로 결정했던 다자간협상조차 세계적 규모의 자본의 위기를 해결할 방안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숨통이 막힌 초국적자본은 자유무역협정과 지역단일경제권 형성으로 돌파구를 찾아보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은 경직되고 경쟁은 격화될 따름이다. 무한 착취의 세계화가 도달하고 있는 미래, 그 암담함이 피부로 느껴지는 시기이다.

동아시아경제장관회의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초국적자본의 CEO들, 무역기구의 대표들, 은행과 금융자본가들, 경제 외무 통신 관련 장관들, 자본엘리트 인사들, 그들은 모여서 어떤 언어를 쓰고, 어떤 말을 쏟아놓을 터인가. 아시아 차세대 리더 명단을 발표하고,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채택하고, 동북아포럼과 아시아전략포럼 행사를 갖는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실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딴 판이다. '아시아전략원탁회의'라는 부제 아래 WTO, FTA 추진, 아웃소싱, 동북아 안보, 사유화, 금융화 등 오직 자본의 관심꺼리만 담고 있을 뿐이다. 오늘날 자본의 세계화로 인해 빚어진 문제에 대해 어떠한 반성도, 고민도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보잉, 나이키, 네슬레, IBM, 파이저 등 이번 행사를 지원하는 기업들, 동아시아경제장관회의를 후원하는 이들 다국적, 초국적자본의 관심이란 건 또 어디에 쏠려있겠는가.

자본엘리트들이 신라호텔의 안락한 공간에서 회의를 하는 동안 민중운동 진영은 동국대에서, 대학로에서, 담장 밖에서 반대 시위를 펼친다. WTO 서비스협정과 아시아지역 자유무역협정 대응, 식량주권, 비정규직노동자, 이주노동자, 21세기 사회주의, 반전 반부시 투쟁, 아시아 반전평화 운동 전망, 페미니스트의 대화, 물 사유화 대응, 국립대민영화 문제, 빈곤과 홈리스 등을 토론한다. 자본이 저질러놓은 문제들, 저지르고 수습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민중이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노무현정권은 이 자리를 빌어 해외자본 유치를 위한 치열한 로비를 펼칠 것이다. 세계화 흐름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직면한 문제들 - 줄어들지 않는 실업, 빈곤의 극대화, 만성적인 경제위기, 노동유연화에 따른 사회 위기의 심화로부터 출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외자유치를 유일한 해결방책으로 삼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셈이다. 병은 깊어가고 치러야 할 댓가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한 편에는 전쟁과 무한 착취를 특징으로 하는 세계화 추동 세력들이 있고, 맞은 한 편에는 평화와 인권, 보편적인 가치 실현을 호소하는 민중이 있다. 지금 신라호텔 담장을 둘러싸고 예의 흐르는 긴장, 그것은 오늘날 자본의 지구화에 반대하는 아시아 민중의 거센 저항의 숨결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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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계화 , 세계경제포럼 , wef , 동아시아경제장관회의 , 아시아민중사회운동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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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꼭두각시

    이솝우화에 "두루미와 여우"이야기가 있습니다...결론은 두루미는 뾰족한 그릇에, 여우는 평평한 그릇에 담아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세계화가 필요한 정책은 세계화를,개별화가 필요한 정책은 개별화로 운영되어야 마땅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