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노무현정권 종신파견제 강행한다

지난 10일 노무현정권은 노동부의 입을 빌려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안(개정파견법)과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정안(제정기간제법)을 확정, 입법 예고 등을 거쳐 올 정기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9월 8일 총리주재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를 개최하여 개정파견법과 제정기간제법을 확정한 바 있다. 가깝게는 지난 달 20일부터 가동된 노사정대타협을 위한 당-정-청 협의체의 기민한 움직임에서도 이미 감지되었던 내용이다. 그런만큼 호들갑 떨 일이 아니며, 차분하면서도 주도면밀한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

노무현정권이 입법 예고한 개정파견법은 △현행 26개로 되어있는 파견 허용 업무 전면 자유화 △현행 2년으로 되어 있는 파견허용 기간 3년으로 연장 △파견사용기간에 제한받지 않는 경우 신설 △파견기간 초과시 직접고용간주조항을 사용자의 의무조항으로 약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제정기간제법은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간제 고용 사용(법안 제4조 제1항) △사업 완료 또는 특정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거나 근로자가 학업·직업훈련 이수 등으로 결원이 발생한 경우 △고령자(55세 이상)나 중고령자(50세 이상) 사용의 경우 △전문적 지시·기술의 활용이 필요하거나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으로 일자리가 제공된 경우 △기타 이에 준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대통령령으로 정한 경우, 3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고용을 사용할 수 있도록(법안 제4조 제3항) 하고 있다.

개정파견법과 제정기간제법 입법 내용은 정리해고제에 버금가는 위험하고 심각한 법안이 아닐 수 없다. 노동자에 있어 사실상 제2의 정리해고제를 추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날 정리해고제가 수많은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가고, 생존 위협과 인권 유린의 수단이 되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 법이 통과될 시 미칠 영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개정파견법은 건설공사현장 업무나 선원 업무 등 소수 금지업종을 제외하고 모든 업무에 파견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파견 업무의 완전 자유화를 노리고 있다. 개정파견법에 따르면 사내하청 불법파견도 모두 합법화된다.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만 6개월이라는 기간 제한을 받을 뿐이고, '직접생산공정'을 제외한 간접공정과 지원부서는 3년까지 파견제를 허용하게 된다. 사내하청노동자에 대한 전환배치 및 구조조정으로 제조업 전반의 파견제가 확산되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파견기간 연장은 자본이 상시적 업무에 파견노동자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해준다. 더군다나 3년 연장이 고용기간 연장의 의미가 아니라 파견계약 기간을 사용자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파견 노동자 사용에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는다. 3년간 파견노동자 사용 후 3개월의 휴지기간을 가진 후 다시 3년간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명분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3년간 파견노동자를 사용하고 3개월간 계약직으로 전환했다가 다시 3년간 파견노동자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결국 종신파견제를 뜻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개정파견법과 함께 제정기간제법의 문제도 심각하다. 법안 제4조 제2항의 "사용자가 3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정당한 이유없이 근로계약기간의 만료만을 이유로 당해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킬 수 없다"는 내용은 함부로 해고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3년을 초과하여 계속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하다가 그 이후 재계약을 거부하는 경우, 이 때 재계약 거부의 정당성 여부를 법적으로 다툴 수 있다는 것인데, 지금까지 정규직에 비해 사용자측의 정당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법원 판결 경향이 바뀌지 않는 한 무망한 말일 뿐이다. 오히려 파견노동자와 마찬가지로 3년마다 기간제 노동자를 교체하는 일이 마구 벌어질 것이다.

이처럼 제정기간제법이 기간제 고용을 무제한적으로 열어주고 있는데, 법안 제4조 제3항의 예외 사유는 대통령령을 통해 계속 확대할 수 있다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기간제한 예외사유가 3년을 초과하여 허용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인데,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이 3년을 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은 모든 업무에서 상시고용을 대체하여 기간제고용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보장한다는 말이다.

보수언론은 개정파견법과 제정기간제법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금지를 도입하였다고 칭송할 뿐 아니라 사용자 부담이 커졌다는 내용의 사설과 논평을 내놓았다. 앞으로는 기간제 근로자를 3년마다 교체하거나, 아니면 정규직처럼 고용을 보장해야 하므로 노동유연화를 거꾸로 돌리는 내용이라는 주장이다. 앞서 본 것처럼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다. 3년마다 3개월씩 공백이 생긴다는 이야기도 거짓말이다. 사용자 벌칙 조항을 강조하며 사용자 부담을 말하는데, 벌칙 내용은 자본이 노동유연화로 얻는 대가에 비하면 비교조차 안 되는 규모이다.

자본과 노무현정권은 한시도 노동유연화 시도를 중단한 적이 없었다. 작년 글로벌스탠더드와 기업하기 좋은 나라 추진에서부터 경제특구법 시행과 노사관계로드맵 제시로, 올해는 한-일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노동유연화 구상과 기업도시 추진 등, 모든 정책에서 노동유연화 공세를 펼쳐왔다. 자본과 노무현정권은 비정규직 문제를 두고 한편으로는 정규직 노동자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보호되어야 할 대상이라며 차별 구조의 고착화를 꾀해왔다.

여기에 개정파견볍과 제정기간제법의 입법화는 자본이 그토록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법과 제도로서의 노동유연화의 완성을 의미한다. 지금 노동운동의 비상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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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 파견제 , 노동유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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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꼭두각시

    글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