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파병연장안 포기하고 즉각 철군을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12일 관훈토론에서 "약속대로 연장동의안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천정배 원내대표도 지난달 30일 폴 울포이츠 미 국방부 부장관을 만나 "이라크 파병 목적 달성을 위해 연장을 적극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도 지난 달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과 만남을 갖고 "주한미군 감축 시기를 연기하는 데 합의한 만큼 이제 우리측에서 '성의'를 표시해야 한다"며 파병연장을 주장했다.

국방부는 지난 14일 군무회의를 열고 올해 말로 끝나는 이라크 파병 시한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국방부의 관계자는 "자이툰 부대는 파병 찬반논란 때문에 출국이 늦어지다가 이달 초순에야 겨우 아르빌에 도착했기 때문에 본격적인 평화·재건지원 임무 수행을 위해서는 파병시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무현정권은 거꾸로 가는 시계를 돌려놓을 생각조차 안 하고 있다. 스페인, 온두라스, 도미니카, 필리핀, 태국, 뉴질랜드 등 파병국들은 이미 철군을 완료했다. 폴란드와 이탈리아도 내년에 철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노무현정권이 말하는 국제사회의 대부분은 이라크에서 발을 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언급하며 파병연장안을 만지작거린다는 것은 실로 코미디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주 미국의 한 단체인 싱크탱크(IPS)는 '실패한 과도기'라는 제목의 이라크 전쟁 관련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과도기 이후 미군 사상자는 무려 30%나 증가했고, 미국 정부는 이라크 전쟁에 한 달 평균 50억 달러, 한국 돈 약 6조 원을 쏟아 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 제국주의가 전쟁에 쏟아 붓는 돈은 크면 클수록 미국의 군산자본과 그와 결탁한 지배계급의 이익에 정확히 부합한다.

6월 28일 과도정부 수립 이후 한 달 평균 747명의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라크는 시민만 2003년 3월 20일 이후 12,800∼14,843명이 2003년 5월 1일 이후에는 24,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라크 민중은 높은 실업률과 물과 음식, 생필품 부족으로 전쟁 기아를 겪고 있으며, 전쟁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 펜타곤의 보고에 따르면 이라크인의 무장 저항의 수치가 2003년 11월에서부터 2004년 9월 초반까지 5,000건에서 20,000건으로 네 배가 증가했다. 이라크 연합군 부사령관인 앤드류 그래엄은 9월초 Time지에서 이라크 저항세력의 규모가 40,000에서 50,000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이라크 주권 이양 이후 이라크 저항세력의 지속적인 저항에 미국 등 침략군이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상황은 명약하다. 미국은 전쟁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고, 이라크 민중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다. 동시에 이라크 저항세력의 저항도 확대되고 있으며, 아마도 그들은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정권은 앞장서서 파병을 강행했고, 이라크 민중의 반발을 사고 있으며, 저항세력의 공격이 예고되자 테러 위협을 들어 테러방지법 추진 등 사후 대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지하듯 이것은 어떤 대비책도 되지 못한다. 모든 사태를 원점으로 돌려놓지 않는다면 노무현정권은 끝내 비극을 피해가지 못할 것이다.

25일로 예정된 파월 미 국무장관의 방한에서는 6자회담 재개 방안, 주한미군 재조정, 자이툰부대 파병연장 등 한-미간 전반적인 현안 논의와 한-미동맹 관계의 공고함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침략전쟁과 전쟁 동참의 정치적, 군사적 배경이 되고 있는 한-미동맹은 이제 접어야 한다.

미국은 이라크 침략 전쟁을 중단해야 하고, 한국 등 참전국의 병력은 즉시 철군해야 한다. 이라크 전쟁을 지원했던 동맹국들의 철군 러시가 이루어지는 것은 늦었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철군을 선언하고 침략전쟁에 동참했던 과오를 역사 앞에 사죄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부영 의장, 천정배 원내대표, 정동영 통일부장관,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범죄 행각을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 지금이라도 열린우리당은 파병연장이 아닌 철수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하지 않고 파병연장안을 숫자로 밀어부친다면 쉽게 통과시킬 수는 있겠지만, 이 경우 정당 생명은 그에 반비례할 것임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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