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노동자대회를 향한 마음

비정규개악, 기업도시법 등 착취의 법제화 저지가 더 시급
저항의 세계화 물결 만드는 총파업투쟁을

민주노총은 지난 9일 연맹 대표자와 지역대표자에게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04 전국노동자대회 참가 지침'을 내렸다. 일정으로는 11월 13일(토) 오후 4시 민주노총 사전대회와 5시 1차 전국민중대회를 시청에서 개최하고, 자리를 옮겨 동국대에서 전야제 행사를 갖는다. 14일(일)에는 연맹별, 연대단위별 사전 결의대회를 광화문 곳곳에서 개최하고, 오후 3시부터 본대회를 시작한다. 15일에는 예정대로 공무원노조 총파업투쟁이 전개된다.

13,14,15일 노동자대회와 공무원노조 총파업투쟁을 앞두고 참가를 준비하는 노동자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지난 달 열린우리당사 점거 투쟁을 이끌었던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는 8일 대표자회의를 갖고,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 일정에 맞춰 총파업에 결합하기로 하였고, '비정규노동법개악저지와노동기본권쟁취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비정규공대위)도 10일 집행위원회를 열고 농성과 공동행동 등의 실천 계획을 발표했다. 민주노동당은 11일 중앙당과 의원대표단이 회의를 열고 14일 최근 현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기로 했다. 또한 전국의 현장활동가들은 지난 7일 논산에서 하반기 총파업투쟁 조직, 공동의 실천기풍 복원, 현장으로부터 단결과 연대 실현, 계급적 노동운동의 복원을 내걸고 800여 명이 참가한 '전국현장활동가대회'를 가졌다. 이날 참가자들은 지역선봉대 구성, 노동자대회 전야제 독자집회,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총파업투쟁 준비 등을 결의하였다.

정부가 비정규법 개악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투쟁을 준비중인 노동자 민중에 있어 이번 노동자대회가 갖는 의미는 실로 엄중하다. 노동자대회는 정세에 따라 축제 분위기 속에서 평화적으로 치러지기도 했고, 작년 열사 투쟁 때처럼 격한 싸움판으로 치닫기도 했다. 그런데 평화적인 분위기든, 싸움 분위기든, 작업 현장에서, 단위 사업장에서 자본의 관리에 시달려 온 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힘을 과시하고, 궁극적으로 노동해방의 미래를 약속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는 변함이 없다. 그것은 곧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기도 하다.

올해 노동자대회를 맞는 노동자 민중의 심정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절박하다. 노동자 민중은 지난 수년간 지속되어온 노동유연화 공세로 사회적 빈곤의 심화와 실업, 고용 불안, 비정규직 확산 등 생존권, 노동권, 생활권이 극히 제약을 받고 있다. 여기에 입법 예고되고 있는 각종 법안들이 통과될 경우 노동자 민중의 삶은 지금보더 더 치명적인 위협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장은 자본의 공세와 정부의 입법 강행 방침을 무력화시켜낼 준비가 충분치 않아 보인다. 특히 노동조합운동의 구심인 민주노총이 올 한해 자본과 정부의 의도를 정확히 간파하지 않은 채 위로부터의 교섭에 무게 중심을 둠으로써 현장 투쟁력과 저항력을 제대로 축적하지 못한 한계를 보여왔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번 노동자대회를 맞아, 그리고 정부의 강경 방침에 맞서 총파업투쟁을 선언한 이상 지금부터라도 단절과 부침 없이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 저지를 위한 현장 투쟁력 복원에 심혈을 기울여나가야 할 것이다. 행여 이번 총파업투쟁마저 교섭을 위한 투쟁으로 인식하거나 배치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아니 될 것이다.

지금 시기는 국회에서의 각종 법제화를 둘러싸고 사회 전체가 대립 갈등 양상을 보이는 국면이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4대개혁입법을 둘러싼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사청산법, 언론개혁법 등 4대법안은 각 법안이 어떤 내용으로 통과되느냐에 따라 보수 세력과 개혁 세력의 각종 이권 및 밥그릇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어서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이해찬 총리의 사과에 이어 최근 열린우리당이 법안을 대폭 손질하거나 스스로 후퇴하는 등 타협의 여지를 두는 것은 곧 열린우리당의 정국 주도권을 놓지 않는 수준에서 입법을 추진해 간다는 맥락과, 지배세력 전체의 균열을 최소화 한다는 기조를 깔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4대개혁입법이 개혁적이냐 그렇지 않느냐를 판단할 때 이 점을 분명히 하지 않고 열린우리당의 개혁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 최근 민주노동당의 열린우리당 2중대 논란처럼 개혁세력의 치마폭에 휩쓸리는 실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보수와 개혁 세력에게는 절대적인 이해가 걸린 4대개혁입법이지만, 노동자 민중에 이해가 반영되지 않은 입법안이라면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야 한다. 네 가지 모두 시간에 쫓겨 날림으로 처리할 법안은 하나도 없다. 따라서 법안 모두 열린우리당에 의해서가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이해에 기초해 새로 입법 추진하거나 민중운동의 주체적 개입을 통해서 다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말로만 폐지하는 것이고, 사립학교법은 사학 개혁주체가 보기에 미흡하기 짝이 없고, 과거사 청산은 과거사의 매우 제한적인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언론법은 보수 세력과의 정쟁의 성격이 더 짙어보이기 때문이다. 4대개혁입법이 한나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민주주의적 요소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민중의 이해를 제대로 담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노동자 민중에게 더 급하고 위험한 법제화는 결단코 4대개혁입법이 아니다. 현재 입법 예고되는 법안들을 조금만 살펴보면 명약해진다. 테러방지법, 파병연장동의안, 민간투자활성화위한복합도시개발특별법, 제주국제자유도시및경제자유구역내외국교육기관설립운영에관한특별법, 각종 자유무역협정, 공무원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과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등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대체로 동의와 합의를 이룬 법안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이들 법안이 통과되면 바로 그 순간 노동자 민중의 삶을 직접 위협하거나, 삶의 근거를 유린하는 위험천만한 법제도로 작용할 것이다.

테러방지법은 제2의 국가보안법으로 손색이 없고, 파병연장은 한-미동맹의 고리를 더욱 단단히 죄어 놓을 것이고, 기업도시법은 전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만들 것이고, 교육특별법은 공교육의 기반을 붕괴할 것이고, 각종 자유무역협정은 초국적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할 것이고, 공무원법은 노동기본권조차 제약할 것이며, 파견법과 기간제법은 노동유연화의 완성을 부를 것이다.

이들 법제화는 제국주의 세력과 한 배를 탄 개혁세력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의 산물이자, 초국적자본의 이해와 맞물린 자본 진영의 총체적 공세의 산물이다. 따라서 비정규법 개악에 맞선 투쟁은 당장 개악을 저지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인 동시에, 음모로 가득찬 지배세력의 법제화를 막아냄으로써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 저지의 새로운 연대의 물결을 만들어가야 한다.

올해 노동자대회를 관통하는 정세는 그저 좋은 마음으로 즐거운 기분으로 참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듯 하다. 이번 노동자대회와, 공무원노조 총파업투쟁, 그리고 11월 투쟁에서는 노동자 민중을 위협하는 세력, 노동자 민중의 이해를 교란하는 세력. 노동자 민중의 이익을 훔쳐가는 세력을 반드시 분별해야 할 것이다. 싸움은 정말로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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