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뉴라이트에 경고

신지호 교수 뉴라이트 깃발 들고 신자유주의 선동
자유주의 시대담론으로 좋은 부자되기 캠페인

현실의 낡은 것을 부정하는 것은 그 자체가 미덕이다. 그런데 이 때 조심해야 할 것은 현실을 어떻게 부정하는가 하는 점이다. 현실을 부정하는 것처럼 하면서 현실의 기득권과 결탁하거나, 낡은 것을 새 것으로 둔갑하는 일조차 다반사여서 이 함정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많은 악덕한 상업주들이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포장만 다시 해서 진열장에 내놓곤 하는 것과 같다. 이념과 사상을 이야기함에 있어서도 비일비재하다.

뉴라이트가 조명을 받고 있다. 한 때 골수 운동권으로 활약하다 90년대 초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고백' 등을 발표하며 변절의 길을 걸은 신지호 교수가 총대를 메고 나섰다. 구(舊)우파의 국가주의를 버리고 자유주의의 깃발을 내걸자며 이제 뉴라이트가 필요한 시대임을 역설한다. 자유주의연대(liberty union)는 지난 달 23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는 사상단체로서 뉴라이트 운동을 펼치겠다"며 정식으로 출범한 뒤 열흘 동안, 약 600명의 회원이 가입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동아, 조선이 연일 띄워주니 정치권 안팎에 말이 계속된다.

뉴라이트는 노무현정권을 공격한다. 노무현 정권과 중추세력인 정치권 386들은 80년대 민중민주주의의 핵심부에 있던 사람들이고, 또 과거에 다 김일성주의자나 마르크스레닌주의자였던 사람들이었는데 지금도 후진적인 사상으로부터 완전히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현 정부의 참여민주주의는 80년대 민중민주주의의 노무현식 버전이라는 이야기다. 시장, 법치주의를 무시하고 과거지향의 개혁에 목숨을 건다고 비난한다.

뉴라이트가 노무현정권을 어떻게 보는가가 확인되는 대목이다. 민중민주주의가 다른 잡다구리한 사상에 비해 왜 후진적이라 하는 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노무현정권이 민중민주주의의 한 버전을 한다는 말도 참으로 가소롭다. 민중민주주의를 배격하기 위한 참주선동인 셈인데, 오늘날 민중민주주의는 과거의 것도 아니고, 낡은 것도 아니며, 소멸하는 운동도 아니다. 딱지로서의 민중민주주의가 아니라 정신으로서의 민중민주주의라면 그것은 노무현정권이나 386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에 반대하는 민중의 투쟁 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 가령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노동자의 투쟁, 농민의 투쟁에서, 그리고 부안 주민과, 평택 주민의 삶 속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역사 속에서 밝혀진 바로 후진 이념은 착취를 정당화하는 것이고, 선진적인 이념은 착취를 깨뜨리는 것인데, 뉴라이트는 과연 어디에 서 있는가.

뉴라이트는 구우파를 공격한다. 올드라이트가 국가주의 우파였다면, 뉴라이트는 자유주의 우파라는 주장이다. 올드라이트가 여전히 박정희 향수를 풍기는 과거회귀적인 모습인데 비해 뉴라이트는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이끌고자 하는 21세기 미래지향적이라는 측면에서 종전의 우익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뉴라이트의 주장에 따르면 국가주의, 산업화세력이라는 말로 올드라이트와 구별한다. 수구꼴통, 또는 수구우익으로 거론되는 반공-개발세력으로부터 뉴라이트를 분리한다. '특권, 부패, 비합리, 불투명, 정경유착'으로 점철되어온 올드라이트가 아닌 '자유경쟁, 시장원리, 자유무역, 개인의 창의성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조함으로써 자유주의의 연대를 이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올드라이트는 이미 신자유주의 재편 과정에서, 오늘날 신자유주의 자본운동이 관철되는 과정에서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 비주류에 내몰려 있다. 그런만큼 고귀한 자유주의가 그 역할을 선언하지 않아도 된다. ''자유경쟁, 시장원리, 자유무역, 개인의 창의성에 대한 인센티브'는 뉴라이트의 고안물이 아니라, 오늘날 전 세계를 지배하는 자본운동의 주요 덕목으로 도처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을 따름이다.

뉴라이트는 국가주도형 경제 모델을 공격한다. 과거 국가가 경제개발계획을 입안하고 자원배분을 하고 강력한 산업정책을 구사해서 국가주도형으로 했던 중상주의적 발전모델은 끝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 대신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에 입각한 시장주도형 발전모델을 채택하자는, 예컨대 '작은 정부, 큰 시장'을 모토로 삼자는 주장이다. 깨끗한 부가 많이 나오면 1만달러 트랩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강남 산다고 욕 듣고 타워팰리스 앞에서 데모해서 심리적 압박감을 주는 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작은정부 큰시장' 논리는 20년도 훨씬 더 되는 시기 대처와 레이건이 써먹었던 대표적인 슬로건이다. 자본의 축적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유주의와 보수주의가 결탁한 신자유주의의 모토였다. 대처리즘, 레이거노믹스로 회자되던 신자유주의 이념과 전략은 90년대 초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의 몰락으로 탄력을 받고, WTO 출범과 함께 다자협상 질서 구축과 제국주의 전쟁을 반복하며 지금까지 인류를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왔다. 신자유주의 이념과 전략이 관철되는 한 '깨끗한 부'란 말 자체가 코미디다. 한국에서 '부'는 한-미동맹의 정치적 경제적 질서 위에서 초국적자본과 결탁한 자본가들의 투기와 노동유연화 공세를 통해 축적되고 재생산되어왔다.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이란 상품생산체제 안에서의 유혈 경쟁을 위한 수단을 말하기 좋게 한 것에 불과하며, '작은정부 큰시장'은 작지만 강한 공권력을 기반으로 한 신자유주의 정치질서의 좋은 말에 불과하다. 지금 작은정부가 큰신장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을 때려잡고 있는가를 보라. 공공성의 확대와 사회 부문 영역의 사회화를 통해 부의 분배에 고심하고, 민중성에 기초하여 사회모순을 해결하는 방법 외에 오늘날 '작은정부 큰시장'이 망가뜨려놓은 골치덩어리 문제들을 수습해낼 방안은 아무 것도 없다.

뉴라이트는 정치세력화를 꾀한다. 자유주의 시대담론과 정책대안을 확산시키고 대학생을 상대로 자유주의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고 건강한 자유주의자로 만들어내는 교육사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신북한 바로알기운동`, `근현대사 바로알기운동`도 전개하고 '좋은 부자되기' 캠페인도 펼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싱크탱크, 학술, NGO 등의 활동을 할 사람 등으로 자연스럽게 정치활동에 돌입한다는 구상이다.

누구나 결사에 의해 정치세력화를 꾀하는 것을 제한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뉴라이트는 우익의 새로운 정치적 결집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기대하지는 않지만 20대 자유주의자의 재생산을 위한 사업과 신북한 바로알기, 좋은 부자 되기와 같은 캠페인도 성과를 낳길 바란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합리적이고 온건하고 자유주의적인 486들을 결집시키겠다는 것인데, 지켜볼 일이다. 다만, 뉴라이트가 버젼만 바뀐 대북 적대 교육을 확산하고. 국가보안법과 같은 낡은 질서에 안주하고, 기업도시나 비정규법안 같은 자본 전략에 동조하고, 한-미동맹의 낡은 질서를 강조하는 한, 올드라이트가 걸어온 길,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이 걸어가는 길을 한 걸음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경고한다. 뉴라이트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닌데 새로운 것처럼 말하고 다니는 데 대해 첫 번째 경고를, 말과 다르게 사상운동, 정책대안을 내놓지는 않은 채 민중민주주의의 이념과 정신을 공격하는 경거망동에 대해 두 번째 경고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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