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인터넷언론 무시하는 가운데 신문법 시행

신문발전기금은 전적으로 미디어의 공공성 확대에 쓰여야 한다

28일부터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지난 1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시행령이 적용된다. '신문등의자유와기능보장에관한법률'(신문법)과 '언론중재및피해구제등에관한법률'(언론중재법)은 올해 1월 1일 국회에서 '정기간행물 등록 등에 관한 법률(정간법)'을 개정한 것으로, 주요 내용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기준을 1개사 30%, 3개사 60%로 강화할 것 △편집위원회 설치와 편집규약 제정 조항 신설 △신문발전기금 조성 △신문유통원 설립 △인터넷신문 등록 기준을 취재인력 2인 포함, 3인 이상을 상시 고용하며 1주일간 게재 기사의 30% 이상을 자체 생산기사로 채울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27일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했다. 한나라당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관련 조항 삭제 △신문유통원은 신문사 간 협의에 의해 자율적으로 추진 △제3의 인물이 중재위 시정 경고권 부여 삭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조선, 동아 등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신문법 개정은 지난 해 하반기 4대개혁입법을 둘러싼 대립 과정에서 유일하게 여야 합의로 통과되었다. 그러나 통과된 신문법은 '누더기' 논란을 불렀다. '신문사주의 소유구조' 문제와 '편집권의 독립과 자유', 그리고 신고포상금제, 공동배달제,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두고 시각이 엇갈렸다. 한나라당과 조중동, 열린우리당과 언개련 등의 대립으로도 볼 수 있는 이 논란은 시행령이 적용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추정 기준과 관련, "공정거래법보다 강화한 것은 자유경제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과 "여론 독과점 해소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자 신문발전기금 지원을 위한 한 가지 기준"이라는 반론이, 신문유통원 설립이나 신문발전기금과 관련, "친여당 성향의 매체에 편중된 지원이 될 수 있다"는 지적과 "왜곡된 신문 유통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 등이 낸 개정안과 주장은 한마디로 시장 논리를 앞세워 조중동이 누려온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벌이는 촌극에 불과하다. 조중동 자신이 언론으로서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투자를 하고, 언론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겠지만, 신문의 공적 속성과 미디어의 공공성 확장을 위해 쓰여야 할 신문발전기금 문제 등에 대해 '언론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시장 논리를 들이대거나, 매체의 편중 지원을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낯간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신문발전기금은 공적 기금으로, 운영과 사용에 있어 전적으로 공공적 인프라의 구축과 미디어의 공공성 확대에 기여해야 한다. 따라서 신문발전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지원과 규제의 세부기준도 이에 준해 마련해야 하며, 신문산업 발전의 명목으로 신문의 시장 기능의 활성화를 위해 거론하거나, 기존 주류 매체들의 '혜택'을 두고 줄다리기 하는 일은 일절 지양되어야 한다.

전파, 방송, 언론 등 미디어는 공공성을 기본 속성으로 한다. 사회구성원들은 서로간에 필요한 정보를 전파를 통해 알리고, 방송을 통해 공유하고, 언론을 통해 소통할 권리를 갖는다. 즉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등 삶에 필요한 모든 부문 영역에 있어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가지며, 여기서 표현의 자유, 정보의 공유, 프라이버시와 통신비밀의 권리를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 이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보편타당한 요구로, 인간으로서 누릴 기본적인 권리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언론이 정경언 유착의 폐해 속에 헤어나지 못했고, 공공성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급변하는 뉴미디어 환경과 함께 상품화, 시장화 논리가 빠른 속도로 미디어를 장악해가고 있다. 오늘날 이러한 현상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른 전지구적 경향으로, 정보와 지식의 사유화와 기술에 대한 자본 지배력의 강화와 맞물려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시장화, 상품화에 따른 미디어 환경의 왜곡 굴절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시민사회 전체 차원에서 공공성에 바탕을 둔 미디어 환경 구축과 미디어 정책 수립을 위한 활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미디어(방송,언론)의 공공성 실현의 척도는 사회구성원 누구나 일상에서 미디어컨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데 있다. 정보의 불균등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저작권의 상품화 논리를 앞세우지 말고, 프라이버시권과 같은 정보인권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노동자, 농민, 빈민, 이주노동자, 여성, 장애인, 청소년, 성소수자 등 다수 구성원들이 보다 쉽고 일상적으로 미디어컨텐츠의 생산, 유통, 소비 과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미디어 환경을 바꿔주는 것이다. 교육의 기회, 실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유통 공간을 마련해주고, 이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노동시간과 여가시간과 소요 경비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정책적으로 보장하는 일이다. 아울러 정치, 경제, 문화, 환경, 교육, 연예, 스포츠 등 일상 삶의 다양한 이슈들을 자유롭게 말하고 논쟁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미디어 환경을 열어주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인터넷은 사회구성원 누구나 쉽게 참여하고 소통함으로서 다양성을 실현하는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이 되고 있고, 여기서 인터넷언론은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언론의 사회적 영향력은 사회 문화적으로 이미 검증된 상태이며, 그와 함께 사회적 책임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인터넷언론이 현실에서 역동적인 기능과 역할을 하는 것에 비추어볼 때 현행 신문법 안에 몇 개의 조항이 들어간 것으로 법적 기능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현행 신문법은 법인, 포탈, 뉴미디어 등 인터넷언론과 관련한 많은 논점을 담아내지 못했고, 신문발전위원회에 인터넷 전문 주체가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강제 등록 조항, 3인 상시고용, 30% 기사 자체 생산 문제도 논란의 여지를 갖고 있다. 결과적으로 놓고 볼 때 인터넷언론에 대해 그동안 관련 법을 만드는 입법 기관들이 뭘 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현행 신문법에는 지난 6월 3일 '인터넷언론,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김재윤, 손봉숙, 정병국, 천영세 등 문광위 의원들이 공동주관한 공청회에서 제기된 내용이나, 인터넷언론 단체들이 토론회나 성명을 통해 제기한 내용도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 규제개혁위원회나 법제처, 그리고 7월 19일 시행령을 최종 통과시킨 국무회의는 쟁점을 피해가는 방식으로 정리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따라서 현행 신문법으로 인터넷언론을 규정하는 한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급변하는 뉴미디어 환경 속에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참여하고 다양하게 소통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언론에 대한 지원과 규제에 대해 보다 전향적이고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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