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 유가 왜 뛰나

과잉 생산 속에 숨은 투기세력의 장난질 찾아내기

미국 시사 주간 '타임'은 14일(현지시간)으로 '국제유가 급등과 함께 휘발유 값이 크게 오르자 많은 미국인들이 주유소에 기름을 넣은 뒤에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고유가로 인한 미국 내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사회적 문제가 확산되고 있음을 경고했다.

지난 11일 한덕수 재정경제부장관은 "유류에 붙는 세금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압박이 심해, '유류세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시추선 사업 [출처: 한국석유공사]
그러나 16일 한국석유공사는 '석유시장 조기경보지수'가 지난달 보다 0.06 포인트 상승한 3.48로, 경계 단계인 3.50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석유공사의 경고등이 켜지기가 무섭게 '기름 값이 너무 올라 위축된 내수 경기가 얼어붙게 할 것이다'라는 주장에서 부터 승용차 요일제 전국 강제 확대시켜야 한다, 세금을 낮춰야 한다, 백화점 공공기관의 소등운동을 해야 한다는 는 등 '고유가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전략'들이 대책없이 쏟아지고 있다.

오늘 17일, 지난 12일 최고점을 찍은 유가는 주춤하며 소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정기재고 발표를 앞두고 원유 및 중간유분 재고증가 전망에 힘입었다는 분석도 있고, 그간 운영차질을 빚었던 정제시설들이 정상 운영된 효과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은가. 석유 회사들은 계속 석유를 생산하고 있고, 이라크 전과 같은 대외적 변수가 없는데 왜 유가는 이렇게 마구 널뛰기를 하는 것일까?

자본이 말하는 유가 상승의 이유

세계에는 수백 종류의 석유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석유들은 미국 서부텍사스 중질류(WTI), 북해산 브렌트유, 중동의 두바이유 등 3가지의 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거래된다. 이중에서 제일 질이 좋다는 서부텍사스 중질류는 미국에서, 두바이유는 아시아에서, 브렌트 유는 유럽 지역에서 집중 소비된다. 한국에서 사용되는 석유의 80%가 중동에서 수입되기 때문에, 중동에서 생산되는 두바이유의 가격 변동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유가가 상승하는 이유는 많다. 일반적으로 미국이 아프간이랑 이라크를 침공 한 것과 같은 '전쟁리스크' 요소와 최근 이란에 강경파 대통령이 당선됐다는 선거 결과와 같은 석유 생산국들의 정치 요인이나 이란의 핵 활동 재개처럼 국제적 관계 등도 가격 불안 요소로 지적된다.

그리고 허리케인 발생으로 인한 생산 차질의 우려, 최근 미국 내에는 약 17곳의 정제시설 가동차질 문제나, 화재가 발생한 수노코(Sunoco)사, 엑손모빌의 텍사스 소재 정제시설의 운영 차질 등의 설비 문제나 러시아 최대 석유재벌 유코스사의 위기도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한편 세계 에너지 부존의 제약과 편재성, OPEC의 석유생산 비중 증대, OPEC의 고유가 정책, 아시아권역을 중심으로 매년 에너지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 또한 현재 '고유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로 제기되기도 한다.

석유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나라 한국은 에너지 수입국이다. 석유 소비량은 세계 7위, 석유수입국 세계 4위로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이다. 그러니 국제 유가의 상승은 국내 경기에 고스란히 부담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석유 생산은 세계적 과잉상태다

국제 원유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측면에서 보면 1분기에 하루 30만 배럴, 2분기에 하루 150만 배럴을 공급하는 등 오히려 ‘공급 과잉’의 상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원유 생산이 수요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2분기 OPEC산유국의 증산 덕분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석유 소비국의 재고가 크게 증가했다. 이런 양상은 과거 오일쇼크가 세계를 강타했던 시절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출처: 한국석유공사]
과거 1973년 1차 오일쇼크를 보면, 1973년 10월 중동전쟁 발발이후 페르시아만의 6개 산유국들이 '이스라엘의 아랍 점령지역 철수'를 요구하며 가격인상과 감산에 돌입해 배럴당 2.9달러였던 두바이유가 74년 1월 11.65달러까지 무려 4배나 폭등했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하루 430만 배럴의 공급 차질이 빚었다. 이란의 석유 수출 전면 중단 등의 정치적 분쟁으로 발생한 2차 오일쇼크 때도 마찬가지로 하루 560만 배럴의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 1차와 2차의 오일 쇼크의 경우는 결정적 계기로 인해 공급량의 차질이 빚어 졌고, 그로 인해 유가 가격 인상으로 연결됐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공급이 과잉된 상태이다. 우리가 배웠다는 자본 시장의 일반 법칙에 따르면 공급이 과잉되면 가격은 떨어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원유 선물시장을 휘젓고 있는 투기세력

이 명쾌하지 않은 공식 중에 가리워진 요인이 있다. 초과 공급인 상황이지만, 유가 시장에서 투기세력들이 뛰어 들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에는 8만 계약 수준으로, 유가가 42달러로 치솟았던 지난 6월 1일 6만 5천 계약이 있었다. OPEC의 증산 결정으로 유가가 하락하자 6월 29일 1만 4천 계약까지 감소했지만 그 뒤 유가가 최고 기록을 갱신하며 급등세를 보였던 8월 초에는 4만 계약으로 투기 자금의 포지션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났다. 즉 원유 순매수 계약이 올 들어 크게 증가했고, 이런 투기 세력들의 움직임이 유가 상승을 유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헤르메스가 삼성물산의 M&A 언론 플레이를 활용해 주가를 끌어올리고 시세 차익을 냈던 것 처럼, 부동산 거품을 기회로 강남 아파트 값 상승을 유도 했던 것 처럼, 유가 시장에서는 이런 투기세력들이 공급 과잉의 상황 속에서도, 주변적인 상황들을 활용해 유가를 끌어올리는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원유 선물시장의 규모 상 금융시장에 비해 덩치가 작기 때문에 몇십억 달러가 움직여도 출렁거릴 수밖에 없는 조건도 있다.

투기 세력들이 원유 시장으로 뛰어든 이유는 여러가지가 지적된다. 가장 주요하게는 전세계적인 저금리 상황과 달러 약세의 조건으로 인해 금융시장의 수익률이 저하 되자 투기 세력들은 분산 투자 방식으로 원유 선물 시장에도 막대한 자금을 흘리며 차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유가 급등에 수급 상황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기이한 이 현상은 단순히 정치적 불안정성에 기인한 것이 아닌 투기세력들의 작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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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 투기 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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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쎄요...

    현재 공급량이 수요량보다 많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석유는 고갈되어 가고있고 수요는 매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죠.

    http://www.leejeonghwan.com/cgi-bin/blog/archives/00029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