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민심 현주소, “아펙은 높은 것들 잔치 아잉교”

조차리 아펙반대 부시반대 부산시민행동 사무국장을 만나다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부산의 ‘바닥민심’

  부산 시내버스들은 옆구리에 아펙광고판을 달고 운행한다

아펙정상회의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부산 시내는 아펙관련 선전물이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산 시내의 이른바 ‘바닥민심’은 약간씩 변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여름 즈음만 해도 ‘아무래도 이런 큰 행사를 유치하면 지역 경기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날씨가 선선해지면서부터 ‘아펙이고 뭐고 높은 자리 앉아있는 것들이나 살판났지 먹고살기도 힘든 우리하고는 상관없다’는 식의 냉소적 반응이 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한 김동윤 열사의 분신에 뒤이은 각종 시위로 인해 부산 시내 교통이 극심하게 정체된 상황에서도 집회 대오를 향한 즉자적인 거부 반응보다 ‘정부와 가진 자’들을 향한 비난이 터져나오는 모습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김동윤 열사 추모 결의대회에 참석한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부산 시내의 택시 기사 다섯 명은 ‘아펙 경기가 좀 있냐’는 질문에 단 한명도 빠지지 않고 “어데가서 그런말 하지 마소”라고 답했고 심지어 “그런 말 잘못하면 맞아죽십니데이”라는 날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하고는 상관 없심니다"

  썰렁한 해운대 백사장, 멀리 보이는 건물이 조선호텔이고 그 뒤 누리마루가 있다

아펙 정상회담이 열리는 해운대 동백섬 누리마루에서 도보 십분 거리에 위치한 한 횟집을 찾았을 때 식사시간을 약간 넘기긴 했어도 30여평 규모의 식당에 손님이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가 없었다.

‘아무래도 행사장 주변이니까 외국 손님도 좀 오고 그러지 않겠냐’는 질문에 횟집 주인은 “우리도 처음에는 좀 기대를 했지예. 근데 구청에서 회의장 주변이라고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시키는 건 억수론데 파리만 날리고 앉아있다입니꺼”라며 “아펙 해봤자 호텔이나 손님 늘겠지 우리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십니다” "아펙은 높은 것들 잔치 아잉교"라고 파리채를 휘두르며 심드렁하게 답했다.

조차리 사무국장, “부산 운동이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삼을 것”

과학적이고 정밀한 여론조사와는 거리가 멀지만 나름대로 ‘일반 대중’들의 목소리를 들어본 후 부산노동복지회관 내 부산민중연대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는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반대 부시반대 부산시민행동'(부산시민행동) 사무실을 찾았다.

김동윤 열사의 추모결의대회 다음 날이고 부산 지역의 노동민중단체들이 차례로 시내 촛불집회를 주관하기로 한지라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아기를 업고 나온 조차리 사무국장과 아펙반대국민행동의 준비상황, 부산시의 대응, 지역의 여론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국단위 투쟁 한 번 꾸리기도 힘든데 세계가 주목하는 투쟁을 준비하게 됐다”는 조차리 사무국장은 무엇보다도 일손이 딸려 힘들지만 아펙반대 투쟁을 통해 “부산운동진영이 한 단계 질적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런데 천성산 싸움등 부산의 주요 투쟁에서 보였던 이른바 친노무현 민주인사들의 교란행위에 대해 우려하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서 조차리 사무국장은 “효순이 미선이 싸움때는 같이 하기도 했고 그 분들이 여러 입장 때문에 직접 참여는 못할지라도 마음은 함께 할 것이라 믿는다”고 답해 부산시민행동이 생각하는 아펙반대투쟁의 상을 짐작케 하기도 했다.

시민들이 경제적 측면에서 기대를 가졌던 것이 사실이라 초반 반대투쟁에 부담이 있었지만 부산시에서 아펙을 명목으로 무리한 행정을 펼쳐 스스로 민심을 이반시키고 있다고 설명한 조차리 사무국장은 등에 업고 있는 아들의 돌이 아펙 개막일인 12일 이라며 “돌 잔치를 벡스코(아펙 메인 회의장) 뷔페 식당에서 할까 생각중”이라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또한 아펙 반대 투쟁을 통해 해운대가 반미의 성지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지난 15일 나눈 부산시민행동 사무실에서 대화 전문이다.

"부산시가 시민들을 들들 볶아 우리를 돕고 있다"

부산시와 정부는 해외 VIP 맞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아펙 준비에 부산시가 여념이 없듯이 부산 운동진영도 아펙 반대 투쟁하러 오는 손님 맞느라 정신이 없을 것 같은데 준비는 잘 되고 있나
경찰이나 정부에서도 아펙 반대 투쟁대오를 10만으로 예상하는 판국이니 정신이 없고 힘든게 사실이다. 부산에 오는 투쟁 대오 숙소로는 일단 부산대학교 캠퍼스를 생각하고 있다. 정상회담 전날인 11월 17일 전야제와 18일 범국민대회가 배치되어 있어서 17일 밤이 손님맞이에는 피크일 것 같다.

뼈있는 농담인데 다른 나라 보기에 체면이 서려면 이번 반대 투쟁이 일정 정도 수준은 넘어야 된다는 말이 있다
맞다. 제대로 못하고 흐지부지 되면 다른 나라 보기도 쪽팔린다. 부산이 10만을 받아 안는다는 각오다.

운동진영은 차치하고 부산 시민들 입장에서는 아펙을 통해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는 것도 분명히 있을 텐데 부담스럽지는 않나
그런 면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현재는 아펙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부산에서 움직이고 있고 아펙반대운동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일차적 목표다. 그런데 시에서 아펙을 앞두고 노점상 철거다 설치물및 간판 정리 작업이다 하고 무리한 행정을 펼치며 시민들을 들들 볶아서 반대 운동에 오히려 도움을 주고 있다.

하긴 이른바 바닥민심이 약간 씩 변하고 있는 것을 부산에 내려와서 느끼긴 했다
확정 된 바는 아닌데 부산시에서 UN묘지에 360억을 들여 새단장을 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 부시가 부산까지 오니까 미군이 뭍혀 있는 UN묘지에 참배하러 올지도 몰라서 단장한다는데...올지도 안 올지도 모르는 UN묘지에다가 수백억을 퍼붓는 것이 부산시 행정의 현주소다. 경제를 살리기는커녕 시민들 세금을 엉뚱한데 쏟고 있다는 인식이 조금씩 퍼지는 것 같다.

현재 부산 시민행동의 구성은 어떠한가
그 전부터 준비는 있었지만 지난 6월 시민행동 결성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구체적 활동이 계시된 것이라 볼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부산 민중연대가 아무래도 중심이고 이주노동자 운동 단체, 여성운동 단체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른바 시민운동 단체들은 참여하고 있나? 부산지역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 집권 이후 이른바 친노 민주인사들이 중요한 운동을 교란해 온 것으로 안다. 부산지하철 파업, 화물연대 투쟁, 지율스님의 천성산 싸움 등 부산지역의 주요한 싸움 뒤에는 항상 청와대 고위직 모 인사와 종교계 모 인사, 부산의 주요한 민주운동 단체의 장인 모 인사의 이름이 거론됐다. 아펙 반대 투쟁이 별 힘을 얻지 못하면 모르겠는데 힘을 얻을 경우 그들이 또 ‘개혁전선’을 내세우며 교란하고 나설 것 같은데
그 동안의 경험상 지적한 그런 부분이 있긴 있다. 우리는 일반 NGO나 그 쪽을 통칭해 ‘시민연대’라 부르는데 일단 그 분들은 시에서 재정 지원을 받으니 부산시민행동에 들어오기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효순이 미선이 싸움 때부터 같이 해온 신뢰도 있고 그 분들도 우리하고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국민대회 같은 게 벌어지면 개인자격으로 참여도 하고 그럴 것이다. 발을 담그면 교란 영역이 있겠지만 발도 안 담그고 있으니 현재로선 교란 요인이 없다.

"부산시에서는 사직운동장에 모여 국민대회 진행하라 한다“

시간이 지나 아펙이 가까워 오면 올수록 집행역량 확대가 큰 문제로 떠오를 것 같다.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지금 현재는 보시다시피 부산 민중연대 실무자들이 담당하다 시피하고 있고 언론은 민주노총 부산본부 언론담당자가 겸임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사건이 터지면(김동윤 열사) 올 스톱 되는 부분이 많다. 당장 상근자를 파견할만한 곳이 그리 많지는 않고 자기 단체 일과 여기 일을 겸임 하는 인원을 늘리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10월 경에는 서울의 민중연대나 아펙반대국민행동에서 파견자가 내려올 것 같다. 하반기 들어서면서 덩치 큰 조직들이 아펙을 중심에 놓고 사고를 하기 시작해서 나아지고 있다.

얼마 전 해운대 주위에서 아펙반대 자전거 행진을 했고 지금은 선전전 수위를 조금씩 높이고 있는데 추석 이후부터가 본격적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기 시작해 아펙 시작과 함께 피크에 달하게 만들 계획이다.

아펙이 국제적 행사니 아펙반대 투쟁도 국제적 투쟁 아니겠나? 국제 부분에 대한 준비는 어떠한가
일단 12월 홍콩 WTO 각료회의에 역량이 집중되는 분위기라 우리한테 큰 부담은 떨어질 것 같지 않다. 그래도 아시아권에서 손님들이 좀 올 것 같다. 그리고 아펙반대국민행동 내의 포럼기획팀에서 준비하는 부산국제민중포럼이 11월 16, 17일 부산대에서 진행된다.

부산시나 경찰 쪽에서는 접촉을 해오지 않나
그 쪽에서 우리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다. 공식적인 접촉은 없었는데 비공식적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고가긴 한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겠는데 사직운동장을 비워줄테니 거기 들어가서 아펙반대 국민대회도 하고 집회도 하라 그러는데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니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벡스코랑 누리마루를 다 둘러보고 왔는데 특히 누리마루는 지형이 절묘해서 집회 벌이는 것도 쉽지 않겠더라
일반적인 회의는 벡스코에서 많이 하고 18일 정상회담도 벡스코에서 하는데 벡스코 바로 앞에 지하철 역도 있고 바로 건너편에 다중생활시설인 할인마트도 있고 하니 벡스코 쪽을 다 봉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관건은 동백섬의 누리마루인데...정말 10만이 모이면 뭘 못하겠나? 그렇게 되면 우리를 경찰이 봉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경찰과 각국 정상을 봉쇄할 수 있다. 우리 아들 돌이 개막일인 12일인데 안되면 그 날 벡스코안에 있는 뷔페 식당에서 돌잔치를 잡아 사람들을 다 그리로 모을 생각이다(웃음)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것만 해도 숙소, 식사, 상황실, 언론 상대등 일이 하나 둘이 아닐 것 같다. 그렇지만 이렇게 힘든 일을 한 번 치러내면 또 남는 게 있지 않겠나? 기대효과를 꼽아본다면
그렇다. 전국단위 투쟁 한 번 하기도 힘든데 전세계가 주목하는 투쟁을 준비하는 것이나 어찌 보면 복 받은 것이다. 효순이 미선이 싸움으로 반미 투쟁이 대중화 됐듯이 이 싸움에서 십만이 조직화 돼서 내려오는 걸 받아 안는 것은 부산 운동으로서는 그 자체가 큰 성과다. 또한 활동가들이 질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아펙을 계기로 부산 해운대가 반미의 성지로 자리매김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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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펙 , 부산시민행동 , 조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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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꼭두각시

    글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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