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세계 민중의 반제국주의 투쟁에 어깨를 나란히

11월 가을, 반제, 반세계화 투쟁의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자

프랑스는 지금 전쟁중이다. '자유, 평등, 박애'를 주창하는 선진 제국주의의 이면에 소수 인종 무시와 이민자 차별 구조가 온존해왔음이 드러났고, 모순은 어김없이 폭발했다. 프랑스 이민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북아프리카계는 일반 실업률의 3배가 넘는 실업에 시달렸고 경제적, 정치적 차별과 억압을 강요받아왔다. 프랑스 제국주의의 식민지 집단으로 억눌려왔던 모순의 폭발은 필연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는 이민자에 대해 형식적 평등을 말했지만 이면에 식민집단화를 구조화시켜왔다. 전국 751개 빈민지역을 형성하고 '시테'라는 최소한의 공간에 최대한의 이민자를 수용하는 게토를 조성, 사회적 문화적 차별을 방조했다. 따라서 젊은 세대의 저항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한 필연의 투쟁이자, 프랑스 제국주의의 인종차별과 그로부터 재생산되는 착취와 억압 구조를 깨뜨리는 투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시라크 대통령은 "폭력과 공포를 확산시키는 사람들을 검거하고 처벌하라"는 강경책을 중단하지 않고,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우범지대에서 인간 쓰레기를 청소하겠다"고 말해 저항에 기름을 부었다. 저항은 1968년 5월 학생 시위 이래 최대 규모로 발전하고 있다.

한편 10월 27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EU 25개국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을 확대하려는 영국,스웨덴 등과 보호무역체제를 유지하려는 독일,프랑스의 정책이 충돌한 데 이어 아르헨티나에서는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협정이 결렬되었다. 제국주의에 맞선 세계 민중의 투쟁이 아르헨티나 휴양지 마르델플라타에서 다시 빛을 발했다. 4일-6일까지 열린 34개국 미주정상회담에서 미국에 반대하는 남미 국가와 민중의 투쟁의 힘이 맞물려 미 제국주의가 제안한 미주자유무역지대(FTAA)에 관한 협의를 무산시킨 것이다.

협상에 나선 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정회원 5개국은 미국의 농업 보조금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협상 재개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여기에 반세계화 시위대의 격렬한 저항이 위력을 보였다. 우고 차베스는 반제국주의, 반세계화를 외치는 2만 시위대 앞에서 "FTAA는 사망했다. 우리는 마르델플라타에서 FTAA를 매장할 것이다"라고 연설했다. 아르헨티나에서 반세계화 운동이 이뤄낸 또 한 번의 쾌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국적자본은 이윤 확보를 위한 지역 단일시장 개척에 속도를 줄이지 않고, 미국을 위시한 제국주의 국가들은 전 세계 민중을 향해 전쟁을 동반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노무현정권이 시간이 갈수록 제국주의 국가의 침략적 속성과 면모를 닮아가고 또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이달 중순경 국회에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동의안을 제출하면서 유엔 기구 경호·경비 임무를 맡는 것을 공식화한다는 계획이다. 제국주의 전쟁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반동적, 반역사적 범죄인데, 사실상의 전투 임무인 유엔기구 경호경비 임무를 맡는다는 결정은 상식과 이성적 판단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여야 지배세력은 지난 달 27일 오전 통외통위의 쌀 협상 비준동의안 심의 의결에 이어 오는 16일 본회의 상정을 예고했다. 정부의 비준동의안 처리 강행은 DDA 협상에서 설정될 관세수준 등을 고려하여 정부-농민-국회가 충분한 협의해나가자는 농민 단체와 전문가들의 최소한의 의견조차 무시하는 폭거이다.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된다면 모든 부문 영역의 경계를 허물 수 있다는 지배세력의 구상이 농업의 마지막 보루인 쌀에서도 관철되고 있다.

효율과 경쟁 논리의 피바람은 교육 현장에도 예외가 아니다. 교원평가제는 공교육을 파국으로 몰고, 교원에 대한 구조조정을 예고하며, 교육을 상품으로 둔갑시키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정점을 이룬다. 교육부는 지난 4일 교원평가제 강행 의사를 밝혔고 교원 주체의 거센 저항을 부르고 있다.

제주도특별자치도 입법예고안은 경악스럽다. 입법예고안은 병원의 영리법인 허용, 초중등 외국교육기관 설립, 기초수급대상자 지원 규정 등 사회복지분야 전면 이양,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고용규제 완화, 민간사업자에 대한 토지수용권 부여, 토지비축제도 등 자본 특혜적 제도 도입 등 경제자유구역과 기업도시법의 독소적 내용을 모두 패키지화한 시장화의 극치를 이룬다.

노동에 대한 공격은 두말 할 것 없이 상시적이다. 11월 정기국회에서 비정규개악안과 복수노조 교섭권 일원화, 직권중재 범위 제한, 노조전임자 문제 등을 선별처리하고 내년 2월에는 로드맵을 관철한다는 당정합의를 내놓았다.

부산에서 열리는 아펙은 제국주의 협력체, 대테러 안보협력체, 초국적자본협력체의 성격을 갖는 최악의 질서이다. 아펙은 미국의 아시아지역에 대한 군사적 지배를 강화하고, 지역 내 자유로운 자본이동과 노동유연화를 강요하는 한편,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나라와 세계 민중을 테러세력으로 형상화시키는 역할을 감당한다. 부산 아펙이 내건 '하나의 공동체를 향한 도전과 변화'는 이와 같은 제국주의의 이해에 정확히 부합한다. 아펙을 찬양하는 것은 지독한 반동적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두려워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 프랑스와 유럽에서, 아르헨티나와 남미에서 제국주의와 초국적자본 운동 자체에 반대하는 저항이 이어지고 있다. 이 저항은 돌출적이지만 지속적이고, 계기적이지만 연속적이다. 세계 단일시장의 야욕을 품는 초국적자본 운동과 전쟁을 동반한 제국주의 국가의 침략 책동이 중단되지 않는 한 세계 민중의 저항은 중단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무현정권의 파병 연장, 쌀협상 비준, 교원평가제 실시, 제주도특별자치도 입법 예고, 비정규개악안 강행 추진, 부산 아펙 찬양은 경쟁과 효율, 시장과 상품 논리를 앞세운 초국적자본과 제국주의의 침략적 속성을 속속들이 빼다 박았다. 한국 민중의 저항이 계속될 수밖에 없음을 일러준다. 지금 민중의 저항이 돌출적이고 계기적이어서 단일한 전선을 형성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속적이고 연속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저항의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데서 그 어떠한 비관적 평가도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 노무현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선 한국 민중의 투쟁은 프랑스와 유럽, 아르헨티나와 남미 민중의 투쟁과 이미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떨어지는 낙엽을 밟듯이, 부문 영역 곳곳에서 노동자가, 농민이, 사회구성원 모두가 반제국주의, 반세계화 운동에 나서, 잊지 못할 11월 가을 추억을 남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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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문

    물론, 지금의 모습이 '제국주의'적인 것은 일정부분 동의하겠지만, 정세를 제국주의로'만'으로 환원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질문을 드립니다.

  • ㅡ.ㅡ

    통 설명도 없이 논리적 비약이 심하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