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도하개발의제 협상 현황과 전망

[부산국제민중포럼] - 게릴라 전술 쓰는 WTO, 홍콩 이후가 중요

부산국제민중포럼 둘째날, 주제별 토론 'WTO 도하개발의제 협상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한 워크샵이 오전 10시부터 학생회관 여학생휴게실에서 열렸다.

홍콩 각료회의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잡힌 주제이다. 워크샵은 전소희 WTO반대국민행동 사무처장의 사회로, 자크 차이 촘통티 남반구포커스 제네바 파견연구원이 구두발제하고 질의 응답하는 평이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자크 차이 촘통티 파견연구원은 남반구포커스 소속으로 1년간 제네바에 머무르며 WTO 활동 모니터와 연구 분석 작업을 해왔다. 이번 워크샵에서 촘통티는 WTO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약 1시간 가량 구두 발제를 했다. 기사는 촘통티의 구두 발제 내용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편의상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음을 알려둔다.

  많은 활동가가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는 화기애애

우선 지금까지 WTO DDA 협상 배경과 과정을 돌아보자

지금은 이미 마무리 협상 단계를 넘었다. DDA(도하개발아젠다)는 최초 2004년 말까지 합의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칸쿤 각료회의가 결렬되고 협상 시한을 연장했지만 현재로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WTO를 주도하는 회원국들은 홍콩 각료회의에서 50% 정도의 합의 기대를 예상하고 있고, 2006년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WTO는 회원국에 의해 움직이는 기구이다. 즉 148개 회원국이 협상 주체인데 하나의 협상이 타결되기 전에 회원국 간에 컨센서스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것은 FTA나 지역블록자유무역협정보다 더 오래 걸린다. 더군다나 다자간협상이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협상이 이루어질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자크 차이 촘통티
칸쿤에서 WTO 각료회의가 무산된 배경에는 역시 농업 부문 협상이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는데

칸쿤 각료회의 무산 이후 2004년 7월에 일반이사회가 열렸는데 여기서 기본틀이 다시 확인되었다. 칸쿤 협상이 무산된 데는 농업 부문 협상 결렬이 가장 큰 이유였다. 보조금과 관련, 시장 접근성(시장을 개방하는 것), 국민에 대한 보조금, 수출품 농산물에 대한 보조금 등에 대한 쟁점이 있다.

회원국들은 더 많은 시장 접근성을 요구하고 있으나 동시에 자국에서의 보조금을 축소하지 않는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북반구 나라들, 인도, 브라질 그리고 G20 등 개도국이 크게 반발해왔다. 이 과정에서 농업 협상 관련해서 칸쿤에서 약간의 권력 균형이 잡힌 것이다.

면화 문제도 많은 논쟁이었다. 미국과 북반구 나라들이 전세계적으로 덤핑 가격으로 팔아서 서아프리카, 베닌(아프리카서부인민공화국), 차드, 기니아, 말리 등에서 큰 파괴력이 있었다. 북반구들은 이런 무역 왜곡을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정부 조달 투자와 관련한 싱가폴 이슈가 제기되고 G20은 싱가폴 이슈에 반대하면서 결집되었다. 개도국과 선진국의 연합이라 볼 수 있다.

칸쿤 협상 무산 이후 WTO의 역할이 사실상 수명을 다했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그 이후 협상 형태도 많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겠는데

칸쿤 이후 제네바에서 비공식적인 접촉을 통한 협상이 많았다. 20여 명 규모의 회원국 각료들이 미팅을 하는데 여기에 초대되지 않는 각료들은 참여하고 싶어도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미니각료회의, 각료 수련회 같은 것도 있다. 각료와 대사관들이 모아서 자기들끼리 크고작은 협상을 벌인다.

또한 WTO는 미니각료회의와 각료 수련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WTO 사무처 회의는 거의 매일 진행하는데 일부 회원국만 참여할 수 있다. 칸쿤 이후 2004년 7월 일반이사회에서 도출한 합의는 그들의 업적이라 할 수 있다.

7월 일반이사회가 사실상 죽어있던 WTO를 구제한 것이라 봐야 한다. 칸쿤 협상은 붕괴되었지만 7월 일반이사회는 다시 협상 진전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7월 일반이사회는 반세계화 운동에서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듯 하다. 이 때 타결된 것이라면 역시 농업부문 보조금 문제가 컸을 텐데

세계 무역에서 농업 부문은 여러 가지 약속이 있었지만 특히 농산물에 관한 관세 인하 문제는 시장 접근성을 핵심으로 한다. WTO 협상 과정에서 농업 부문 관세 인하는 우루과이라운드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전투적이었다.

농업 부문 협상에서 급격한 관세감축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민감품목(개도국은 특별품목)을 인정하고 이들 품목에 대해 신축적인 관세감축을 허용하고 있다. 민감 또는 특별품목은 북반구와 남반구가 활용해서 관세 인하를 하거나 안 하거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홍콩 협상에서 민간보호품목 등 특별품목을 어디까지 할 것인가가 큰 쟁점이 될 것이다.

최근 미니각료회의 등을 통해 농업 부문 내에 시장 접근성과 관련 민간품목과 특별품목에 대한 장치가 생겨나고 있다. 물론 국내보조금을 줄인다는 국제적인 약속이나 진척은 아직 없는 상태이다.

다음으로, 비농산물 시장 접근성 문제다. 비농산물은 보통 공산품으로 분류되지만 공산품으로 제한된 것은 아니다. 광산이나 숲에서 나오는 토목이나 서비스도 여기 해당될 수 있다. 농림이나 해산물에 관한 협상도 포함된다.

농업부문 협상과 함께 서비스부문 협상 문제도 큰 쟁점이다. 서비스협정은 기본적으로 다자간 협상 방식으로 진행되어왔다

WTO는 투명하지 않다. 그래서 개도국들이 다 거부했던 사안을 7월 일반이사회가 합의해 버린 것이다. 비농산물 시장 접근성 문제도 모두 협상 대상에 넣었다. 결국 7월 일반이사회가 이번 각료회의의 틀을 만들어 주었다. 한편 지난 달에 큰 진전이 있었다. 10월 10일 쮜리히에서 개최된 미니각료회의에서 미국, 유럽연합과 G20이 구체적인 안을 제시함으로서 또다른 협상의 전기를 마련했다.

미국은 굉장히 공세적인 관세 인하를 요구한다. 90-95%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개도국과 선진국을 비슷한 수준으로 취급한다. 유럽연합은 자신의 농업시장에 보호적인 위상을 갖는 동시에 다른 나라는 개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비스부문의 개방을 꺼린 개도국들이 서비스협정에 보다 적극적인 협상 자세를 조성하기 위해 다른 WTO협상과 협상방식을 달리해 왔다. 나라A(예를 들어 유럽연합)의 정부는 나라B(예를 들어 한국)의 서비스시장에 진출하고자 한다면 구체적인 개방을 희망하는 서비스 업종들의 목록을 작성하여 이러한 '양허요청(request)을 한국 정부 측 각료에게 제시한다. 한국 정부는 이 목록을 가지고 재벌이나 기업들과 상의해서 결정할 수 있으며 양허를 아예 거부 할 수도 있다. 거부권이 있기 때문에 서비스협정 협상은 다른 WTO협상 보다 더 '융통성 있게' 진행하는 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서비스협정 초안에는 다자간 협상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연합 등의 강대국들이 시장개방을 꺼리는 개도국에게 공동으로 양허요청을 제출할 수 있다. 반면으로 약소국의 각료들이 그룹을 조직하여 "양허/양허요청(offers and requests)"을 협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대로 협상이 진행되면 약소국들이 연합하기 힘들 정도로 서비스협정에서의 입장차가 많고 오히려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 설정과 압박감 증대가 나타난다.

  워크샵을 끝내고 부산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담소를 나누는 자크 차이 촘통티와 통역을 맡은 정혜원 활동가
비농산물의 시장 접근성 문제도 중요한 쟁점이다. 관세 인하 방식과 관련한 논란은 무엇인지

앞에서도 말했지만 작년 7월에 칸쿤에서 죽은 비농산물 접근성 문제가 부활되었다. 그래서 칸쿤에서 죽은 그 전문을 다시 그대로 가져왔다, '모든 이슈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문장이 추가되었지만 이를 포함, 다시 전문이 검토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세 인하인데, 비농산물 관세 인하 상정 방식에서 스위스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GATT(가트) 당시 우루과이 공식은 모든 품목을 평균적으로 인하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스위스공식은 높은 것은 빠른 속도로, 공세적으로 인하하는 것이고 낮은 관세는 낮은 속도로 인하는 것이다.

인도의 공산품의 평균 관세가 80이고 미국 공산품의 평균 관세가 8% 수준이라고 했을 때, 우루과이라운드 공식으로 50% 관세 인하면 인도는 80%에서 40%로, 미국은 8%에서 4%로 떨어진다. 이것도 부당한 협상 기준인데 스위스 공식은 훨씬 더 부당하다. 말하자면 80%에서 10% 내려가고 8%에서 6%로 내려가는 공식이다.

상관계수는 낮을수록 더 위험하다. 만약 상관계수가 6이라면 관세가 급히 내려가고 30이면 천천히 내려간다. 파키스탄은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는데 개도국이 상관계수를 30으로 정하고 선진국이 10으로 하자는 제안이다.

이번 홍콩 각료회의에서 세 가지 문제가 다 거론되는가

농업부문, 서비스부문, 비농업부문 등 세가지 문제가 홍콩에서 다시 이야기될 것이다. 미니각료회의가 소기의 흐름을 가져왔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다자간 협상은 정체에 빠져 있다.

유럽연합에서 자기 시장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보조금 협상에 안 나서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G20은 유럽연합이 내놓고 있는 양허안에 불만족스러운 입장이다. 우리는 잘 감시해야 한다. 초안은 개도국의 관심사항을 반영하지 않는다.

무역협정의 큰 흐름은 FTA(자유무역협정)으로 옮겨와 있다. 그런데도 다자간 협상 방식을 홍콩에서 관철시키려는 맥락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주요 회원국들은 2004년 7월 일반이사회 기본합의틀을 유지하는 가운데, 홍콩 각료회의에서 50% 타결을 목표로 한다. WTO는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다. 여태까지 협상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다. 국가간의 대립도 그렇지만 전 세계 민중운동이 집회와 저지운동이 계속된 것도 난처한 상황을 만든 원인이다.

따라서 각 국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여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노력들이 커지면 홍콩 각료회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각료회의 자체를 중단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들은 다시 시도할 것이다. 회원국들 역시 홍콩에서 한꺼번에 다 타결한다고 보지 않는다.

홍콩 각료회의의 전망을 어떻게 보는지

아마 홍콩 각료회의 이후 2006년 3월, 6월, 9월 식으로 하던가, 여러가지 형식의 각료회의를 배치해서 2006년 말까지 협상 타결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디서 열릴지 알 수 없지만, 제네바에서 할 수도 있고 지금과 같은 각료회의 형태로 안 할 수도 있다. 작년 일반이사회처럼 진행시킬 수도 있다. 이것은 매우 위험하다. 왜냐하면 약간 관심을 덜 가졌을 때 무슨 합의를 도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WTO는 과거 실수에서 교훈을 얻는다. WTO의 정체를 아주 다각화 시켰다. 기대치를 낮춘 일반이사회이거나 미니각료회의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과거 운동에서 민중운동이 게릴라 전술을 사용했는데 이제는 WTO가 게릴라 전술을 쓴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들을 수세적으로 만든 건 우리다. 이제 북반구와 남반구 연대에 대한 우리의 대안이 필요하다. 그들의 협상 과정에서 세부적인 부분을 잘 모르더라도 걱정 안 해도 된다. 우리는 우려스런 사항에만 목소리를 높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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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꼭두각시

    글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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