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이 말한 한국인

이미 13일 집회가 다양한 언론을 통해 보도된 만큼 작은 홍콩은 WTO의 대 격돌장이 되고 있다. 행진을 할때 행진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고, 집회가 예정된 장소에서 두리번 대면 알아서 안내원이 나타나 길을 알려 줄 정도다. 행진을 하면서, 촛불문화제가 진행되는 현장에서 주변에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그들은 무슨 생각으로 그곳에 있었을까. 그리고 한국투쟁단을 보면 어떤 느낌일까.

상징적으로 '닭'복장을 하고 나온 크리스 웨이 씨

크리스 웨이 씨는 13일 집회에도 함께 했다. 닭모양의 복장 덕분에 많은 카메라 세례를 받기도 했다. 잉글랜드 인인 크리스 웨이 씨는 인터뷰를 요청하자 한국인이냐고 반문을 하더니 '다운다운 WTO' 부터 외친다. 인상적이었나 보다.

"WTO에 반대하기 때문에 나도 함께 하러 지난 일요일에 홍콩에 왔다. 닭모양을 하고 온 것은 'WTO가 그들만의 협상을 통해 상품이 가진 생명적, 자원적, 자연적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 상징적으로 입고 왔다. 나의 항의 시위 방식이기도 하다"라며 웃으며 복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크리스 웨이씨는 또한 한국인들에 대한 느낌을 전한다. 그는 "한국투쟁단과 같이 앉아 있으면 활력이 나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아 좋다"라고 덧붙인다. 또한 " 한국 투쟁단은 매우 신선하다. 난 당신들(한국인들)을 지지한다"라고 말하며 끝에 닭소리를 내어 기자를 웃게 만들었다.

난 판단할 정보가 없다. 미야케 오시마

행진하는 과정에서 길에 서 있는 일본인 남학생을 만났다. 사실 만나다 보면 한국사람인지, 중국사람인지, 일본사람인지 구분이 안된다. 우선은 '익스큐즈미'부터 던진다. 그리고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물어본다. 그나마 짧은 영어로 인터뷰를 하려면 그정도 정보라도 파악해야 한다. 홍콩사람인줄 알고 말을 걸었다가 만난 일본인 미야케 오시마 씨.

그는 "나는 학생이고 사실 WTO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파악할 수는 없다. 찬성인가, 반대인가 라는 입장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중립적인 입장에서 생각하고 싶다. 일본에서는 홍콩처럼 WTO나 세계화 문제들이 언론이나 TV에 많이 나오지 않는다. 내 생각에는 일본에서 알 수 있는 정보가 좀 적은 것 같다"라고 말한다. 일본 현지 상황을 모르니 그의 설명을 옮겨 적을 뿐.

그는 한국인들과 격차를 느낀다고 말을 옮긴다. "한국사람들이 저렇게 까지 WTO에 반대하고 나서는 그들이 좀 무모해 보이기도 하고, 그들이 가진 정보가 부럽기도 하다"고 말하며 기자가 한국인임을 감안해 말을 아끼는 것인지, 소통이 잘 안되 전달이 안되는 것인지 미야케 오시마 씨는 "한국인들이 하는 행동에 대해서, 일반적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줬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 한다.

촛불을 들고 함께 웃는 레이해드 첸

레이해드 첸씨는 촛불을 들고 있었다. 불이 타들어 가는 초를 들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한국민중투쟁단의 풍물에 흥겨워하는 모습이 참이나 보기 좋았다. 그래서 시작된 인터뷰.

"내 생각에는 지금이 매우 중요한거 같아요. 한국 사람들이 많이 와서 이렇게 저렇게 주장을 하고, 집회 시위를 하는데..사실 지금은 오전에 봤던 모습과 많이 달라요. 생각했던 것 보다 좋구요. 이런 자리가 저한테는 더 편안하네요"라고 촛불문화제가 마음에 드는 듯 진한 마음을 전한다.

레이해드 첸씨는 홍콩에 살고, 일본인을 상대로 컨설팅을 하는 사람이다. "나는 직업이 상담하는 사람이라 사실 이 시간이 되면 매우 피곤해요. 하루 종일 사람들을 대하기 때문이죠. 다들 그나마 여유로운 크리스 마스를 앞두고 있지만 난 계속 사람들을 상대하며 일을 하고 있고, 일이 줄기보다 오히려 늘고 있어 스트레스가 적지 않아요"며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다. 환한 표정 뒤에 숨겨진 피곤함이 그녀의 설명에 피곤함이 '짜안~'하게 다가온다.

"우선은 제일을 먼져 생각하게 되지만요, 홍콩에서 데몬스트레이션, 싸움을 조직하는 사람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있어요. 아침에는 신문을 보고 '이런일이 있었구나' (surprise!!)많이 놀라기도 했는데, 내가 뭘 해야 할수 있을까 고민도 되고, 내게 WTO는 무엇일까 생각도 했다"

그녀의 말이 너무 솔직해 고맙기도 하다. "지나가던 길에 큰소리가(그녀는 풍물소리를 흉내냈다) 소리가 나서 와봤다. 촛불도 좋고 지금 이 사람들의 모습이 좋다. 나도 할 수있겠다 싶어 같이 하려고 이렇게(^^) 촛불도 받고 같이 하고 있다. 나와 같이 다른 홍콩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자리여서 이것은(촛불문화제) 좋은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설명을 한다.

본인도 WTO가 가져오는 해악에 대해 부정적이다라고 밝힌 그녀는 한국민중투쟁단의 싸움에 대해 '열심히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어서 좋다.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는 많지만 그래서 이 자리에 이렇게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웃는다. 그런 홍콩 사람들이 있어 민중들의 '반WTO투쟁'은 외롭지 않은 것 같다.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양하다. 이 기사 뿐만 아니라 참세상 기사 곳곳에는 다양한 인터뷰들이 있다. 홍콩 언론의 1면을 장식하는 집회의 장면들이 선정적이고 폭력적일지라도, 홍콩 시민들은 그 이면에 함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국민중투쟁단이 해야할 일은 어떻게 싸우는가보다 왜 싸우는가에 대한 근거를 대중적으로 풀어가는 것, 홍콩에서 반WTO의 상징으로 떠오른 한국민중투쟁단이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덧붙이는 말

인터뷰 번역은 장창환 목사님과 야스다 유키히로 씨가 도와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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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 홍콩 , 생명자원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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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꼭두각시

    글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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