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탄' 그리고 '경고' 기자회견

민중투쟁단,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기조연설 초안 수정 규탄'

'WTO 홍콩 각료회의 저지를 위한 한국민중투쟁단'이 15일 오후 1시 빅토리아 공원에서 '14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기조연설문 초안 수정 사건'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윤금순 전여농 회장

어제 늦게 홍콩에 도착한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은 "한국에서는 지금 농림부나 통상협상단이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WTO 의제를 받아들이겠다 말하고 있다. 이렇게 피해를 받고 있는 농민이 있는 한국이 받아들일 테니 한국의 모범을 따라 타결의 노력을 해 달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농림부, 통상협상 담당자에게 '제나라 민중을 팔아 자기의 영리를 유지하려 하는 작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후 예정된 일정을 고려, 시간 관계상 각계발언을 생략하고 윤금순 전여농 회장의 규탄 기자회견문 낭독으로 마무리 됐다.

'농업양보' 운운하는 정부 협상단을 강력히 규탄한다.

홍콩에서 열리는 WTO 각료회의에 참가하고 있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오후에 있을 기조연설에 앞서 기자단에 배포한 연설문 초안에서 협상진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농업부문 등 민감한 품목에 대해서도 신축적인 용의가 있으며, 협상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가 문구를 삭자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결국 최종 기조연설에서 문제의 문구는 삭제되었지만, 우리는 이것이 정부의 협상에 임하는 자세와 기조를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한다. 실제 정부는 일관되게 농업 포기를 강요하는 농업 구조조정 정책을 추진해 왔고, 쌀 개방 협상 비준안 통과를 국회에 독촉하는 등 우리의 우려를 충분히 뒷받침할만한 모습만을 보여주었다.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 자살하는 농민이 줄을 잇고, 이를 막아보자고 농업의 근본적인 회생을 위한 대책을 요구하는 농민의 투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는 커녕 무대책으로 일관하며, 심지어 경찰의 폭력으로 이를 짓밟고 있다. 고 정용품 열사, 고 오추옥 열사, 고 하신호 열사가 이미 돌아가셨고, 15일 대회에서 참가했던 홍덕표 농민이 경찰에서 맞아 사경을 헤메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현재 홍콩 현지에는 약 1,500여명에 이르는 한국 민중들이 WTO협상 중단하라는 요구를 가지고 투쟁하고 있다. 한국 농민들은 바로 어제 자신들의 생존을 지키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국의 낯선 곳에서 바닷물에 뛰어드는 투쟁도 서슴지 않았다. 회담장 바로 앞 바닷가에 몸을 던진 농민들의 목소리 조차 외면한 채 바로 다음날 농업을 양보할 수도 있다는 문구를 기조연설에 넣는 것은 한국 농민들을 국민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인가!

신자유주의 세게화의 첨병 WTO는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 민중에게 재앙을 가져다 주었음이 점점 명백해지고 있다. 세계 수많은 민중들이 WTO,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투쟁을 날로 강력하게 벌여내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한국민중투쟁단은 이 재앙을 막기 위해 홍콩에 왔고, 민중의 권리를 위해 힘차게 투쟁하고 있다.

농업을 양보할 수도 있다는 한국 정부의 태도는 단지 농민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고, WTO 협상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인 만큼 WTO 각료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홍콩에 온 한국민중투쟁단, 나아가 한국 민중 전체에 대한 도전이다. 우리는 이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김현종 통상본부장을 비롯한 한국 협상단의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를 요구한다. 나아가 만약 협상의 과정에서 정부의 태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홍콩 현지에서 강력한 응징 투쟁을 벌일 것을 경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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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꼭두각시

    글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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