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수감 11명 불구속 결정, 홍콩 교회 거주 키로

한국정부 끝까지 신원보증 안서, 한국민중투쟁단 "반드시 응대 할 것"

17일 반 WTO 집회 이후 연행, 구속 수감됐던 한국인 11명과, 일본 대만인을 포함해 13명과 관련한 23일 재판에서 홍콩재판부는 '불구속 수사'를 결정했다. 홍콩재판부는 셰키메이(Shek kip mei)에 위치한 쉼오이교회(shum oi church)에 지정 거주할 것을 결정하고, 구속자 각각 홍콩달러로 2500달러(한국돈으로 약 35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이날 전원 석방시켰다. 여권을 압수당한 이들은 이제 불구속 상태에서 홍콩법에 따라 정식 재판 절차를 밟게 된다. 이날 5시 10분 부터 석방 되기 시작한 구속자들은 준비된 차량으로 이동했고, 양경규 민주노총 참가단장은 기자회견을 자처 해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당신들이 부끄럽다. shame on you

23일 재판 예정시간은 오후 2시 30분. 재판 시작은 지연됐고, 이미 재판장은 발디딜 틈 없이 참관자들로 가득했다. 그 틈을 비집고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열린우리당에 대한 항의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국 국회의원들이 재판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들은 홍콩 현지 언론들이 지연되는 시간을 이용해 인터뷰에 나서며 국회의원들 앞에로 기자들이 몰리자 방청석 곳곳에서는 "No Interview, They are farmer killers"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후,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외쳐졌다. 한 외국인은 'Shame on Korea Government'라고 외치기도 했고, "쌀비준 통과 시키고, 비정규 개악안 내놓고 있는 당신들이 무슨 자격으로 여기에 오냐, 당장 나가라"는 외침도 있었다. 이날 자리를 지키고 있던 열린우리당 의원은 양승조(변호사), 서혜석(국제변호사), 이영호(농해수 DDA 위원)의원 등 3인 이었다.

재판이 지연되는 동안 다른 곳에서는 '총영사로 부터 신원보증을 받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했다. 이미 변호사를 통해 '정부'를 통한 보증이 가장 확실하다는 정보를 얻은 한국민중투쟁단 활동가들은 정식 공문을 통해 정부에 이들에 대한 '신원보증'을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장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부총영사는 예정된 재판 예상시간을 훨씬 지났음에도 '좀더 기다려 보자'는 말만 반복했다.

김장호 민주노총 참가단은 총영사와의 전화통화를 시도하며 "총영사의 결단을 부탁한다"라며 "정부가 신원보증을 못서면 누가 서냐"라고 반문, 신원보증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후 "정말 이러실 겁니까. 자국민 보호의 기본 요건인 신원보증도 못한다면 영사관이 하는 역할이 뭡니까"라며 격분하며 따졌다. 다른 한국인들은 법정에 서있던 부총영사에 대해 "어차피 국민도 못챙길 영사라면 나가라"며 책임을 물기도 했다. 결국 이날 한국정부는 결국 이들에 대한 신원보증을 끝내 하지 않았다.

같은 시간 한국에 있던 이영호 외교통상부 영사과장은 11명의 수감자의 보석 관련 신원보증을 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현지 상황이 실무선을 떠나 이루어지는 문제가 있고, 법정 상황이 진행되고 있어 총영사관이 보석 관련 신원보증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영호 영사과장은 "지금까지 신원보증 요청에 대해서는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결국 중앙 정부에서 '신원보증'의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홍콩주재 한국총영사관도 신원보증에 나서지 못했던 것이고, 한국정부가 철저히 한국인들에 대한 기본적인 신원보증을 끝까지 거부한 것이다.

  양경규 민주노총 참가단장이 석방 이후 법원앞에 나와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기립 박수로 시작된 재판

약 3시 경 재판장이 입장하고, 정식 재판이 시작됐다. 이후 구속자들이 일렬로 법정에 들어서자 '지지합니다'라는 구호가 외쳐지며 기립박수와 'Release'와 'Down Down WTo'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한 명씩 입장하던 구속자들은 처음에는 놀라는 반응이었으나 곧 기립박수 속에 참관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주먹쥔 손을 들어보이며 법정에 들어섰다. 18일 부터 6일을 홍콩 경찰의 여락한 유치장에 머물었던 이들은 수염이 덥수룩 했고 다소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참관자들의 지지에 다소 힘을 얻은 듯 방청석에서 아는 얼굴을 찾아 눈 인사를 하기도 했다.

홍콩 재판부는 구속자들의 다양한 국적에 근거해 통역자들을 배치하며 재판 과정에 대한 설명을 대신했다. 재판이 시작돼 검찰측에서는 "경찰이 가진 1900여장에 이르는 사진과 60여개가 넘는 비디오 테입을 조사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다"며 추가 조사 기간 1주일을 더 요청했다. 변호사측은 "불구속 상태에서의 추가 조사"를 요청하며 보석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홍콩 재판부는 "한국 농민들의 집회가 경미한 수준이었고, 검찰이 요구하는 시간까지 구금하기에는 시간이 길다"며 보석을 허가했다.

2번에 걸친 정회 과정에서 보석신청의 전제가 됐던 보증인에 대한 문제와 보석금액이 조율됐다. 처음에는 조셉쩐(陳日君) 천주교 홍콩 주교와 홍콩에 거주하며 통역을 도와줬던 장대업씨의 보증이 전제 조건이 되는 듯 했으나, 재판부는 "보증 조건과 상관 없이 단순 보석 금액 액수를 일인당 2500달러로 확정한다"고 결정했다.

  불구속 수사 소식을 들은 홍콩시민들이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 하고 있다.
판사의 판결이 확정되자 법정 전체에는 환호와 탄성 그리고 박수가 쏟아졌다. 곳곳에서는 서로 서로 격려하고, 끌어안으며 기쁨을 같이 나눴고, 눈물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긴장된 표정으로 피고석에 서있던 구속자들도 판사의 결정을 듣고 한시름 덜은 듯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또 다른 곳에서는 결정된 보석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 서주했다. 홍콩민중동맹(HKPA)은 22일 국제민중행동의 촛불 문화제에서 모금한 금액 및 그간 모금해 왔던 돈을 보석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불구속 수사의 판정을 받은 이들은 이날 여권을 홍콩 법원에 반납하고, 경찰에서 발급하는 별도의 신분증을 발급 받게 된다. 또한 이들이 머물 예정인 샤킵메이(Shek kip mei)에 위치한 shum oi church는 홍콩 천주교회가 운영하는 교회이다.

다음 재판은 일주일뒤인 12월 30일 2시 30분에 열릴 예정이다. 또한 홍콩 검찰은 불법집회 외에도 경찰관 폭행이나 공공기물 파손 등 처벌 혐의를 입증할 근거를 보강해 다음 재판 때 추가 기소한다는 방침이어서 재판 결과는 좀더 지켜 봐야 할 상황이다.

불구속, 아쉽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아쉽게도 이날의 재판 결과는 이들에 대한 무죄 석방이 아닌 추가 조사가 전제로 된 불구속 수사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이들의 여락한 유치장 상황을 고려, 불구속 수사 결정에도 '우선 환영' 하는 분위기였다. 재판에 대한 대응은 이제 과제로 남은 상황이다.

재판 결과가 알려지자 법정에서는 구호화 환호가 이어졌고, 법정 밖에서는 홍콩 시민들의 노래와 춤이 이어졌다. 그간 홍콩 역사상 20년 만에 온 추위라는 날씨 속에서도 법정 앞에서 모포와 침낭만 둘러쓰고 노숙 투쟁을 전개했던 홍콩시민들도 즐거움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불구속 수사 방침이 정해지자 구속자들을 법원에서 교회로 이동시키는 작전이 시작됐다. 현재 구속자들은 아이덴티피케이션 퍼레이드(identification parade)를 거부하고 있다. 이 방식은 일반 범죄 영화에 자주 등장해 범인을 색출하는 방식으로 구속자들과 비슷한 여러 후보들을 일렬로 세우고 증인(경찰)이 관련 범인을 지목해 증거 자료로 축적하는 과정이다.

현재 구속자들의 경우 한국인과 중국인이 외모가 틀린 상황에서 아이덴티피케이션 퍼레이드를 할 경우 '당연 지목'될 가능성을 고려해 거부하고 있다. 이날 재판 이후 혹여 신문에 사진이 나가 이후 아이덴티피케이션 퍼레이드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겠다는 판단하에 얼굴을 가리고 경찰의 지정된 통로, 교통편을 이용해 교회로 이동했다. 그러나 양경규 민주노총 참가단장은 이날 기자들 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법원 앞에서 대기하던 언론인들을 향해 양경규 단장은 "영화를 통해 홍콩을 알았지만, WTO 투쟁을 통해 진정한 홍콩을 알았다. 홍콩 민중들의 마음 그리고 시민들의 지지와 성원에 감사드린다. 투쟁의 성과는 사실상 성과 없이 마무리 된 홍콩 각료회의 일 것"이라며 "구속된 대만, 중국, 일본, 한국인들, 우리의 투쟁은 정당했다. 이는 이후 재판과정에서 밝혀 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날 11시 부터 쿤퉁 법원앞에서 집회를 하며 구속자들에 대한 '무죄 석방'을 기원했던 홍콩시민들은 연행자들이 모두 떠나는 그 순간까지 법원 앞에서 재판 결과를 함께 나눴다.

기자회견을 마친 양경규 위원장은 이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투쟁으로 만난 홍콩 시민들에게 정말 감사 드리고, 지금껏 같이 해준 홍콩민중동맹(HKPA)에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진심의 마음을 전했다. 또한 자리에 같이 있던 박민웅 전농 사무총장은 "국민을 버린 한국 정부에 대한 응수의 투쟁을 준비할 터"라며 정부에 대한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6시 5분 마지막 13번째 구속자가 경찰을 떠난 이후 7시 30분 경 shum oi church에 모여 한-일-대만 구속자들과 그 일행들이 모두 모여 서로 격려의 인사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그간 실무 역할을 했던 홍콩민중동맹(HKPA)의 수잔씨는 "여러분들이 홍콩에서 보여준 운동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의 운동은 같은 것이다"라며 일차적인 석방이라는 점에 중점을 두며 환영의 인사를 나눴다. 모두 모인 구속자들과 남은 한국민중투쟁단은 그간의 인사와 안부를 물으며 "이후가 더 중요하다. 모두 열심히 잘 해나가자"고 서로를 격려했다.
  이들이 준비해온 다양한 피켓. 50여명의 시민은 이날 오전 11시 집회 부터 저녁 7시까지 이어진 기자회견 끝까지 같이 했다.
태그

천부인권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홍콩취재팀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투쟁단이 대부분 돌아왔다고 들었는데 끝까지 남아서 저분들의 소식을 전해주는 참세상 기자들 감사드립니다. 보수 언론이 외면한 진실이 여기 다 있군요. 앞으로도 참세상의 멋진 활약 기대해 보겠습니다.

  •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투쟁단 여러분께 깊은 찬사를보냄니다. 어럽고 지쳐서쓰러질때 섬광처럼 불씨가 되어 주세요 참세상 동지여러분 핫팅

  • 꼭두각시

    글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길..............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