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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속에서 얻는 희망의 힘

[해방을 향한 인티파다](29) - 언젠가 보게 될 해방된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에 온지도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곳을 갔었다.
그리고 상황은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다.
이스라엘의 점령에 대한 생각 없이 그냥 지나다니면 정말 별 일 없는 곳이다.
여느 곳처럼 사람들은 오가고, 가게에서는 물건을 팔고, 아이들은 뛰어 놀고, 차들은 달리고…….
 
그런데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상황은 확 달라진다.
거리를 걸어서만은 알 수 없는 얘기들이 그야말로 넘쳐 난다.
누군가 나보고 그랬다.
길을 다니면서 점령 때문에 문제 있는 사람 있는지 인터뷰를 해 보라고, 그러면 사람들이 줄을 설 거라고.
실제로 그렇다.

그 사람이 노동자든 농민이든 변호사든 어린 아이든 누구도 점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인지 아침에 집을 나설 때면 가슴이 콱 막히고, 요즘은 장벽과 체크포인트를 쳐다만 봐도 두통이 온다.
집에 돌아올 때면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친다.
늘어나는 것은 욕과 담배다.
 
▲ 제루살렘에 있는 다마스커스 게이트 앞에서 본 하늘
 
그런데 내가 이 곳에 와서 가지게 된 것은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을 할 때보다 더 큰 희망이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왠지 희망 같은 게 생긴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누가 들으면 미쳤냐고 할지도 모른다.
‘이 꼬라지를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냐!’고도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온갖 짓을 저지르고도 '보안상의 이유'라는 것 말고는 아무 대답이 없듯이 나도 내가 가지는 까닭 없는 희망에 대해서 '사람들을 만나니깐 그렇대'라는 것 말고는 다른 대답을 하지 않으련다.
할 방법도 없고.
 
▲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만난 쌍둥이. 이 아이들이 자라고 내가 다시 팔레스타인을 찾았을  때 점령의 역사를 과거의 일처럼 말할 수 있길 빈다.
 
상황은 어렵다.
세월이 가면서 나아지기는커녕 여러 가지 부분이 점점 어려워져만 간다.
하지만 난 믿는다.
억압 받는 이들의 해방을 향한 의지와 용기,
국경을 넘는 인간의 연대가 만들어내는  희망의 힘.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하고, 얼마의 사람이 더 고통 받아야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 우리는 해방된 팔레스타인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힘이 얼마나 위대한 지를 실천의 역사 속에서 스스로 증명 받게 될 것이다.
- 가자지구에 들어가기 위해 열흘째 대기 상태인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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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종복

    팔레스타인에서 평화를 찾는 모습이 잘 그려졌네요.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워져요. 모두들 힘내세요. 오늘도 가난한 이들이 평화로와지는 세상을 찾아서 힘찬 발걸음을 내딛어요. 천천히 하지만 쉼 없이.

  • 은종복

    팔레스타인에서 평화를 찾는 모습이 잘 그려졌네요.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워져요. 모두들 힘내세요. 오늘도 가난한 이들이 평화로와지는 세상을 찾아서 힘찬 발걸음을 내딛어요. 천천히 하지만 쉼 없이.

  • oversmiler

    깊어가는 어둠속에서 오히려 더 힘을 얻게 되는 좋은 말씀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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