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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이여 해방이 온다

[해방을향한인티파다](30) - 점령의 바다 야파에서 남긴 말

오늘은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 가운데서도 지금은 이스라엘이라고 불리는, 지도를 보면 지중해 바다 쪽에 있는 야파를 찾았습니다. 흔히들 팔레스타인 하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얘기하기 쉽지만 지금 이스라엘이라고 불리는 곳도 분명 팔레스타인이긴 팔레스타인입니다. 이스라엘이라고 불리는 지역이 48년 전쟁에서 점령되고, 가자지구와 서안지구가 67년 전쟁에서 점령되었을 뿐.

야파로 가기 위해 제가 지금 머물고 있는 라말라를 떠나 동제루살렘으로 갔습니다. 그러곤 다시 서제루살렘로 갔습니다.

제루살렘이면 제루살렘이지 동은 뭐고 서는 뭐냐고 하실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서제루살렘은 48년 전쟁으로, 동제루살렘은 67년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입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67년 전쟁에서 다 내쫓지 못한 동제루살렘 팔레스타인인들을 어떻게든 내쫓으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인들은 일부러 이주 시키고 있구요. 그야말로 전쟁이 지금도 계속 되고 있는 것입니다.

  로드 넘버 원. 길 왼쪽이 서제루살렘이고 오른쪽이 동제루살렘

48년 전쟁의 휴전선이었던 길을 사이에 두고 제루살렘이 동과 서로 갈리면서 양쪽을 다녀보면 엄청난 차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가운데 무슨 장벽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인간이 억지로 만들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사람들의 생김새, 가게 간판, 도로 상태 심지어는 어느 요일에 거리가 한산한지도 다릅니다. 동제루살렘과 서안지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커다란 시내버스도 서제루살렘에서는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안에는 단순한 차이를 넘어 심각한 차별과 억압이 존재하고 있구요.

  버스 터미널 입구에 있던 검색대

동제루살렘에서 서제루살렘으로 넘어와 버스 터미널로 갔습니다. 그리고 이젠 익숙하지만 별로 달갑지 않은 과정을 거칩니다. 짐검사를 받는 거죠.

1시간쯤 버스를 타고 텔아비브로 갔습니다. 지금은 이스라엘이 ‘텔아비브-야포’라는 이름으로 이 지역을 부르고 있나 봅니다.

전쟁으로 점령한 뒤에 야파에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내쫓고 거기를 이스라엘 땅으로 만든 거죠. 그러고 나서는 텔아비브에 합병시켰다고 합니다.

  야파 거리에 있던 야파의 역사 해설 간판. 1950년 텔아비브와 야파가 통일되었다고 쓰여 있습니다

야파에 있던 역사 해설 간판을 보면서 역사는 누가, 어떻게 읽느냐가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점령을 한 입장에서는 통일이니 뭐니 할지 모르지만 땅을 빼앗기고 도망가야 했던 팔레스타인인들의 입장에서는 점령과 강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제루살렘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스라엘 관광부에서 만든 [제루살렘]이라는 여행 안내책에 보면 제루살렘이 1948년에 이스라엘의 수도가 되었고, 1967년 ‘6일 전쟁’에서 통일되었다고 되어 있습니다. 일제가 조선을 삼키고 일본과 조선이 통일되었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태도입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만나 제루살렘 얘기를 하다보면 야파의 경우를 예로 드는 때가 있습니다. 야파에서 그랬던 것처럼 땅을 빼앗기고 내쫓기고 있다는 거죠.

  야파

야파는 참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따뜻한 날씨, 시원한 바람, 넓고 깨끗한 바다, 건물 하나하나가 오랜 역사를 담고 있을 법한 시내 거리.

자전거를 타는 사람, 낚시를 하는 사람,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 사람, 바닷가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 바다 풍경만으로는 이곳이 해운대가 아닐까도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점령지라는 것입니다. 일상처럼 거리 곳곳에서 만나는 군인들, 히브리어 간판들 그리고 ‘웰컴 투 이스라엘’이라고 우리에게 인사를 하는 사람들.

솔직히 많은 것들이 짜증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목도 마르고 배도 고팠지만 아무 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야파 거리를 둘러본 뒤 다시 바닷가로 갔습니다. 함께 간 한국인 친구 한명에겐 야파에 꼭 와야 하는 사연이 있었습니다. 요르단에 있는 이슬람이라는 친구 때문입니다.

이슬람의 부모님은 야파 출신입니다. 이스라엘에게 쫓겨나 지금은 요르단에 살고 계시는 거죠. 그리고 부모님도 이슬람도 야파로 올 수 없습니다. 이유야 이스라엘이 못 오게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친구가 부탁을 했습니다. 자신은 갈 수 없으니 팔레스타인에 가게 되면 꼭 야파로 가서 사진도 찍고, 자신의 이름이라도 남겨 달라고…….

  벗이여 해방이 온다

바닷가에서 우리는 이슬람의 뜻대로 글도 남기고, ‘그날이 오면’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민중의 노래’ 등도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 곳,
땅도 하늘도 바다도 점령된 야파에서 우리가 꼭 하고 싶은 말을 모래 위에 썼습니다.

“벗이여 해방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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