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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진 구간에 바위와 돌망태 부어 수심 절반 이상 줄어

[주용기의 생명평화이야기](18) -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 현장

2006년 2월 24일 저녘, 부안새만금생명평화모임 회의가 끝난 후 밖을 나오는데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찾아온 한 사람을 만났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에 양해를 구한다. 편의상 “김”씨라 하겠다.) 2000년 해창갯벌에 장승을 세울때 포크레인 작업을 하던 사람이다. 그는 배도 가지고 있다. 급하게 말을 건넸다.

“언제 시간이 있으면 현재 신시도 배수갑문 공사 현장과 방조제 공사 상황, 바지선으로 터진 구간에 바위와 돌망태를 붓고 있는데 수심을 확인하기 위해서 함께 배를 타고 나가 봤으면 한다”고 말을 붙였다. 그랬더니, 흔쾌히 “그렇게 하자”고 답한다. 날짜를 생각하더니, 내일 가잔다.

2년 전에 법원으로부터 ‘새만금 방조제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이 내려졌을때 몰래 물막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음을 폭로하기 위해 현장 확인할 때도 같이 배를 타고 돌아본 일이 있었다. 염기동 부안독립신문 편집국장(사진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간이 있으면 같이 가자고 했다. 흔쾌히 동의한다. 염기동 국장은 새만금 관련 행사나 현장을 둘러 볼 때 같이 가자고 하면 거부하는 일이 없다.

작년 3월 11일 즈음, 1호 방조제 앞에 새로운 갯벌이 생겼다고 농업기반공사(현 한국농촌공사)가 보도자료를 냈을 때, 같이 현장에 나가 갯벌지역 사진을 찍고 그 사진 찍은 위치를 표시해 놓기도 하였다. 그리고 지난 달 13일엔 새만금 물막이 방조제 공사에 사용하기 위해 바위와 돌을 캐오는 석산들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같이 찍은 일도 있고, 여러 차례 같이 다녔다. 내가 차가 없어 기동성이 떨어지는 것이 안타까워서인지 다른 일정이 급하지 않으면 현장에 같이 나간다. 내가 차가 없고 돈이 별로 없어도 지금껏 새만금 갯벌 살리기 운동을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도움을 주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 9시 10분경 염 국장과 전시관 앞에서 만난 후, 1호 방조제를 지나서 가력도에 새로 만들어진 포구에서 김씨를 만났다. 벌써 나와 배를 탈 수 있도록 정박해 놓았다. 염 국장이 준비해 온 잠바와 고무장화를 신고 비디오와 카메라를 들고 배에 올랐다. 포구는 방조제 내측의 어선들이 밖으로 나와 어업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크지 않다. 김씨는 “파도가 세게 치면 배가 침몰하는 경우도 있다”며 “포구 안쪽 저기에는 선외기가 침몰 상태로 있다. 선주는 배 보상을 받고 떠났다”고 한다.

포구를 나와 가력배수갑문을 앞을 지나 1.6km가 터져 있는 구간(편의상 ‘가력구간’으로 부름)으로 향했다. 새만금 국민회의가 현장 순례를 할 때마다 끝단에 와서 터진 구간을 보았는데 직접 배를 타고 가는 것이다. 방조제 바깥에서 방조제 준비 상황을 보니, 산 더미처럼 바위와 돌망태들이 쌓여 있다. 하나의 산을 이루고 있다. 트럭들은 돌과 바위를 부어 놓았고, 돌망태는 차곡차곡 대략 6개씩 정렬을 지어 쌓아놓았다. 농업기반공사, 현대건설 팻말이 보인다. 자랑스럽게 말이다.



터진 구간에 도착하니, 바지선 여러 대가 바위를 바닥에 들어 붓고 있다. 현재시각 9시 45분이다. 수심을 주의깊게 관찰했다. 그런데 방조제가 건설되지 않는 지역의 수심이 거의 균일하게 11.8m이던 것(사진 1)이 방조제가 건설될 지역으로 천천히 다가가자 7m, 9.5m 사이를 불규칙하게 오르락 내리락 한다(사진 2). 바위와 돌망태를 가져다 부은 흔적이다. 상당히 높아진 것이다. 두세달전만 하더라도 수심이 20m 이상 되던 곳이다. 한국농촌공사 측에서는 현장수례 때마다 “수심이 20m 가까이 된다”고 하였다.

군산외항 기준으로 만조 시각이 오후1시 42분에 606mm이고, 간조시각이 오전 7시 21분에 129mm이다. (나중에 다른 어민에게 들으니, 이 곳이 30분 정도 늦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수심이 더 깊어지기는 할 터이지만,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10m가 넘지 않는 지역이 많을 것 같다.

방조제가 건설될 자리를 벗어나 물이 흘러나가는 방조제 외측으로 나가자 9시 50분 경에 수심이 33m에서 29.1m까지 깊어진다.(사진 3) 그렇다면 20m가까이 쌓았다는 결론이다. 아찔하다. 그동안 계속 돌과 바위를 갖다가 붓더니, 이렇게까지 수심이 낮아졌을 줄이야. 어떻게든지 무조건 막고 보겠다는 심보가 훤히 보인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밖에서만 외치고 있으니, 나 자신이 한심스럽다. 몇 군데를 오가면서 수심을 계속 확인했다. 거의 모든 구간이 이 정도고, 가력도 쪽에 가까울수록 수심이 더욱 낮다.

다시 신시배수갑문 옆에 터져 있는 신시구간(편의상 부른다)으로 향했다. 터진 구간을 벗어나자, 신시구간과 가력구간 사이에 쌓아놓은 방조제 옆을 지나가자, 9.4m에서 9.7m 정도로 수심이 일정하다(사진 4). 방조제 외측으로는 김 양식이 즐비하다. 갑자기 김씨가 다급하게 부른다. “저기 돌고래요”. 눈을 휘둥그레 하면서 처다 보니, 한 마리가 자맥질을 하고 있다. 배를 멈추고 비디오 카메라로 초점을 맟추려 하자, 깊이 들어갔는지 안 보인다. 다시 건설된 방조제 옆으로 계속 지나갔다. 돌망태들이 엄청나게 늘어서 있다.

이제 신시배수갑문 관리실이 보인다. 배수갑문은 만들기 위해 가물막이를 걷어내기 위해 트럭과 포크레인이 연신 작업을 하고 있다.



터져 있는 신시구간을 통과하면서 수심을 확인했다. 10시 20분 경 신시구간으로 흘러나오는 물길에 다다르자, 수심이 45.7m에 이른다(사진 5) 먼저 신시배수갑문 가물막이를 얼마나 걷어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야미도 쪽으로 향했다. 배수갑문을 정면으로 바로 보니, 정면의 가물막이를 걷어내여 방조제 수문까지 물이 찼다(사진 6). 트럭과 포크레인, 준설 크레인이 굉음을 내며 이를 걷어내느라 한창이다. 이 가물막이만 모두 걷어내면 방조제를 열고 본격적인 물막이 공사가 진행될 것이다.

다시 10시 52분경 방조제가 건설될 지역에 이르러 수심을 확인했다. 수심이 18.1m에서 20m를 오르락 내리락 한다(사진 7). 무려 25m 넘게 바닦을 쌓아 올린 것이다. 정말 아찔하다. 터져 있는 구간에서 물살의 흐름을 타듯 뿔논병아리 한 마리가 물 위에 떠 있다.

방조제 끝단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끝단 지역으로 행했다. 2003년 8월 경 서울행정법원 1심 재판부가 ‘새만금 방조제 공사 가처분 신청’을 내렸을 때 당시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는 이대로 방치하면 방조제가 다 무너질 것처럼 보도자료를 냈고, 이를 방송과 언론이 그대로 방송했음은 물론 특히 연합신문 사진기자가 옆에 일부 무너진 것을 그대로 보도하면서 피고측이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했고, 결국 1주일 후 보강공사를 허용하는 결정을 내리게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내가 직접 배를 타고 들어와 끝단부를 확인해서 무너지지 않고 있음을 사진을 찍어 법원에 제출한 적이 있었다. 3년 전에도 그랬지만, 허물어진 흔적이 없다. 허물어졌다면 새로운 바위들이 들어나 따개비와 고동 종류가 없어야 하는데 잘 부착해 살고 있다.

다시 되돌아 나가기로 하고, 가력 구간으로 향했다. 다시 돌고래가 보인다. 두 마리다. 비디오를 찍으려고 하자, 또 보이지 않는다. 가마우지도 날아간다. 다시 가력구간에 이르러, 두 지역의 끝단부를 확인했다. 무너진 흔적이 없다. 가력도에 가까운 끝단부에는 버스가 한 대 정차하더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안내판에 둘러선다. 한국농촌공사측의 설명을 듣는 모양이다. 터져 있는 구간을 보면서 어떤 생각할 할까 궁금하다.

일반 사람들에게 흔히 이런 말을 듣는다. 새만금 사업을 반대하려면 공사를 하기 전에 반대하지, 지금까지 막대한 예산이 들었고 방조제 물막이가 조금 밖에 남지 않는 이 상황에서 왜 공사를 중단시키자고 주장하느냐고 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 때마다 아직 2.7km를 통해 바닷물이 거의 예전처럼 유통되고 있다면서 이만큼이라도 터져 있는 것하고 막히는 것하고는 180도 다른 상황이 된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일단 찬성 쪽에 있는 사람들은 막무가내로 들으려 하지 않는다. 부안에서 대자보 붙이다가 한 주민과, 서울에서 허정균 선생과 택시를 타고 가다가 고향이 전남 영광이라는 택시기사와 말다툼하던 기억이 난다.

터진 구간이 더이상 막히지 않기를 기도하며 터진 구간을 계속 응시했다. 다시 가력배수갑문앞에 다다랐다. 김 선장은 “가력배수갑문을 완공한 후 가물막이를 모두 걷어내지 않았다”며 수심을 확인해 보자고 한다. 수심을 확인해 보니, 10m 폭으로 울퉁불퉁하다. 배수갑문을 얼었을 때 담수호가 과연 잘 빠져 나갈지 의문이다. 배수갑문에 가까이 다가갔다. 폭이 30m, 높이가 15m라고 한다. 문짝이 8개다. 신시배수갑문은 문짝이 10개니까, 모두 합치면 18개, 그래서 전체 폭이 540m다.

2.7km정도로 터져 있는 현 상황에서 거의 해수가 그대로 유통되고 있는데, 이를 막아버리고 배수갑문을 통해 해수유통한다면 ‘해양연구원’이 보고서를 통해 예측하건대 46%의 갯벌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담수호물을 -1.5m로 유지하면서 집중호우시 갑문을 열어 담수를 빼낸다고 하였나, 강우량 200mm 이상일때 물을 빼는데 75시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결국 방조제 내측에서 막대한 침수피해가 일어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배수갑문 바로앞 수심이 12시 현재 7.5m이다(사진 8). 그런데 배수갑문을 지탱하는 콘크리트벽에서 누런 녹물이 흘러나온다(사진 9). 그리고 배수갑문도 도색을 잘못 했는지 덧칠한 흔적이 보인다. 부실공사로 추정되는 흔적이다. 배수갑문에 바닷물이 닿은 흔적이 보인다(사진 10). 제법 높게 올라갔다.
자세하게 둘러보았다고 생각했지만, 다시금 수심을 확인하기로 하고 포구를 나왔다.

3월 1일, 이 날은 백중사리로서 군산외항 기준으로 간조시각이 오전 10시 53분에 -31mm이고, 만조 시각이 오후 16시 36분에 724mm이다. 다시 방조제 터진 구간과 1호 방조제 외측에 갯벌이 얼마나 드러났는지를 확인하기로 결심하고 전주에서 아침 9시에 전주를 출발하여 버스와 택시를 타고, 이씨라는 선주를 만나 가력도 포구에 도착하니 10시 30분쯤이다.

이씨는 포구의 한쪽 공사를 가리키며, “밑바닥 작업도 안하고 콘크리트 벽을 쌓더니, 이제 와서 바닥작업을 하고 있다”며 “저 상태로는 배가 정박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리고 “선착장에 배수구도 만들어 놓지 않아 앞으로 문제가 될 것이다”며 “어민을 개똥으로 안다”고 분을 토한다.

터져 있는 가력구간으로 향했다. 가력배수갑문앞으로 지나자, 25일에 수심 확인 시 가물막이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흔적이 보인다. 돌들이 제법 많이 밖으로 드러나 보인다. 수심 탐지기가 고장이다. 안타깝다. 다시 가력구간에 도착하니, 물이 가장 빠져 있는 시간이어서인지 가력도쪽 끝단부에서 신시도 방향으로 터진 구간에 바위들이 물위에 살짝 드러나 보인다. 그리고 파도에 물거품이 이는 지역도 보인다. 밑바닥 작업이 상당히 진행되었음을 확인해 주는 것이다.

터진 구간 왼쪽(방조제 외측에서 내측으로 바라볼 때)으로는 바닥작업이 물살에 떠내려 가지 않도록 바지선 3-4대를 서로 붙여 놓고, 2톤의 돌망태 10다발 정도를 한 쪽에 모아놓더니 포크레인으로 한꺼번에 몰아넣는다. 물살에 돌망태가 떠내려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비디오를 찍고서 밖으로 나오니, ‘끝막이D-23’이라는 간판이 크게 붙어 있다. 1호 방조제를 따라 나오다가, 방조제 외측의 갯벌 지역을 바라보며 사진 촬영을 하고 다시 계화도로 향했다.

벌써 어민들이 갯벌에서 나와 한 도매점 앞에서 조개를 크기별로 나누고 있다. 한 어머니에게 요즘 바닷물이 흐름이 어떻냐고 물으니, “얼마 전부터 이전보다 물이 많이 빠지지도 않고 물이 많이 들어오지도 않는다”며 “물막이 공사가 많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하신다. 모두들 불안한 모습이다. 물막이 공사 현장의 상황이 어민들의 말에서 다시 확인된 것이다.

한국농촌공사측은 ‘새만금 방조제 끝막이 공사 대책본부’까지 구성하여 3월 초에 새만금전시관앞 1호 방조제 입구에서부터 외부인 차량을 통제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양쪽 배수갑문을 열어 유속이 느려지게 해 놓고, 3월 6일부터 17일까지 터진 구간에 돌망태와 바위를 가져다 붓는 밑바닥 높임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고, 17일부터 23일까지 7일간 준끝물막이 공사를 하며, 3월 24일부터 4월 24일까지 32일 동안 4군데 끝단에서 대형트럭과 포크레인을 이용하여 방조제를 잇는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물막이 공사에는 덤프, 백호, 도쟈, 바지선, 대선, 예인선 등 총 5,240대의 장비와 규격석 90만㎥, 돌망태 27만개 등 15톤덤프 21만대 분의 자재를 사용할 계획이란다. 그래서 방조제 안과 밖으로 들어오고 나가던 1일 조석량 72억톤(소양강댐 저수량의 2.5배)의 물을 가로막겠다고 한다.

이같은 급박한 상황을 보면서 잠이 오질 않는다. 우리의 직접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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