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국방부는 경찰병력 110개 중대 즉 약 13000여명, 용역 1200명, 군인 3000여명을 투입해 미군기지 확장을 위한 평택 행정대집행을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부상자만 160여명이 발생했으며, 4,5일 이틀 동안 연행된 625명 중 16명이 구속되었다.
이에 인권단체, 보건의료단체, 법조계 등 사회단체로 구성된 평택 국가폭력․인권침해 진상조사단(진상조사단)은 10일 종로5가에 위치한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 4일과 5일에 평택에서 진행된 행정대집행과 관련하여 인권, 법의학적 측면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
진상조사단은 “국가폭력과 인권침해가 심각할 지경으로 난무했음에도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 정치권, 보수언론들은 온갖 거짓과 왜곡으로 사태를 호도하고 있다”고 진상조사 배경을 소개하고 “지난 4일과 5일의 폭력적 상황은 국가기관이 계획적으로 저지른 국가폭력”이라고 규정했다. 이 밖에도 진상조사단은 △군부대 동원 및 군사시설보호법의 위헌성을 지적하고 △심각한 의료적 피해 사례를 조목조목 따져물었다.
피해자 증언에 나선 방승률 팽성읍 대추리 주민은 “평생을 그곳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곳에서 살고 싶다”며 “지난 행정대집행 과정에서의 국가 폭력 상황으로 이제 무엇이 독재고 무엇이 민주주의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한편 진상조사단은 △군 병력 철수, 작업 중단, 철조망 제거 △구속자 석방, 불구속 입건자 기소유예 조치 단행, 수배 해제 조치 단행 △영농활동보장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 등 평화분위기 조성과 △주민들에 대한 물리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 △국방부 장관 퇴진, 경찰청장, 경기경찰청장, 평택서장, 파주서장 등 지휘책임자의 퇴진과 처벌을 비롯 △국가인권위 인권침해 진상조사 및 강력한 권고, 고발 조치 등 국가폭력에 대한 책임과 처벌과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한 △주한미군 감축계획, 기지 이전 협상 관련 자료 전면 공개 △전략적 유연성 합의 폐기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 전면 재협상 등을 요구했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마을 주민과 시위 참가자 등 당사자와 국민들로 구성된 국민소송단을 구성하여 총체적인 법적인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며 △군사시설보호구역 설정 취소 확인 소송 및 폭력행위처벌법과 경비용역법,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등 고소, 고발 등 법적인 검토와 준비작업과 동시에 추후 진상조사 보완 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사시설 없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은 넌센스”
권정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회 위원장은 “군사시설보호법에서 말하는 군사시설이란 군과 관련돼 모든 시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지, 장애물 기타 군사목적에 직접 공용되는 시설을 의미한다”며 “대추리, 도두리 일대 어디에도 군사목적에 의한 군사시설이 없음에도 이를 보호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군사시설보호구역 설정이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권정호 위원장은 “군사시설보호법은 입법기관인 국회를 해산한 초헌법적 상태에서 비상국무회의가 제정한 것으로 입법기관에 의해 정당하게 제정된 법이 아니므로 위헌무효인 법”이라며 동법의 위헌성을 지적했다.
또한 권정호 위원장은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시 평택시장과의 협의를 거쳐야 함에도 협의를 거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절차상의 문제도 지적했다. 이에 권정호 위원장은 “위법적 군부대 동원과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을 철회할 것”은 물론이고 “보다 근본적으로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용산기지재배치 협상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평택 사태는 인권침해의 종합선물세트”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군부대에 의한 민간인 피해 및 진압, 연행,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사례에서 “평택 사태는 인권침해의 종합 선물 세트 였다”며 말머리를 열며 △군경의 의한 국가폭력 △농지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무단 설정한 것 △무자격 용역업체 고용 △연행과정에서의 성추행 등에서부터 △저공비행하는 헬기에 의한 주민 건강권 주권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자행된 인권침해 사례를 지적했다.
박진 활동가는 “여명의 황새울 작전이라는 이름의 이번 평택 사태는 국민을 상대로 적군을 섬멸하는 듯한 치밀한 군사작전을 감행하엿다”며 “국방부는 주민들과 대화를 하는 척하면서 사실상 군사작전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계획적 국가폭력이었다고 폭로했다.
박진 활동가는 또 “여성 활동가 연행과정에서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거나 두 팔이 묶인 활동가의 웃옷을 벗기는 등 의도적 성추행이 이었다”며 “이 모든 인권침해 행위는 종료된 것이 아니라 미군기지 이전 사업이 중단되고 원상이 회복되지 않는 한 더 큰 인권침해를 유발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도망가는 지킴이에게도 폭력, 한 사람을 집중적으로 구타한 흔적도
앞서도 언급했듯이 4일 이날의 부상자만 160여명, 5일에는 1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진상조사단은 병원에 호송되지 않아 집계가 불가능한 인원까지 추산하여 최소 200명에서 30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작년 7월 평택 평화대행진에서 발생한 80여 명의 배에 해당하는 숫자로 폭력의 피해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것.
김정범 보건의료단체연합 대표는 “부상자 중 73%가 얼굴, 안면 손상에 의한 부상이었다”며 “이는 공격적 진압이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범 대표는 또 “머리 뒤부분과 허리에 부상을 입은 사례도 상당수 있었다”며 “이는 뒷모습을 보인 자세 즉 도망가는 시위대에게도 폭력을 가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다발성 손상 즉 한 사람을 집중적으로 집단 구타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