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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비참함과 울분 앞에서

[해방을향한인티파다](36) - 이스라엘이 멈춰야 한다

8월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안 1701호를 채택하고, 8월14일부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휴전에 들어간다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이것은 휴전이 아니다. 이 전쟁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작정을 하고 서로 맞붙은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침략하고 헤즈볼라가 저항한 것이다. 따라서 총성이 멈춘다면 그것은 자신의 요구가 얼마만큼 충족되었거나 또는 전쟁을 지속하기가 부담스러운 이스라엘이 침공을 멈추는 것이다.

  유엔 결의안을 수용한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공격을 계속했다.

휴전이 어떤 모양으로 진행될지는 레바논 정부군과 다국적군이 파견되는 1~2주 뒤 까지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때까지는 이스라엘이 공격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레바논 정부군과 다국적군이 파견된다고 해도 앞으로 총성이 멈춘다는 보장은 없다. 이미 유엔군이 레바논에 주둔하고 있던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침공했다. 그리고 폭격하지 말라는 연락을 몇 번이나 받고서도 폭격을 퍼부어 유엔군마저 살인한 것을 보면 유엔군의 존재가 즉각적인 안정을 가져오지는 못한다.

전쟁을 지원하는 유엔

이번에 휴전이 성립되는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 것이 유엔 결의안 1701호이다. 물론 유엔 결의안이 통과되고 스스로 결의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한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전쟁과 폭격을 계속했다.

아무튼 이번 결의안도 그 잘난 ‘유엔 중심의 국제사회’가 어떻게 정의와 평화를 향해서는 침묵하고, 전쟁과 침략을 위해서는 뒤를 밀어주는 지를 보여준 사례다.

첫째, 결의안 1701호의 1항은 헤즈볼라의 모든 공격 중단과 이스라엘의 ‘공격적’인 군사작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을 달리 해석하면 헤즈볼라는 모든 공격을 중단하되 이스라엘은 공격적인 것이 아닌 방어적 차원의 군사공격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전쟁의 명분을 자국 군인의 구출로 내세웠듯이 이스라엘은 언제든지 ‘자위권’ 차원의 공격을 벌일 수도 있는 것이다.

둘째, 2항에는 ‘적대행위의 완전 종식을 위해 레바논 정부와 유엔 다국적군(UNIFIL)이 레바논 남부에 양측의 병력을 공동 파견한다는 11항의 내용을 승인해줄 것으로 요청한다. 양측 병력 공동 파견과 현재 레바논 남부에 주둔 중인 이스라엘 지상군 병력의 철수는 병행 된다’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8항에는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 ‘레바논 정부군과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을 제외한 모든 개인과 단체의 무장 해제를 촉구 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 말은 침공을 한 이스라엘에게는 무장해제는커녕 즉각 철수도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더 주둔할 시간을 마련해 주면서 저항한 헤즈볼라에게는 무장해제를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레바논 남부지역에 레바논 정부군이 주둔을 할 것인지 헤즈볼라가 주둔을 할 것인지는 레바논인들이 선택할 문제다. 즉, 유엔이 나서서 감 놔라 배 놔라 할 사안이 아니다.

  레바논으로 진격하는 이스라엘 탱크

셋째, 레바논 남부에 레바논 정부군과 유엔평화유지군을 주둔 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전쟁을 막기 위한 완충지대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이스라엘 북부에 설치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수차례 레바논을 침공한 것은 이스라엘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다가올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침공을 일삼는 이스라엘의 북부 지역에 완충지대를 설치하고 유엔평화유지군을 주둔시켜야 한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군이 또다시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는지 감시해야 한다.

결의안 1701호는 우리 집에 떼강도가 들어와 가족들이 죽고 집안 살림이 부셔지고 있는데 이웃들이 와서 하는 말이 ‘죽은 사람은 이미 죽은 사람이고 강도들에게 방을 하나 내어주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넷째, 유엔이 진정으로 국제평화를 위해 무언가 하고 싶다면 결의안 1701호가 아니라 242호의 이행을 이스라엘에게 요구해야 한다.

1967년 6월 이스라엘이 주변국을 공격하면서 3차 중동전쟁이 벌어졌다. 그리고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 시리아의 골란고원,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점령하였다. 이어 67년 11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안 242호를 채택하고 ‘최근 분쟁에 의해 점령된 영토로부터 이스라엘군 철수’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결의안 242호를 무시하였다. 다만 시나이 반도는 나중에 이집트와의 협상 결과로 반환했을 뿐이다.

결의안 242호와 1701호의 차이는 뚜렷하다. 242호는 점령군 이스라엘의 철수를 요구하는 것이고, 1701호는 저항하고 있는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유엔은 1701호의 이행을 위해 즉각 유엔평화유지군을 투입할 계획이다.

헤즈볼라는 대규모 전쟁을 시작하고 멈추는데 큰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다. 그리고 이스라엘을 포함해 주변 지역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스라엘의 점령 및 팽창 정책 때문이다. 따라서 유엔이 이 지역의 평화를 원한다면 이스라엘에게 유엔 안보리 결의안 242호부터 이행하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강요된 선택은 선택이 아니다

이스라엘의 침공 1개월 동안 레바논인 1천 여 명이 사망하고 1백만 여 명이 난민이 되었다. 도로와 공항은 파괴되고 피난민 행렬에 대한 폭격도 계속 되었다. 난민 구호를 위한 차량도 이동할 수 없었으며 유엔군마저 살해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처음부터 이스라엘과 한편이었던 미국과 한편이 아닌 척하면서 한편인 프랑스가 나서서 휴전의 조건을 제시했다.

  동굴로 피신한 레바논 가족

여기서 레바논 정부와 헤즈볼라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만약 결의안을 받아들지 않겠다고 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우리 집에 떼강도가 들어서 식구들을 마구 죽이고 있다. 그런데 강도 친구들이 와서 내가 강도들에게 맞서지 않고 옆 방 하나를 그들에게 내어 놓는다면 더 죽일지 말지를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다고 한다. 난 무엇을 선택해야 하나?

8월14일부터 휴전에 들어간다고 해도 휴전이 실제로 이루어질지 아닐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작은 규모의 전투가 아니라 이번과 같은 큰 전쟁이 언젠가는 또다시 터질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것은 내년의 일일 수도 있고 5년 뒤의 일일 수도 있다. 우울한 얘기지만 피할 수 없는 이야기다. 미국과 이스라엘이라는 존재가 중동지역에서 전쟁을 구조화 시킨 결과이다.

휴전이 예정대로 진행되고(만약 그렇게 된다면), 얼마만큼 시간이 지나면 언론 보도도 적어지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레바논이란 말은 조금씩 잊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의 기억과 관계없이 레바논인들은 또다시 저항을 준비할 것이고, 이스라엘은 또다시 전쟁을 준비할 것이다.

잠깐의 휴식과 같은 침공 중단이 또 언제 점령의 포성과 함께 깨어질지 모른다. 전쟁이 다시 터진 뒤에 또다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기 싫다면 한국의 반전운동도 이스라엘에 대한 시선을 놓지 말아야 한다. 이스라엘이 주변 지역 민중들과 전쟁과 점령이 아니라 평화와 공존을 선택하도록 압박하는 운동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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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 유엔 , 레바논 , 포격 ,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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