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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파병 불가를 선언하라

[해방을향한인티파다](37) - 유엔은 불순한 의도를 거둬라

  이스라엘이 파괴한 레바논인 주택

이스라엘이 8월14일부터 휴전에 들어간다고 했지만 또 언제나 그랬듯이 이스라엘의 공격은 계속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가 레바논 주둔 유엔 임시군(United Nations Interim Force in Lebanon. 이하 임시군)으로 한국군 파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권과 개입

지난 8월11일에는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가 결의안을 채택하여 레바논에 임시군의 증파를 결정하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전쟁’이 났으니 ‘평화유지군’이 투입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자.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가 그동안 수많은 결의안을 통해 확인해 왔듯이 레바논은 주권국가이다. 그런데 주권국가에 평화유지군이든 뭐든 외국군이 주둔을 한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일일까? 한국에는 미군이 수 십 년째 주둔하고 있어서 외국군의 국내 주둔이 뭐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닌 것처럼 여겨질지도 모른다. 이미 주권의 상당 부분을 포기해 왔음으로.

하지만 독도 문제를 보자. 한국정부가 독도에 노래방을 만들든 비행장을 만들든 그것은 한국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지 일본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것이 아니라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대한민국 정부의 주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예는 어떨까? 1948년 제주도에서 벌어졌던 대량 학살을 막기 위해 외국의 어떤 국가가 군대를 파견하겠다고 한다면 조선인들은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할까?

불순한 의도

  유엔 임시군 소속 프랑스 군인

전쟁을 막고 평화를 얻기 위해 무력을 보유한 외국 군대를 특정 지역에 투입하는 것은 정당한가?

나의 입장은 사안에 따라 투입할 수도 있다는 거다. 예를 들어 동티모르에서 인도네시아군에 의한 대량 학살이 벌어지고 있을 때 동티모르인들에게 급한 것은 누군가 당장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이 학살을 막는 것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주권과 개입’ ‘평화를 위한 전쟁’에 관한 토론 결과를 기다리고 있기에는 마음이 급하다.

원작 소설의 재미와 함께 잉그리드 버그만과 게리 쿠퍼가 출연해서 내 가슴을 울렸던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동물농장>의 작가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 <빵과 장미>의 감독 켄 로치가 만든 <랜드 앤 프리덤> 이런 것들은 모두 스페인에서 공화주의자들과 파시스트가 전쟁을 벌이는 동안 외부의 사람들이 직접 전쟁에 참여하면서 개입한 사례다. 체 게바라가 외국의 일에 개입한 것은 너무 유명해서 두 번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모든 것에 개입하고, 특히나 무력을 동원해 개입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개입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런데 이번에 레바논에 임시군 병력을 확대, 파견하겠다는 것에는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다. 임시군이 처음 레바논에 파병된 것은 약 30여 년 전의 일이다. 1978년 3월 이스라엘은 지금처럼 레바논을 침공했고,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는 결의안 425호를 채택하여 임시군을 창설하였다.

그리고 지난 8월11일 채택된 유엔 결의안 1701호에 따라 증파되는 유엔군은 침략국 이스라엘을 감시하기 위해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저항했던 헤즈볼라를 감시하기 위해 파견되는 것이다. 단순 감시만이 아니라 무장해제와 헤즈볼라한테로 들어가는 무기까지 통제하라는 것이다.

우리 집에 떼강도가 들어서 가족들을 죽이고 집안 살림을 다 때려 부셔서 내가 항의하고 싸우고 있으니깐 경찰이 와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그러고는 우리 집에 있는 방에 눌러 앉아 떼강도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감시하는 것과 같은 꼴이다.

전쟁이 벌어졌고 유엔 평화 유지군이라는 것이 파견되면 전쟁이 어떻게든 멈추지 않을까라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리고 국제적인 전쟁 동맹이 노리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이제 이 문제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잊어버리라고 한다. 그런데 현실은 유엔 평화 유지군이 전쟁을 억제하지 않거나 못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베이루트 시내를 레바논인들이 둘러 보고 있다.

1978년 레바논에 임시군이 파견된 이후에도 1982년의 대학살은 물론 1994년, 1996년, 1999년, 2000년 등 이스라엘은 끊임없이 레바논을 공격하였다. 심지어 지난 7월25일에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유엔군 4명이 살해당했다. 즉, 임시군은 전쟁 억지력을 갖고 있지 않다.

게다가 결의안 1701호에 따라 이스라엘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임시군에게 이스라엘의 전쟁 도발을 막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다. 유엔과 임시군이 진정으로 이 지역의 평화를 원한다면 이스라엘에게 이스라엘군의 즉각 철수와 침공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 헤즈볼라를 감시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로는 평화가 오지 않는다.

한국군 파병 불가를 선언하라

지난 7월14일 한국 외교통상부는 <최근 이스라엘-헤즈볼라 및 이스라엘-하마스간 교전에 대한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는 레바논 정부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피랍된 이스라엘 병사들의 석방을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납치단체들이 이들을 즉각적으로 석방할 것을 촉구 한다’ ‘정부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인해 레바논 및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의 인프라 시설이 파괴되고 민간인이 희생되는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 한다’고 하였다.

나는 사실 한국 정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에 지난 수 십 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고나 있는지, 그들의 지적 능력이 궁금하다. 만약 모르고 있다면 시민의 한 사람으로써 한국 정부의 무능력에 혀를 찰 뿐이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을 공격하고 있다

거꾸로 만약에 이스라엘이 그동안 어떤 일을 벌여 왔는지 알고 있다면 한국 정부의 어리석은 행동에 혀를 찬다.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의해 계속 되어온 학살과 점령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이 이스라엘 군인들의 억류 문제만을 ‘납치’로 규정하고 즉각 석방을 요구하였다. 그러면서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인들의 엄청난 죽음과 고통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나는 이런 인식과 행동 수준을 가진 한국 정부 스스로가 ‘평화’를 위해 외국에 군대를 파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그저 미국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만 하면 그만이라는 똘마니 기질을 자랑스럽게 간직하고 있는 것이 한국 정부인가.

다시 말하지만 임시군은 레바논에서 전쟁을 막을 능력도 의지도 없다. 지금 레바논의 평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임시군 파병이 아니라 이스라엘군의 즉각 철수와 공격 중단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진정으로 국제 평화를 위해 무언가 하고 싶다면 이스라엘을 향해 전쟁과 점령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라. 그리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한 ‘한국군 파병 불가’를 지금 당장 선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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