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장하성 펀드, '먹튀' 가능한 투기자본일뿐

- 주주행동주의는 금융판 신자유주의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 펀드’ 이른바 ‘장하성 펀드’가 대한화섬 주식 5.15%를 경영참여 목적으로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이 펀드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투자자문을 맡고 국내외 10여 개 기관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펀드의 자산 운영은 미국계 투자자문사인 '라자드'가 맡고 있다. 투자은행 ‘라자드’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회사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식 가치가 제고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대한화섬 나아가 태광그룹에 대한 경영참가 의사를 밝혔다. 또한, 소액주주 권리의 개선,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 계열사들 간 거래 투명성 개선 및 배당금 증액 그리고, 주주 이익을 저해하는 유휴자산의 매각 등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

라자드와 장하성 교수는 국내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 가치투자를 안하고 외국인 탓만 하고 있는 게 국내 기업 저평가의 원인이므로,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공언을 하였고 대한화섬 주식매집이 그 첫 번째 행동이다. 이를 두고 증권가 및 대다수 언론들은 주주행동주의의 본격화, 기업지배구조 개선, 그리고 이를 통한 주식가치 상승을 전망하고 반기는 눈치이다. 그러나, 주주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한 이러한 행동이 과연 반길만한 일인가? 우리사회에서 이미 주주행동주의의 폐해를 충분히 경험해 왔다는 점에서 장하성 펀드는 매우 우려스러운 ‘사태’일뿐이다.

대표적으로 론스타를 들 수 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만으로도 4조5천억의 이익을 냈으면서 세금한푼없이 먹고튀는 이른바 ‘먹튀’를 하려했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자산매각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 1조9천억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한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조의 분석에 의하면 이것은 2005년도 하이닉스 부실채권의 출자전환주식으로 인한 매각 이익 4천억, NPL 3천4백억 등 이례적인 이익이며, 이연법인세 3천억으로 이익을 부풀린 것에 불과하다. 이처럼 영업이익이 아닌 것으로 이익을 냈으면서도 이를 이유로 배당률을 높여 자본을 회수해갔다. 또한 지난 2003년 법정관리 중이었던 극동건설을 1476억원에 인수한 후 1583억원에 매각하면서 유상감자를 통해 650억원, 고액배당으로 240억원을 회수하였다. 이처럼 유상감자, 고배당으로 투자자본을 회수하는 방식은 투기자본 특히, 사모펀드의 대표적인 악행으로 꼽히고 있다. 그런데, 장하성 펀드는 이를 아주 대놓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장하성 교수가 경제적 가치 실현이 펀드의 궁극적 목표라고 설명한 바 있듯이, ‘장하성 펀드’는 그 어떤 명분에도 불구하고 투기자본인 사모펀드에 불과하다. 론스타, 칼라일이 그랬듯이 사모펀드의 목적은 펀드 수익률을 높여 돈을 낸 사람들의 이익을 높이는 것이다. 헤지펀드와 달리 이들이 사모펀드인 이유는 경영참가라는 그럴듯한 이유로 기업사냥을 시작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사모펀드와 같이 라자드와 장하성 펀드는 소액주주 권리강화, 독립적인 이사회, 기업투명성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 주장대로 이 때문에 기업가치가 곧장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장기적으로 기업에 좋은 영향을 끼치겠지만 사모펀드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지 경영에 손쉽게 참가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핵심적인 것은 경영참가를 통해 높은 배당률을 보장받고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 정리해고, 비정규직화, 유상감자, 고액배당, 자산 매각을 시행하는 것이다. 론스타, 칼라일과 같은 해외펀드뿐 아니라 보고펀드, 이헌재펀드 등 토종펀드들도 하나같이 이를 요구했고, 펀드 수익률이 높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장하성 펀드는 주주이익을 저해하는 유휴자산의 매각까지도 요구하고 있다. 유휴자산의 매각 역시 투기자본의 오래된 요구의 하나이다. 지난 3월 KT&G 주주총회에서 최초로 외국인 주주로 선임된 워렌 지 리크텐스타인 스틸파트너스 대표가 요구한 것도 KT&G 유휴자산의 매각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유휴자산의 매각을 원하는 것은 기업의 유휴자산들이 자원을 왜곡하기 때문이 아니다. 주주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당장의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빨리 팔아치워서 수익을 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하성 펀드는 과거 문제가 되었던 론스타나 칼라일, 소버린, 아이칸과 같은 단기적 투기자본과 달리 기업의 장기적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럴 전망은 없다. 장하성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라자드’는 미국에서도 대표적으로 기업사냥꾼들의 투자자문을 전문적으로 해온 투자은행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헤지펀드 등 기업사냥꾼들 상당수가 기업을 공격할 때 투자은행으로부터 지원을 받는다고 지적한 바와 같이 투기자본과 투자은행의 밀월관계는 이미 공공연한다. 라자드는 한국에서 소버린이 SK를 공격할 때 재무자문을 맡았던 투자은행이다. KT&G를 공격했던 아이칸은 미국의 타임워너를 공략하면서 라자드의 지원을 받았다. 이러한 라자드가 운용하고 있는 장하성 펀드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뻔한 노릇이 아닌가?

게다가 장하성 펀드는 국내펀드라고 하지만 실제 아일랜드에 등록돼 운용되는 역외펀드로 알려져 있다. 아일랜드는 버뮤다와 함께 소문난 조세피난처이며 이를 이용해 론스타와 같이 세금 한푼 내지 않고 도피할 수 있는 ‘먹튀’가 가능한 펀드일 뿐이다.

지난시기 소버린, 칼라일, 론스타 등 외국계 펀드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이 펀드들의 국적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이들이 일으킨 주주행동주의가 마치 재벌개혁의 대안인양 대중을 기만했다는 점이다. 장하성 교수와 라자드의 지적처럼 대한화섬을 비롯한 태광그룹은 계열사 간 내부거래 규모가 50% 이상에 이르고 이사회도 겹치고, 순환출자, 피라미드 출자 등 소유지배구조에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기업의 소유지배구조는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그 목적이 주주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소유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재벌의 독점적 소유구조를 해체시켜 나가는 것은 기업의 소유를 민주적으로 변화시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확장해 나가기 위해서이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망각하고 국내외 연기금, 사모펀드와 같은 투기자본의 탐욕을 만족시켜 주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니다.

주주자본주의 이론을 세운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의 단 하나의 유일한 책임은 주주들을 위해 가능한 많은 돈을 버는 것이다”는 것으로 기업의 목적을 정의했다. 또한 그는 기업이 지역과 사회, 환경, 노동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보여줘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 “근본적으로 자멸적인 교리”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주주자본주의, 주주행동주의의 본령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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