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 북한 인권결의안을 말하다

북한 인권결의안을 둘러싼 진보진영의 스펙트럼

정부의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찬성 방침과 관련해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된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정부는 한 차례 불참하고 세 차례 기권해오다 올해 처음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돌연한 정부의 방침 변경에 대한 배경과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인권결의안 찬성 결정은 PSI 불참이나 6자회담과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정부는 이번 결정이 “핵실험 이후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 여론의 악화,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 문제에 대한 중요성 강화와 함께 북한과 국제 사회 간 인권 분야에서의 대화와 협력을 구체적으로 촉진하는 계기를 만들 필요성”에 따른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왜 찬성 결정 내렸나

배성인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집행위원은 “PSI 불참과 관련해 미국 압박에 대한 반대급부로 인권 문제를 내줄 것이란 우려가 맞아떨어졌다”고 전했다.

북한 인권결의안 찬성에 대해 노무현정권이 내세울 만한 명분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 배성인 집행위원의 분석. 이미 세 번이나 기권을 한 데다, PSI 불참 선언으로 입지가 더욱 좁아진 것도 정부 입장을 찬성으로 기울게 한 원인이다.

배성인 집행위원은 “이번 결정과 관련해 한미 간 맞교환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는 접근”이라고 덧붙였다.

임필수 사회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은 “정부의 북한 인권문제는 일정한 노선 없이 정략적으로 활용되어왔다”고 지적하며 정부 결정이 “미국의 입장과 정권 임기말에 따른 집권세력들의 전략적 선택이자 정치게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발언해 온 주도세력들은 크게 반공주의적 보수세력과 기독교 복음주의 보수세력으로 나뉘는데, 이들은 인권 문제 자체에 대한 접근보다는 사회주의국가에 대한 정치공작으로써 인권을 도구적으로 활용해왔다”고 밝혔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인권인가

유엔의 인권결의안에 있어서 쟁점이 되는 것은 국가 주권과 인권의 충돌이다. 임필수 집행위원장은 “현재 유엔에 의한 개입은 세계적 정당성, 보편성을 갖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유엔의 상임이사국, 특히 미국의 특정한 이해관계에 따라 주권 국가의 틀을 넘어서는 형태로 개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유엔에 의한 개입에서 민주주의나 인권은 허울에 불과하다는 것. 임필수 집행위원장은 “기구적 개입을 통한 해결은 중동 민주주의의 확립을 위한 명분으로 이라크 전쟁이 치러졌던 것처럼 민중결정권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며 “북한 인권 문제는 인민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하영 다함께 운영위원도 “북한 인권 문제는 미국 중심의 유엔과 남한 정부의 압박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 인권결의안이 오히려 북한 사회의 내부통치와 선군정치 강화의 빌미를 제공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

김하영 운영위원은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동원된 외부 압박의 방식으로는 북한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북한의 노동자 민중이 자신의 힘에 의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신장시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한편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박영자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그동안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외면해서 보수진영이 담론을 선점해왔다”면서 “북한 인권결의안을 통해 객관적 현실을 드러내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배성인 집행위원은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독특한 논리를 제시하기도 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해 6자회담에 복귀하기 전 인권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

배성인 집행위원장은 “최근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권문제에 대한 지적에 예전보다 긍정적인 자세로 수용해왔던 바, 이번 결의안으로 오히려 인권문제에 대해 진지하고 성실하게 국제 요구에 응대해서 몇 가지 조치를 더 취하고 6자회담에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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