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민주노동당노조 출범을 환영한다

세 가지 다짐, 진보운동의 발전에 기여하길 바라며

6일 민주노동당 내 상근자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50여 명의 조합원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갖고 민주노동당노동조합이 세상에 탄생했음을 알렸다. 노조에 따르면 중앙당 상근자의 조직율이 40% 정도이나, 지역 활동가들의 참여는 미비한 상황이라고 한다.

노조는 출범선언문에서 그동안의 질타와 응원, 우려와 격려 모두를 소중한 자산으로 삼겠다고 밝히고, △민중의 염원이 당 안에서 먼저 이루어지게 하고, 평등하고 자주적인 생활, 해방된 노동의 모범 창출 △진보정당 민주노동당의 당 강령 수호에 앞장 설 것 △노동자, 농민, 서민의 삶을 지키는데 앞장서고, 비정규직 철폐, 자유무역협정 저지, 민중생존권 쟁취 투쟁 현장에 함께 할 것 등을 다짐했다.

민주노동당은 96,97년 노동자 총파업투쟁 이후 범진보진영이 결집해 만든 진보정당으로, 한국 사회 진보운동에 중요한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이 뿌리내리지 못했던 현대사를 고려할 때, 그동안 민주노동당의 의회 진출과 의회 내외에서 벌인 실천 활동은 진보운동과 관련한 숱한 평가 근거를 제공해왔다. 민주노동당노동조합 출범 소식과 출범을 둘러싸고 벌어진 당내 논란 역시 그러하다. 진보정당에 노동조합이 필요한가 아닌가, 활동가가 노동자인가 아닌가 등 쟁점 토론은 오늘날 한국 사회 진보운동의 수준을 가늠하는 하나의 지표로 삼을 만하다.

노동조합 출범을 둘러싼 당 내 찬반 논란은 여러 지점에서 제기되었다. 무엇보다 정치조직에서 노동조합이 가능한가, 정치조직의 상근자가 노동자인가 하는 문제가 큰 쟁점인 듯 하다. 가령 당은 기업이 아니고 상근자들의 잉여노동을 착취하지 않는다는 논거와, 상근자는 임금 노예가 아니라 공동의 정치적 이념과 지향을 실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노동당 내 특정 정파가 이렇게 생각하는 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진보정당을 구성하는 주요 활동가의 인식이 이와 같은 생각으로 집단화되어 있다면 실로 곤혹스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오늘날 노동자 규정 문제는 초기 산업사회 프롤레타리아트에 대한 규정보다 훨씬 다층적이고 포괄적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전면화 되면서 자본은 노동력 유연화 측면에서도 다양한 방식을 관철하고 있다. 가령 공무원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논리와 건설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논리가 제각각이다. 사업자간 계약 형태를 들어 골프장노동자, 학습지노동자, 화물노동자 등 특수고용직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논리도 횡행한다.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는 똑같은 무늬의 노동자가 아니라, 관리에 효과적인 한 다층적인 노동자를 강요한다. 노동자 내부를 분할하는 방식으로 통제, 관리하기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에 맞선 진보적 실천은 원청의 사용자성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밝혀내는 데서부터 본격화된다. 따라서 노동자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노동자성을 갖는가 아닌가를 밝히는 것이 오늘날 노동자를 규정하는 출발인 것이다. 현장에서의 존재나 신분과 관계없이 노동자성을 자각한 모든 주체들은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에 맞선 연대와 저항에 나서는데, 우리 사회 계급투쟁 과정에서도 이러한 모습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진보정당에 상근자는 엄밀한 의미에서 노동자가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활동가가 갖는 노동자성에 주목하는 한, 진보정당의 활동가이기 때문에 노동자가 아니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그것은 진보정당을 구성하는 활동력, 즉 모든 노동력의 노동자성에 대한 무지 아니면 왜곡일 가능성이 높다. 사회 진보를 위한 특정한 목표에 동의하는 특정한 사람들의 결사체라 하더라도, 그 구성원 중 누군가가 노동자성을 제기한다면 결사권, 단결권은 조건없이 보장되어야 한다. 더욱이 결사와 단결의 내용이 진보를 이루기 위한 진정성을 갖는다면 더욱 촉진하고 장려하는 것이 마땅하다.

민주노동당노조는 출범 선언문에서 세 가지를 다짐했다. 민주노동당노조의 다짐은 진보정당으로서, 진보정당의 활동가로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오늘날 진보정당으로서의 민주노동당의 실천이 여러 가지 한계와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노동당노조 출범과 노조 활동가들의 세 가지 다짐 소식은 유쾌한 새뜸이 아닐 수 없다. 이 다짐이 문구로 끝나지 않도록 노조활동가들의 헌신적인 활동이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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