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한미FTA 저지 싸움은 이제 그만

결이 다른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FTA 7차협상이 종료됐다. 7차협상 결과 소식으로 미루어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 7차협상에서는 서로 양보가 어려운 분야에 한계선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 쟁점의 상당 부분이 걸러졌다는 분석이다. 무역구제와 섬유분야는 상호 수정안을 제시하였고, 전자상거래와 상품무역 분과 협상은 조기 타결짓기로 했다고 한다. 분과별 협상 과정과 결과가 들리는 말만으로는 어떤 상황인지 여전히 알 길이 없다. 다만 3월 8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8차협상에서 걸러진 핵심쟁점을 놓고 본격적인 주고받기가 이루어지면 수석대표급이나 대통령 수준의 고위급 차원에서 마무리, 4월 초에 가서명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막 퍼주든 퍼오든 어떤 수준에서건 한미FTA 협상이 타결된다는 것은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에 가속을 붙이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유무형의 제도와 가치가 미국식 표준화, 단일화로 변모하게 되고, 미국 자본과 한국 자본은 양국간 바뀐 관세와 무역 조건 위에서 출혈경쟁을 벌일 것이다. 한미FTA 협상 타결은 결국 자본의 이동과 관련한 노무현정부 정책의 완성판인 것이다. 그동안 많은 부문분야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경고한 것처럼 양국 자본은 이익을, 사회구성원 전체는 신자유주의체제에의 순종과 경쟁을 통한 생존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돌아보면 김대중정권은 외환위기 당시 신자유주의적 처방을 내린 이후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이루었고, 노무현정권은 이를 기반으로 신자유주의정책에 근간을 둔 법제도 대부분을 완성해왔다. 한미FTA 협상 체결은 자본의 이동 자체를 보장하는, 국제법을 뛰어넘는 국가간 협상이라는 점에서 '기업하기좋은나라'의 모든 구상이 실현됨을 의미한다. 노무현정권은 집권 첫해 WTO 각료회의에서 농업, 교육 부문 개방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이내 경제자유구역법을 통과시켰으며. 바로 선진노사관계로드맵을 던졌다. 3-4년을 내다보며 신자유주의 체질 변화의 장정을 시작한 것이다. 노무현정권은 서두르지 않았다. 4년동안 집요하고 교묘하게 조금씩 조금씩 밀어부쳤다. 비정규법과 로드맵이 그랬고, 평택 미군기지이전이 그랬고, 토건과 관련한 법제도의 제개정이 그랬고, 교육,미디어,문화,연금,의료 등 사회공공성 해체가 그랬고, 제주특자도법이, 자본시장통합법이, 연금법이, 서비스산업종합대책이 그랬다. 이윽고 한미FTA 협상이 그러하다.

민중운동은 아무 것도 저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부끄러울 이유도 없고 패배했다고 자조할 것은 더욱 아니다. 서슬 퍼런 군사독재의 시기, 한국의 민중은 민주화와 개혁과 민중의 민주적 제권리를 쟁취하는 투쟁으로 현대 계급투쟁사를 일궈왔다. '쟁취전략'을 갖고 벌인 싸움이었다. 그러나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가 퍼붓기 시작한 시기, 한국의 민중은 노동력 유연화와 사회공공성 훼손과 기본권, 생활권 위협에 맞서 싸워야 했다. '방어전략'일 수밖에 없다. 06년 한해 민중의 투쟁은 한미FTA 저지, 평택 미군기지이전 저지, 로드맵 저지 싸움으로 압축됐다. 투쟁 사안 모두가 신자유주의정권의 신자유주의 국가정책이라는 공통점을 가졌고, 투쟁과 저항은 모두가 '저지'라는 공통점을 띠었다. 이는 필연이었다.

신자유주의 파상 공세에 맞서서 노동기본권과 생활권을 빼앗기지 않으려 했던 모든 싸움은 '저지와 반대', '반발과 불복종'이라는 방어적 성격을 갖게 되었고, 노동운동이나 사회운동 모두 방어전략의 맥락에서 투쟁전술을 운용할 수밖에 없었다. 자본과 신자유주의정권이 세계화를 신념으로 삼아, 법제도와 공권력을 동원하여 몰아붙이겠다고 나선 이상, 더군다나 4-5년을 두고 치밀한 계급투쟁 관리와 함께 추진해온 이상, 이를 막아내고 저지하고 중단시켜 낸다는 것은 계급 힘관계로 미루어 볼 때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중투쟁은 06년을 경과하며, 한미FTA, 평택, 로드맵 저지 투쟁을 경유하며 향후 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저지와 반대'라는 방어에 지친 것도 사실이지만, 투쟁과 저항의 속성이 반자본(주의)적 경향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운동의 흐름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반대하는 데서 나아가 전면적이진 않더라도 반자본(주의)적 성격을 띠기 시작한 이상, 향후 한국 민중의 투쟁과 저항은 새로운 국면으로 발전할 수 있고 또 그렇게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 '쟁취전략' 과제를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가령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이 '저지와 반대'에서 한걸음 나아가 사회공공성과 사회화 쟁취의 전망을 그릴 수 있다면, 가깝게는 07-08년 시기 실행 가능한 반자본 대중정치기획을 제시할 수 있다면, 한국의 민중운동은 분명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이 로드맵과 평택과 한미FTA 싸움에서 얻어낸 소중한 교훈이다.

한미FTA 저지 싸움을 할 만큼 했다. 분노도 실력도 모두 보여주었다. 모두를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갈 것이라는 경고도 분명히 했다. 8차협상, 8.5차협상을 거치며 저들의 의도대로 될 것이다. 이제 한미FTA 저지 싸움은 그만 해도 된다. 이젠 끝장투쟁을 호소하고 그러지 않아도 된다. 지금부터는 결이 다른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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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완섭

    한겨레를 타격해야한다고 소리 높여 출발한 민중언론을 자처하는 참세상에서
    할만큼 했으니 FTA반대를 접고 새로운 대안 결이 다른 운동을 하자는 반 역사적
    반 민중적 작태 앞에 나를 죽이고 가라
    개혁 양심 민주화 더 나아가 민중 진보를 자처하는 자들이
    친일보다 더한 **** 필을 놀리다니

  • 노동자

    싸움이 역부족이 되었다...는 것과 '안 해도 된다'는 것은 다른 말이다.
    이거 못 막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김세균교수의 단호한 글을 예전에 읽었는데
    그에 대해 책임있는 답이 있어야 한다

  • 나참

    과연 FTA라는 것이 사람들한테 많은 도움이 될 것인가, 현재 우리의 상황만 봐도 그렇지 않다는것을 알 수 있는데 말이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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