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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 활동가들의 얼굴...

[해방을향한인티파다](46) - 해방된 세계를 꿈꾸는 이들과 함께

지난 주말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일요일에 산에 갔었습니다. 집이 북한산 자락에 붙어 있어서 몇 걸음만 옮기면 바로 산입니다. 그리고 요즘엔 산을 넘어서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아침에 그렇게 시간이 많냐구요? 물론 산을 넘는다는 것이 잠깐 산의 한 자락을 넘는 일이기고 하고, 실제로 버스 정류장에 내려오기까지 40분정도 걸립니다. 출근 시간에 똑같은 버스 정류장에 닿기 위해 버스로 달리면 20분정도 걸리는 길이죠.

그리고 시간의 길고 짧음을 떠나 봄 길이 제게 주는 것은 아주 큽니다. 노란 개나리, 붉은 진달래는 기본이고 새순의 푸름이며 갖가지 나무들의 빛깔은 누구의 마음이라도 풀어줄듯 싶습니다. 저는 저 꽃들에게 아무 것도 해 준 것이 없는데 저들은 제게 그리도 많은 것을 해 준다 싶습니다.

사람들

오늘 아침도 길을 걷다 하늘을 보았습니다. 날이 밝기는 한데 먼지가 많이 끼어서 그런지 구름이 많아서 그런지 해가 힘겹게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해 보니 하늘은 구름 위에 있었습니다.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이 구름일지라도 하늘은 언제나 그 위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만났던 사회운동 활동가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저야 뭐 이 업계에서 활동한지 얼마 되지도 않고 활동한 경험도 많지 않아 다른 단체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을 잘 모릅니다. 그런데 요즘 ‘사회운동포럼’을 준비하는 회의에 두 어 번 나가면서 그야말로 수 십 개 단체의 활동가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을 만나면서 무거운 마음 없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뜨내기에게도 웃음을 잃지 않던 팔레스타인 농민들

처음 회의를 한다고 인권운동사랑방에 갔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모였죠. 그리고 그날 회의를 마치고 제 머리에 가장 기억 남는 것은 ‘어둡다’는 것이었습니다. 심각한 투쟁이 있어 모인 것도 아니고 운동의 위기를 진단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보자고 모였는데 그 분위기는 어두웠습니다. 우리부터 ‘그래, 까짓 거 한번 해 보자!!!’와 같이 새로운 길을 찾는다는 희망과 설렘으로 모인 것이 아니라 ‘상황이 그러니 뭔가는 해야겠지......’와 같이 또 하나의 일거리를 가지고 모인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 회의를 하러 민주노총 서울본부에 갔었습니다. 그날 저는 며칠 피곤해있던 지라 회의시간에 자주 졸았습니다.(^^;;;) 그나마 중간 중간 다른 분들의 말씀을 들었는데 회의를 마치고 나서 드는 생각이 이 자리가 해방된 세계를 이루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는 그리는데, 그림의 크기가 좀 작지는 않은지 싶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바쁘고 지친 활동가들이 그래도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아 이만큼이라도 하는 것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싶구요.

전 사회운동포럼을 하는 것도 좋고, 여러 단체들과 어울려 일하며 배우는 것도 좋은데 다음 회의부터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살짝 고민입니다. 운동의 위기를 진단하고, 변혁의 전망을 찾고, 운동을 혁신하자는 취지에 동감해서 회의에 두 어 번 나갔었는데 정작 모여 있는 우리들은 변혁과 혁명의 꿈을 갖고 그것을 찾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많은 활동을 하듯 ‘변혁의 전망을 찾자’는 주제의 사업을 또 하나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싶어서요. 만약 그렇다면 ‘운동의 위기’ 정도가 아니라 생존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삶이 바뀌도록 이라크 해방운동에 좀 더 힘을 쏟는 것이 낫지 않을까도 싶구요.

꿈찾기

전 사회운동 활동가들의 노력에 10번이고 100번이고 고마운 마음 갖고 그들에게 희망을 가져도 모자람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산길을 가다 맑은 샘을 만난 것과 같지요. 그런데 혹시 세상에서 벌어지는 너무 많은 문제들에 대응하다 보니 가슴에 쌓인 열정을 쏟아내기 보다 무언가라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끔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모두들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는 꿈과 열정이 많아 심장이 터질 듯 했을 텐데 말이죠......

  여러분의 가슴 속엔 무엇이 있나요?
가끔 그런 생각도 합니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그래서 우리 모두 행복해 지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새롭지도 행복하지 않고 즐겁지 않으면 누가 우리의 말을 듣고 ‘그래, 맞아. 저렇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 같아’라고 생각하겠냐구요. 오히려 ‘그래, 너희들의 말은 맞아. 하지만 별로 행복해 보이지도 즐거워 보이지도 않아’라고 생각하지 않겠냐구요. 운동은 논리의 옳고 그름과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널리 퍼지는 것 아니냐구요.

그렇다고 우리가 찾는 행복과 즐거움이 에버랜드에서 청룡열차 타고, 나날이 통장에 쌓이는 돈만은 아니겠지요. 어두운 도시일망정 때가 되면 불어오는 봄바람에 마음을 잠깐 풀어놓듯 다른 이들을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이 행복할 수도 있겠지요. 산에 올라 아래를 내려보며 우리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듯 내 삶이/나의 운동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 길이 나에겐 어떤 의미인지를 돌아보고 더 깊은 삶의 길을 찾는 것이겠죠. 오래전 헤어졌던 사랑을 다시 만나듯, 설레고 아련한 마음으로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가슴 가득 품는 것이 우리에겐 큰 행복과 즐거움이겠죠.

어느새 5월입니다. 노동절이 있고 꽃과 햇살이 가득한 날들입니다. 그리고 광주가 있는 5월이죠.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말하고 실천 했던 5월, 아픈 고통 속에서도 해방 공동체의 꿈을 품었던 5월입니다. 그리고 그 5월이 우리에게 말합니다.

해방은
내일,
어느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 자신 속에 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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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 혁명 , 꿈 , 변혁 ,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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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니

    저작권 시비가 될 것 같아서 올리지 못한 노래 ^^
    http://www.youtube.com/watch?v=5ve_JGJHtyw

  • 백수

    노래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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