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민주노조운동 20년과 활동가조직 '노동전선'

지금 민주노조운동은 어디에 와 있는가

올해는 1987년 노동자대투쟁이 터진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거제에서 구로까지 하나의 함성으로 메아리로 민주노조운동이 새로이 태어난 후 2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그 세월에 수많은 노동자들의 엄청난 희생과 고난, 그리고 눈물과 환희가 이 땅을 적셔왔다. 10년, 20년이라는 시간의 한 단락이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오늘의 우리 운동을 함께 성찰하는 작은 계기일 뿐이다.

지금 민주노조운동은 어디에 와 있는가? 많은 활동가, 연구자들이 지적하듯이 2007년 운동은 위기의 긴 터널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물론 매우 어두운 터널이며 그 끝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 끝이 천 길 낭떠러지가 아니길 바라지만 그것도 알 수 없는 일이다. 1987년 여름의 그 노동자들이 외쳤던 민주 자주 연대 변혁의 기운은 힘을 잃었다. 그들이 온 몸으로 저항하여 분쇄했던 어용노조는 오늘 우리 민주노조들 그 한 복판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 민주노총을 건설하고 노동자 정당을 만들었지만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민주노조는 비리노조로 전락하고 있고 노동대중의 삶은 끝없이 후퇴하였으며 비정규노동자들의 죽음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이 문제를 고민하기 이전에 먼저 생각해 볼 일이 있다. 많은 활동가들은 운동의 노선과 특정 운동집단의 잘못된 운동노선 선택, 운동 관행에서 그 답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전투적 노조주의가, 다른 이는 사회적 합의주의가 위기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원인은 아니며 특히 가장 중요한 원인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전투적 노조주의를 ‘모두’ 버려야 하는 것인가? 그것은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한국노총의 ‘사회 연대적 또는 사회 개혁적 노조주의’로 나아가는 길이다. 일부에서 그것이 정답이라는 주장이 지난 10년 간 계속되어 왔으나 그것이 우리의 길일 수는 없다. 한국노총과 같이 해외자본유치운동을 벌이거나 국가 자본에 재정지원을 요청하면서 민주노조를 주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회적 합의주의를 ‘폐기하고’ 현장으로 돌아가면 문제가 해결되는가? 사회적 합의 실험 중 최악의 경험이었던 2002년 발전파업 합의 당시 합의 주체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당시 지도부는 합의주의를 옹호하던 활동가들이 아니었다. 어느 누구도 노사정 교섭이나 사회적 합의의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말이 된다. 요컨대 아무리 노선을 바꾸더라도 위기를 돌파하거나 민주노조를 지키고 재건하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생각이나 행동을 바꾼다고 갑자기 세상이 바뀌지는 않기 때문이다.

‘1987년 노동체제’ 개념은 이런 문제를 고려하여 지난 20년을 설명하려는 이론적 시도이다. 그것은 1987년부터 1997년까지 민주노조운동과 노동정치 변동의 역설을 문제로 삼는다. 1987년 체제의 역설은 수많은 민주노조들이 가혹한 탄압을 받고 투쟁에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조직 발전을 이루어낸 일을 말한다. 전투에서는 거의 패배하면서도 전쟁에서 승리한 역설이며 전설이었다. 이런 역설을 이루어낸 동력은 두 가지였다.

그 하나는 형식적으로나마 민주화한 당시의 정치사회 시민사회와 여전히 군부독재의 억압이 계속되었던 노동사회 간의 모순이었다. 노동사회에서 최소한의 민주화를 요구하며 투쟁했던 민주노조의 정당성 쟁취는 역사적 필연이었다. 그러므로 탄압으로 일관한 국가는 패배가 예정된 헛발질을 10년 간 해댄 셈이다. 두 번째로 이 필연을 현실의 필연으로 만든 것은 당시 민주노조들의 흔들리지 않는 전투적 노조운동이었다. 낮은 수준의 연대와 취약한 변혁의식이라는 한계를 가졌으나 자주 민주의 이념을 기반으로 현실을 돌파하였던 것이다.

1997년 겨울총파업과 그 이후의 민주노조 합법화, 그리고 IMF 외환위기는 이 모든 조건을 단 번에 바꾸어 놓았다. 위기의 일차적 원인은 운동노선이 아니라 바로 이 구조변동에 있었던 것이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광풍 앞에서 합법화된 민주노조들은 1987년 체제라는 방패막이를 잃은 채 속수무책으로 10년을 지내왔다. 단순한 전투적 노조주의는 이제 질곡이 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민주노조운동의 거대한 위기로 다가왔다. 변화된 조건에서 새로운 높은 수준의 연대정신과 구체적인 변혁 전망을 상실한 결과, 급기야 자주성과 민주성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구조변동과 민주노조 운동정신의 상실 이 두 가지가 결합하여 민주노조의 위기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좌파 활동가들의 운동조직,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이 출범하였다. 이들은 자주성 민주성 계급성을 지향하는 ‘사회 변혁적 노동운동’을 주창하였다. 전투적 노조주의의 문제의식을 계승하되 그 내용과 질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선언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노동전선’의 문제의식은 단순히 상대방 활동가들의 운동노선을 문제 삼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변혁’이라는 이름에 걸맞기 위해서는 민주노총 지도부와 반대 정파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야 한다. 그리고 ‘종속적 신자유주의 노동체제’의 구조에 맞서는 ‘사회변혁’, 즉 계급적 산별노조 건설, 비정규 조직화, 아래로부터의 노조 혁신의 과제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일이 조직의 사업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혁’은 계급 범주를 넘어 ‘사회’와 ‘사회운동’에 대한 고민으로 확장될 때 실현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필자는 ‘노동전선’에서 ‘희망’을 보는 이름 없는 노동자의 아래 의견에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7. 희망을 봅니다. 그나마 /2007.05.01 23:39
그동안의 좌파운동이 사실 자신의 실력보다는 다른 정파에 대한 반정립만으로 자신의 조직원을 관리하려는 경향이 많았죠. 그런데 자신의 노선을 드러내고 실천을 통하여 대중적으로 검증받겠다는 활동가조직이 그나마 희망을 줍니다.
솔직히 말해서 좌파 정치조직이 지금의 민주노조운동이 이렇게 망가지기까지 뭘 했는가 보면 자기성찰은 없이 남의 운동 비난하는 것으로 일관했잖아요.
진정한 좌파 운동은 부족한(자기관점에서) 동지를 보듬는 것과, 함께하는 과정을 통하여 자신의 노선을 대중화 시켜야 하는데 선언하고 비난하는 것으로 자기운동을 다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보편화되어있죠.
노선과 기치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현재의 지형을 좀 더 왼쪽으로 움직일 것이냐의 구체적 고민을 하는 전국 활동가조직이 조금 부족하기는 하지만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네요.
<민중언론참세상 기사 ‘전국적 좌파활동가조직 '노동전선' 공식 출범’(최인희 기자)에 대한 독자의견>
덧붙이는 말

노중기 님은 한신대 교수로, 본 지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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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일질려고?

    글 쓰기 전에 아래 댓글은 눈에 안 들어 옵디까? 전후맥락 차분히 살피면서 글 쓰세요. 천둥벌거숭이처럼 함부로 써대지 말고.


    10. 개념 없는 글을 보니.. 눈물납니다 /2007.05.02 13:50
    '이제그만' 님,
    민투위 소속 활동가가 70명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70명이 극소수입니까. 그리고 노힘 활동가 또한 극소수라니요? 올바른 정신으로 하시는 말씀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나마' 님,
    아시면서 모르고 순진하신 척 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정말 몰라서 하시는 말쓴인가요?
    류기혁 열사를 부정하면서 불파투쟁을 정규직 노조 임단협 논리에 종속시켜 현대차 비정규직 가슴에 칼박은 이상욱이나, 이런 이상욱를 다시 추대한 민투위와 함께 하는 것을 '부족한 동지를 보듬드는 것'으로 생각하라고요? 비정규노동자와의 연대라는 원칙을 저버린 이들까지도 어떻게든 싹싹 모아서 세과시하려는 이들이 어떻게 '진정한 좌파'입니까?
    노동해방을 위해 굶어죽을 각오로 비타협적 투쟁을 벌려야 하는 것이 우리의 운동인데, 원칙을 저버린 거대 현장조직과도 단절치 못하는 이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정파를 떠나 류기혁 열사를 가슴에 묻은 현대차 비정규노동자를 생각해서라도 개념없는 글 좀 올리지 마십시요.

  • 노중기

    책임질려고? 님.
    '함부로 쓰지' 말기 바랍니다. 보시다시피 님하고는 내용논의가 되지 않습니다.

  • 책임질려고?

    내용논의는 되지 않겠지요. 다만 본인의 글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확실히 느끼셔야 될 것입니다. 저같이 이름없는 댓글쟁이의 글을 누가 신경쓰겠냐만은 노중기 교수님의 글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원하청 공동투쟁의 대의를 가장 저질스러운 형태(류기혁 열사 부정)로 저버린 민투위와 단절하지 않은 채 출범한 '노동전선'을 어떠한 형태로든 정당화하는 것의 정치적 책임을 뭍는 것입니다.

  • 독자

    우선 노중기 님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을 뿐"입니다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 주내요.
    그리고 책임질려고님. 당신의 권력은 익명 그 자체군요.

  • 전선에서

    저는 노동전선에 기대를 합니다.
    운동의 위기와 전망이 상실된 현재상황에서,
    냉소와 비난이 난무하는 개판 운동판에서,
    노선과 실천으로 나선 동지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 춘강

    배제의 오만과 편견으로는, 분열을 통한 자기확인 자기기만 그러한 비겁함으로는, 해방세상에 한발짝도 다가갈 수 없다네. 책임질려고? 정파울타리에 갇혀 스스로를 기만하면서 대중을 속이지 말게나. [노동전선] 유기혁열사를 다시 살려낼 것이네. 힘을 보태주시게 동지!

  • 기풍쇄신

    노동해방은 힘으로만 쟁취되지 않습니다. 인간존중과 연대, 평등의 가치가 우리 속에 살아 숨쉬지 않고는 노동해방은 멀기만 합니다.
    저는 이상욱과 민투위가 류기혁 열사를 부정했을 때, 그들 속의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존중과 연대의 가치도 죽어 버렸다고 판단합니다. 같은 작업장에 일했던 하청노동자들의 피맺힌 바램을 짓밝은 작태는 손쉽게 용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 그들이 이번에도 버젓이 현대차 지부장 선거에 출마해서 아전인수겪으로 불파투쟁을 운운하는 인터뷰를 읽었을 때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습니다.
    노동전선에 건강한 동지들이 많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단 이미 노동해방의 가치들을 훼손한 자들과 함께 하면서, 얼마나 제대로 된 혁신과 기풍을 세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상욱과 민투위가 살신의 반성을 하지 않고, 이런 그들과 함께 하는 이상 노동전선에 미래는 없다는 것을 저는 제가 만나는 누구에게나 표방할 것입니다.

  • 인천

    동지들의 비판은 항상 매섭습니다. 그러나 동지!
    동지! 저는 노동전선 가입자입니다. 애정어린 관심이라면 고맙습니다.

    두가지의견입니다.
    하나, 문제는 노동전선이 향후 어떤 실천을 벌이는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지가 걱정하는 것처럼 노동전선도 하청노동자의 죽음을 내팽겨치는지! 아니면 열사를 다시 되살아오게하는 투쟁을 벌여나가는지 지켜보아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노동전선'을 결의한 어떤 활동가도 하청노동자의 죽음을 헛되이 하기위해 민투위 관련 활동가를 가입시킨 것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동지의 우려가 사실이었다면, 나의 얼굴에 노동전선의 온몸에 침을 밷어도 좋습니다. 그러나 가입의 문제보다는 활동의 내용(과정)을 대한 비판이었으면 합니다. 물론 가입문제 역시 매우 중요할 것이나, 동지도 아시다시피 노동전선은 엄격한 회원자격/규정을 둘 정도의 정치조직은 되지 못합니다.

    둘, 진상조사위입니다.
    혁신의 대상과 혁신을 말할 수 없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당연한 것이지요.
    지금 노동전선의 가입자 중에 혁신의 대상이 있다는 얘기이겠지요.
    저는 가입자의 1인으로서 그들의 행태를 주시할 것입니다. 적어도 권위있는 진상조사위를 꾸려 결론이 나올 때 까지는 말입니다.

    논란이 될 이유가 없었던 열사의 문제. 논란이 시작되었을 때 우리는 즉각 권위있는 진상조사위를 꾸려서라도 그들의 판단과 정황을 묻고, 반노동자적 행태를 변별해내야 했습니다. 우리 좌파의 운동은 수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러지 못하고 있지요.

    진상조사위는 노동전선 내부에 국한하지 않는 좌파 운동진영에 공개제안되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노동전선이 이를 적극 개진할 것을 요청드립니다. 시선을 의식한 이쁜 성명서는 누명을 벗기위한 몸부림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민투위 당사자 중 일부가 가입했다는 둥, 개별가입이기에 민투위 전체에 대한 판단은 곤란하는 둥, 어쩌고 등등을 말하는 것은 회피하는 자세입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슬로건이 있지않습니까?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적극 나서라! 피고로 나서라는 뜻이 아닙니다. 더러운 오욕의 실체를 공히 확인하고 썩은 것은 도려내는 것 남한노동운동이 당연 가야할 길입니다. 현장실천-사회변혁을 결의한 조직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운동의 역사를 바로세우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봅니다.


    '지난 일'들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이었던가?
    민투위 해당자들이 지난 일들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 현재는 그들은 어떤 운동관을 가지고 있는가?
    그런 사안에 대하여 우리는 어떻게 조치하는가?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논점이 노동전선 때리기로 흘러가지 않길 바랍니다. 꼴보수 정당의 대변인들이 주고받는 '물타기, 때리기'로도 충분합니다.

    혁신의 대상을 보듬을 것인가, 단절할 것인가? 전 아직 판단할 수 없습니다.

    다시한번 제안합니다.
    노동전선 운영위는 조속히 운동진영에 진상조사위를 제안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운동의 기풍을 신속하게 세워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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