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팔레스타인 전략, 실패인가?

하마스-파타 공동내각 붕괴, 사실상 내전으로

하마스(이슬람저항운동)와 파타(팔레스타인민족해방운동) 무장 세력 간의 충돌로 100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가운데, 하마스가 13일 파타의 보안군 본부를 비롯한 가자지구의 대부분을 사실상 장악했다.

하마스와 파타 무장 세력은 주요 도로를 차단하고 시민들이 오가는 지역에서 서로 총격을 벌이기도 했으며, 높은 아파트 건물들을 총을 쏘는 진지로 활용하기도 했다고 현지의 목격자들은 전했다. 마헤르 미크다드 파타 대변인이 있던 아파트 건물에는 폭탄이 떨어져 건물이 심각하게 훼손되기도 했다.

  13일의 가자지구 [출처: MaanImages]

  14일의 가자지구 [출처: MaanImages]

하마스-파타 공동내각 붕괴
사실상 내전으로


14일 저녁 마흐무드 압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하마스와의 공동내각 해산을 선언했다. 하마스는 즉각 비상사태 선포 및 내각 해산 명령을 일축하고 불복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작년 1월 총선결과에 따라 출범한 단독 내각을 대체해 올해 3월 구성된 하마스-파타 공동내각은 사실상 붕괴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팔레스타인 양대 세력 간의 갈등은 사실상 내전의 위기로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UN은 마흐무드 압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의 논의를 통해 평화유지군을 파견할 것을 시사했다. 이로써 하마스를 테러집단을 규정하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더욱 강력한 제재조치를 가할 것이 예상되며, 이스라엘의 개입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다.

민중의 지지를 통해 내각을 장악한 하마스
그리고 미국, 이스라엘을 등에 업은 파타


하마스는 작년 1월 총선에서 구 지배세력이었던 파타를 누르고 압도적 지지로 내각 장악에 성공했다. 그러나 하마스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이스라엘은 하마스 내각을 고사시키기 위해 철저한 봉쇄 및 제재제 조치를 취해왔다.

동시에 미국과 이스라엘은 구 지배세력이었던 파타에게 무기를 비롯해 자금지원을 해 오면서 하마스에 맞서 싸우도록 부추겨왔다. 특히 가자 지구의 무하마드 달란이 지도하고 있는 ‘보안군’은 미국 및 이스라엘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이스라엘 신문은 파타가 이스라엘에 무장한 차량, 수백기의 로켓, 수천 개의 수류탄, 수만 개의 탄환을 요청했으며 이 무기들은 모두 하마스를 공격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마스는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자 파타에 ‘연립내각’ 구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파타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3일 가디언 지에 폭로된 알바로 데 소토 전 UN 특사의 비밀보고서는 압바스 팔레스타인 임시정부 수장이 하마스의 초기 공동 내각 제안을 거절하게 된 배경에는 바로 미국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파타 당의 주요 무장 세력인 달란의 민병대가 12월과 1월 쿠데타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결국 3월에 ‘연립내각’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주도하고 있는 파타는 무장 세력을 연립내각의 통제 아래 두지 않고, 오히려 그 동안 하마스를 공격해왔다. 파타는 약 6만의 무장병력을 갖고 있으며, 하마스는 약 1만의 무장병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팔레스타인 전략은 실패하고 있는가?

미국에서 고립해 붕괴시키려고 했던 하마스가 오히려 파타의 심장부를 장악함에 따라 미국의 전략은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나의 국가: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난국을 헤져나가기 위한 과감한 제안’의 저자 알리 아부니마는 “가자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등에 업은 민병대의 엄청난 패배는 부시의 팔레스타인 정책의 큰 패배”라고 평가했다.

하마스가 지난 3월 공동내각을 구성해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공동내각을 인정하지 않았고, 파타 무장조직을 지원했지만, 오히려 내전의 불씨만 키워놓은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 더 큰 틀에서 본다면 미국의 전략은 성공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미니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활동가는 1차 인티파다 전후로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지원해왔던 역사를 언급하며 미국이 가진 기본적인 생각은 “내부가 분열해서 싸우도록 해 몰락을 유도하거나, 자신이 지지하는 세력이 권력을 잡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미국의 입장에서는 내부적인 충돌을 유발하고 사실상 내전 상태에 이르게 되면 “미국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니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활동가는 “가장 잔인한 것은 경제제재”라고 꼬집었다. 하마스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자 미국, 유럽연합(EU), 이스라엘이 경제봉쇄를 통해 하마스 정권의 숨통을 조이는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삶은 파탄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실상의 내전 상태와 더불어 더욱 강력한 제재조치가 취해지면, 민중들의 삶이 더욱 절망적인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알바로 데 소토 전 UN 특사는 폭로된 비밀 보고서에서 이스라엘-미국-유럽연합의 원조 중단으로 인해 수백만명의 가난이 심화되는 결과를 가지고 왔다며 미국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비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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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 팔레스타인 , 이스라엘 , 하마스 , 평화 , 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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