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도 안되는 ‘정치 386’ 때문에…

김정호 금속노조 교선실장님께

김정호 교선실장님.

6년 전 서계동 ‘금속노조 숙소’에서 산별노조 교육 방법론을 안주 삼아 기울였던 소주잔이 그립습니다. 사무실과 숙소가 불과 30m도 안 떨어져 있는데도 사무실에 남아 새벽녘까지 밀린 일을 하다가 사무실 바닥에 그냥 스티로폼 깔고 자던 실장님 모습이 그립습니다. 3년 전 총선 때 창원에서 볼 땐 금속노조 경남지부 부지부장이었죠. 그래도 제게 김 선배는 영원한 교육선전 활동가입니다.

엊그제 신문 한 귀퉁이에서 김 선배의 얼굴을 봤습니다. 서울대 사회학과 입학 27년 만에 졸업하셨다고 빙그레 웃는 사진 속 얼굴은 8월 삼복더위에도 겨울 점퍼를 걸친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2005년 부지부장 그만 두시고 노동사회교육원으로 옮기셨다는 얘길 듣고서도 저는 놀라지 않았습니다. 6년 전처럼 ‘어떻게 하면 노동교육을 더 잘할 수 있을까’하는 붉은 마음의 연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해 노동교육과 관련한 공부를 할 계획”이라는 실장님의 꿈도 당연히 그 마음의 연장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 후에도 현장에서 딱 반 발짝 떨어져 노동운동을 지키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전태일을 팔아 1년도 안 남은 보수여당의 국회의원이 된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그 밑에서 가방 모찌 하다가 최근 한나라당 대선 캠프 주변을 맴도는 전 민주노총 조직쟁의실장, 정리해고를 받아들인 대가로 가스에 ‘가’자도 모른 채 주 전공인 건설을 버리고 한국가스공사 감사로 낙하산 강하한 전 민주노총 직무대행, 그것이 옳든 그르든 간에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한 민주노총의 부위원장 선거에 단골 출마해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도 줄곧 정권 주변을 맴돌다 결국 통합신당 지지에 이른 단위노조 전 위원장 등 우리 주변에 수없이 많은 ‘정치 386’들이 있습니다.

이들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조중동처럼 떠들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이들 때문에 가뜩이나 노동 권력이 취약한 이 나라에서 노동운동을 하는 우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대중 정권 때 청와대가 부활시킨 국정홍보처를 폐지해야 한다고 줄곧 보도해온 진보신문의 기자가 청와대로 들어가고, 그 신문의 편집국장은 지금, 폐지시켜야 한다던 국정홍보처의 2인자 자리를 꿰차고 앉아 ‘취재 선진화 방안’을 참주선동하고 있습니다. 신지호, 정윤재, 최인호, 송유배 등 수많은 ‘정치 386’들의 먹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통 보수 이데올로기 진원지 KDI의 연구원이면서 이화여대 교수인 조동호 교수같은 작자는 몇 일 전 중앙일보에 이런 ‘정치 386’을 비판하면서 “아직도 바라는 것 없이 묵묵히 그 길을 가는 네 동료들을 너는 버렸고,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힘들게 제 인생길을 가는 친구들을 너는 쉽게 잊었다”고 썼더군요. 조 교수의 말처럼 실장님 역시 ‘아직도 바라는 것 없이 묵묵히 그 길을 가는 내 동료’입니다.

몇 년 후 노동교육가로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실장님이 조 교수처럼 ‘먹고살기 위해서’ 있는 머리로 남 등치고, 나라를 거덜 내는 조 교수 같은 성장 결정론자들을 꾸짖어 주시길 바랍니다. 조 교수는 실장님보다 딱 1년 먼저 서울대에 들어갔을 뿐입니다.
덧붙이는 말

이정호 님은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에서 교육선전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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