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 때 아닌 ‘원조보수’ 논쟁이 뜨겁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회창 전 총재가 ‘정통보수’론으로 세 결집에 나서자, 지지층 이탈을 우려한 한나라당이 본격 보수경쟁에 뛰어든 것.
이명박, 재향군인회 초청강연회에서 ‘극우본색’ 과시
우선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핸들을 우측으로 바짝 돌렸다.
이 후보는 8일 재향군인회 초청강연회에 참석해 “일부에서 제기된 소위 ‘한반도 평화비전’은 한나라당의 공식 당론이 아니고, 내 대북정책과는 차이가 있다”며 “나는 북한이 나아가야 할 길을 분명하게 보여주되, 개혁, 개방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그 열매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 전 총재가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의 ‘한반도 평화비전’ 정책을 비판하며 “햇볕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이명박) 후보의 대북관은 애매모호하고, 이러한 태도로는 다가오는 북핵재앙을 막을 수 없다”고 이 후보를 비판한 데 대한 해명이다.
이 후보는 이날 강연에서 북방한계선(NLL) 문제와 관련해서도 “NLL은 엄연한 불가침선이고 해상의 휴전선으로 지켜져야 한다”며 “나는 NLL의 수호의지를 밝힌 국방부와 군 수뇌부의 결연한 의지를 신뢰하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안보에 관해서는 애국과 국익만이 있을 뿐”이라고 자신의 보수적 대북관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이 같은 이 후보의 행보를 두고 박용진 민주노동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 전 총재의 등장으로 이명박 후보가 다시 ‘슈퍼반공보이’로 되돌아왔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진짜보수’ 주장할 자격 없다”
한나라당도 당 차원에서 자신들의 ‘원조 보수’로서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나라당은 9일 ‘진짜보수와 사이비보수의 대결’ 제목의 공식 논평을 통해 이 전 총재에 대해 “스스로가 정통보수로 자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이비보수’, ‘구태보수’, ‘수구보수’일 뿐”이라고 밝혔다.
구해우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이 전 총재에 대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지 못했고, 법과 원칙을 어겼고, 불법대선자금 문제에 대한 심판과 해명을 하지 않았다”며 “정통보수, 진짜보수를 주장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구 대변인은 또 “보수의 기본은 솔선수범인데 (이 전 총재는)자녀들의 병역기피의혹, 원정출산의혹으로 얼룩져 있다”며 “민주주의 기본원칙인 경선 승복을 사실상 뒤집고 법과 원칙을 말하는 것은 사이비 보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어제는 ‘존경하는 총재님’.. 오늘은 ‘배신자 회창 씨’
한편, 한나라당으로부터 ‘총재님’으로 추앙받던 이 전 총재는 ‘이회창씨’로 위상이 급추락했다. 또 연일 한나라당은 이 전 총재 때리기에 열을 올리며, 당 내부를 추스르는 데 여념이 없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이회창 씨는 이제 분열과 반칙을 상징하는 정치인이 됐다”고 비판하며 “이번 대선은 민심에 역행하는 반칙 정치인들을 심판하는 대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개최된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안상수 원내대표도 “이회창 씨가 정당정치와 민주주의 근본을 부정하면서 출마한 것은 한나라당과 국민을 배신한 것”이라고 이 전 총재를 맹비난했다.
그는 이어 “이회창 씨에 대한 지지는, 우파세력의 분열을 초래해 정동영 후보를 돕고 좌파정권을 연장하는 비극적인 결론을 가져올 것”이라며 “한나라당 당원은 절대 이회창 씨를 지지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당원들의 이탈을 단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