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의 관련성을 부인하도록 김경준 씨를 '회유 협박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BBK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경준 씨는 대통합민주신당 측에 건넨 진술서를 통해 관련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검찰의 '회유 협박' 주장을 재차 펴고 있어 BBK 의혹과 검찰 수사를 둘러싼 진실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준, "보도된 메모지에 적은 내용은 전부 사실"
신당 법률지원단 소속 송영길 의원과 임내현 변호사가 9일 공개한 진술서에서 김 씨는 한 시사주간지를 통해 최초 보도된 검찰의 '회유 협박' 의혹에 대해 "보도된 메모지에 적은 모든 내용은 전부 사실"이라며 "조사 3일째부터 이 후보에게 유리하게 진술하면 징역을 최소화하겠다는 검사의 제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진술서를 통해 "검찰이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될 텐데, 그러면 12-16년형을 줄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며 "그래서 나는 가족과 상의 후 그렇게(이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기로 했다"고 검찰의 '회유 협박' 사실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또 "내가 계속 정확한 내용을 물어보니 (검찰이) '3년 집행유예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김 씨의 '회유 협박' 주장에 대해 검찰은 시종일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오히려 김 씨를 직접 수사한 김기동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부장검사는 김 씨가 먼저 "사문서 위조를 인정할 테니 불구속으로 해달라고 '형량 거래'를 제안했다"며,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공개된 진술서에서 김 씨는 김기동 검사를 직접 거론하며 "김 검사 개인사무실에서 이뤄진 조사에서, 나한테 먼저 '일이 이렇게 된 게 아니냐'고 하면 그냥 그렇다고 했다"고 '형량 거래' 뒤 '짜맞추기 수사'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BBK, LKe뱅크 자회사로 2000년 2월부터 운용"
그는 한글 이면계약서 수사와 관련해 "내가 한글 이면계약서를 위조했다고 진술하라고 해서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더니, 그러면 약속('형량 거래')을 다 취소하라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또 진술서를 통해 한글 이면계약서 실제 작성시점이 기재된 작성일자 보다 1년여 늦은 것과 관련해 "이명박 (당시) 회장이 내가 BBK의 실제소유자이고 모든 책임을 지면, 자기가 금융감독원 문제를 풀어 EBK증권중개와 LKe뱅크를 살리겠다고 해 내 이름을 EBK증권중개와 LKe뱅크에서 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문제는 BBK에 대해서는 내가 책임을 지고, 문제가 없는 LKe뱅크와 EBK증권중개에선 사실상 빠져 이명박 씨가 약속을 안 지키면 나는 완전히 망하는 시기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그래서 고민 후 한글 이면계약서를 만들어 아침 일찍 이명박 회장에게 찍어달라고 했다"며 "계약 내용은 이명박 회장과 내가 벌써 동의한 것이고, 실질적으로 BBK는 LKe뱅크의 자회사로 2000년 2월부터 운용되었다"고 덧붙였다.
"BBK.다스 이명박 후보가 실소유주"
이어 김 씨는 진술서를 통해 재차 BBK와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후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씨는 LKe뱅크를 통해 BBK를 지배했고, 이면계약서는 이명박 씨가 읽고 도장을 직접 찍은 것"이라며 "이명박 씨가 BBK의 실제 소유자"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또 옵셔널벤처스와 관련해 "옵셔널벤처스 주가 매집 시에는 이 후보의 허락을 받고 주식을 매집했다"며 "주식 거래와 자금 거래는 이진영 씨(이 후보의 개인비서)가 다했다"고 밝혔다.
그는 "옵셔널벤처스 횡령 혐의 거래도 이진영 씨가 자금 거래에 다 관여했다"며 "BBK 투자자금 변제는 이 후보가 결정해 자금을 옵셔널 계좌에서 뺐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경준 씨의 부인 이보라 씨는 지난 달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이 후보와 BBK가 관련됐다는 증거로 제기되고 있는 명함과 브로셔가 실제로 존재하는 자료들이라고 이진영 씨가 미연방검사에게 진술하는 동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이처럼 검찰 수사결과 발표를 뒤엎는 김 씨의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김 씨의 외부 접견을 금지해야 한다고 발끈하고 나섰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김경준 씨를 접견해 관련 증언을 외부로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신당과 이회창 후보 측에 대해 "정동영과 이회창 후보의 이익을 위하여 변호사 접견권을 남용하고, 그를 이용하여 언론에 김경준의 말을 생중계하듯 유포하고 있다"며 "검찰은 입법취지에 반하는 접견교통권을 당장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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