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불과 8일 앞두고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막판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범여권이 '단일화'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분 싸움으로 무산된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통합 논의가 다시금 물밑에서 진행 중이다.
특히 정동영 후보 사퇴를 요구해 단일화를 무산시킨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그간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를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국현 "정동영 외에는 없다"?
문 후보는 11일 성명을 통해 "그 어떤 자잘한 정치적 논의나 토론, 또는 협상보다도 단 한 번의 희생적 결단이 국민 모두들 감동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할 것"이라며 "그걸 할 수 있는 인물은 정동영 후보 외에는 없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이 나라 미래를 새롭게 세워나갈 세력 모두의 총집결을 위한 역사적 결단을 위해 이제 더 이상 시간을 미룰 수 없다"며 "나는 정동영 후보가 이 난국의 타개를 위해 가장 훌륭하고 뜨거운 감동의 드라마, 그 주역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고 정 후보를 한껏 치켜세웠다.
그간 문 후보 측이 '과정(토론)없는 결과(단일화)는 감동을 줄 수 없고, 대선승리의 방도도 될 수 없다'고 밝혀 온 것에서 상당히 물러선 입장 변화다.
문 후보의 이 같은 입장 선회는 정치권을 비롯한 민주개혁진영 안팎에서 문 후보의 '몽니'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고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범여권 단일화가 무산되자 소설가 황석영 씨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은 문 후보 측을 "분열된 채로 민주대연합에 방해가 되는 정치세력은 거짓 민주평화세력"이라며 맹비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이날 "정 후보와 그 진영에 대해 때로 지나치지 않을까 싶게 날선 공격과 비판을 해온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정 후보의 그간 노력과 정치적 이상을 전부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정 후보와 날 선 대립각을 세워 온 이유에 대해 "단지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크다는 것을 정확히 인식할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정 후보는 이 나라의 소중한 정치 지도자"라고 말했다.
최대치 '鄭 사퇴'는 안 되도 '盧와의 단절'은 챙기자?
그러나 "정 후보에게 제안한다"고 밝힌 이날 성명은 지금까지 문 후보가 취한 태도와 마찬가지로 '애매모호'했다. 정 후보를 치켜세우면서도 사퇴를 우회적으로 촉구하는 등 제안의 '선명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문 후보는 "정 후보의 집권을 노무현 정권의 재집권, 그 연장으로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 후보로의 단일화가 이번 선거의 승리를 가져올 수 없다는 명백한 이유가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정 후보가 이 난국에서 모든 기득권과 정치적 목표를 접고 살신성인의 자세로 나선다면 국민들은 열광하게 될 것"이라며 "반부패 미래 모든 세력의 총집결을 위한 동력을 뿜어내게 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애매모호해 보이는 문 후보의 이날 성명은 정치지도자로서의 정동영 개인에 대한 가치와 단일화 파트너로서는 인정하지만, 참여정부 계승자를 자처한다면 '단일화는 없다'는 무언의 압박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문 후보가 현재 얻어낼 수 있는 최대치는 정 후보 사퇴라는 '결단'이지만, 이게 안 되더라도 정 후보에게 최소한 참여정부와 친노세력과의 단절 정도는 이끌어내야 내년 총선을 기약해 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와의 단절'을 연대의 '마지노 선'으로 친 셈이다.
이 같은 문 후보의 제안을 정 후보가 수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물론 최근 정 후보는 BBK 검찰 수사결과 발표를 계기로 청와대와 급속히 냉각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친노세력이 아직 신당 내부에 대거 포진한 가운데 문 후보의 제안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신당 안에서는 최근 정 후보가 노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을 두고도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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