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두 번째로 열린 대선후보 TV 합동토론회에서 6명의 후보들은 사회·교육 ·문화·여성 분야에 대해 경합을 벌였다. 이 중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논쟁이 토론회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공세전도 만만치 않았다.
자립형 사립고 확대부터 대학 평준화까지
한나라당 이명박, 민주당 이인제,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교육의 수월성·자율성을 강조했다. 이명박, 이인제 후보는 자립형 사립고 100개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이명박 후보는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을 줘서 잠재력 있고 창의성을 가진 학생을 뽑아 인재로 키우도록 해야 한다”며 가장 자유주의적인 성향을 보였다. 이회창 후보는 교사 수를 10만 명으로 증원하고 교사 간 경쟁을 이끌어 공교육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민주노동당 권영길,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교육의 평등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들 후보는 모두 자립형 사립고 확대에 반대했다. 정동영, 권영길 후보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대학 입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단, 권영길 후보는 “대학 서열화를 유지한 채 입시를 폐지하면 사교육만 부추길 뿐”이라며 ‘대학평준화’를 전제로 달았다. 문국현 후보는 교사 수 2배 증원, 교육재정 70조 원 확충과 함께 중소기업 양성을 위한 평생교육을 내세웠다.
상호 정책에 대한 후보 간 공방도 이어졌다. 정동영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교육 정책은 입시 지옥을 불러오고 교육 재앙을 일으킨다”고 혹평하며 “현재 자립형 사립고에 들어가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과외가 성행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할 경우 유치원 때부터 과외가 생길 것이고 사교육비는 2배로 폭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영길 후보의 대학평준화 공약은 “중국, 북한에서도 쓰이지 않는 낡은 좌파 정책(이인제)” “하향평준화의 폐단을 대학까지 확대하자는 것(이회창)” 등의 공격을 받았다. 이에 권 후보는 “평준화된 중등학교는 국제 학력평가에서 1, 2위를 차지하는 반면 대학은 꼴찌 수준이다. 평준화 정책이 교육의 질을 저하시킨다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라고 반박했다.
“IMF 금모으기 할 때 李 주가조작”
이번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BBK’란 단어를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는 등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지만 네거티브 공방전은 빠지지 않았다. 특히 토론회 주제인 교육과 부패청산을 다루면서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먼저 이회창 후보가 “오늘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위장취업, 위장전입, 탈세하는 후보가 국민에게 무엇을 믿고 따르라고 할 수 있겠냐”고 포문을 열었다. 이 후보는 이어 “IMF 때 금반지를 꺼내 온 국민이 국난 타개를 위해 힘을 합칠 때 이명박 후보는 돈 벌겠다며 젊은이(김경준 씨)와 함께 주가조작을 했다”고 비난하며 “이명박 후보는 도덕성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권영길 후보도 “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성교육인데 위장전입하고 자녀 위장취업 시키고 탈세하는 대통령 아래 인성교육이 제대로 되겠냐”며 “이명박 후보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좋은 교육 정책은 후보 사퇴”라고 공격에 가세했다.
정동영 후보는 지난 토론회에 비해 비방을 자제하는 모습이었지만 “대구 수성구에서 교육청이 자녀 위장전입을 적발하자 ‘대통령후보도 위장전입 시키는데 왜 단속하냐’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쳤다더라”며 “대통령이 되시면 이를 제대로 단속할 수 있겠냐”고 날을 세웠다.
반면 정 후보는 ‘참여정부의 그림자’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공격을 받아야 했다. 이인제 후보는 “정 후보는 교육 공약을 밝히기에 앞서 참여정부 교육정책 실패에 대한 사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문국현 후보는 “현 정부가 학생들에게 학교를 잠자는 곳으로 만든 것에 대해 분노를 금치 못하며, 정 후보는 정말 사과해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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