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노동자 옥중 서한집 ‘푸른 생명’ 출판

‘구속노동자 석방과 사면·복권을 위한 공동행동’이 엮어

뜨거움의 햇살이 7월을 부른다.
그날은 유난히도 날씨가 맑고 청명했으며
하늘은 푸르고 높았다.
주위는 조용하고 포스코 본사 앞 잔디는
노동자의 피와 땀과 살을 먹음인지
푸르다 못해 녹색의의 색깔은 폭발하려 한다.
건설노동 역사의 한 획을 그을 그 순간의
시간이 다가옴을 모른채...

-심진보, ‘나는 7월을 사랑한다’ 中


기억이라는 것이 너무나 쉽게 사라지는 시대. 아무도 무언가 기억하려 하지 않는 시대. 차가운 감옥 속에서 멈춰진 시간을 살아가며 ‘푸른’ 수의를 입고 새로운 ‘생명’을 꿈꿨던, 지금도 꿈꾸고 있는 그들의 목소리가 한 권의 책으로 모아졌다.

  구속노동자 옥중 서한집 '푸른 생명' 표지 [출처: 메이데이]

구속노동자 석방과 사면 복권을 위한 공동행동’은 노무현 정부에서 구속됐던 노동자들의 시와 편지를 묶어 ‘푸른 생명’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 출판사는 메이데이.

“여기 자유를 빼앗긴 순박한 사람들의 처절한 몸짓이 있다. 그들은 땀 흘려 일해 온 만큼 당당하게 인간대접 받으며 살기를 원했던 노동자들이다. 세계적으로 노동3권과 집회, 시위의 자유가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으로 선포된 지도 백년이 넘었건만, 아직도 이 나라에는 해마다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끌려간다” -이광열, ‘푸른 생명’ 책머리에 中

노무현 정부 5년간, 파업 또는 집회 과정에서 구속된 노동자는 1천 52명이었으며, 이는 김영삼 정부 시절에 두 배에 달하는 수다. ‘푸른 생명’에는 스스로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한 구속 노동자들의 울부짖음이 가득하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에 맞서 싸우다 하중근 조합원을 열사로 보내야 했던 포항건설노조, 허울 좋은 비정규법 때문에 해고된 것도 모자라 농성장에서 경찰에게 짓밟혀야 했던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 무노조 경영을 깨기 위해 삼성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삼성일반노조,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노예처럼 일하다 출국 당해야 했던 이주노동자들, 대추리의 봄을 지키기 위해 온 몸으로 철조망을 뜯어냈던 평화 활동가들, 오로지 자본의 이익만을 위한 한미FTA를 막기 위해 나섰던 노동자들.

‘푸른 생명’ 1부에는 ‘서정시가 어울리지 않는 시대’라는 제목으로 옥중 시가 2부에는 ‘감옥에서 온 편지’라는 제목으로 편지글이 엮여져 있다.

자신들의 쳐 놓은 폴리스라인을 넘으면 무조건 검거하겠다고 나선 경찰청과 “경찰이 시위대에 매 맞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짝짜꿍이 시작된 2008년, 아직도 차가운 감옥 속에서 잊혀짐과 싸우고 있는 구속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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