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항쟁 60주년, “평화와 사람다움을 위하여”

[서평] 강요배 화백 ‘동백꽃 지다’, 보리출판사

1948년 4월 3일 새벽 2시, 한라산 봉화에 불꽃이 피었다.

“시민 동포들이여! 경애하는 부모 형제들이여! ‘4.3’ 오늘은 당신님의 아들 딸 동생이 무기를 들고 일어섰습니다. 매국 단선단정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조국의 통일 독립과 완전한 민족 해방을 위하여! 당신들의 고난과 불행을 강요하는 미제 식인종과 주구들의 학살 만행을 제거하기 위하여! 오늘 당신님들의 뼈에 사무친 원한을 풀기 위하여! 우리들은 무기를 들고 궐기 하였습니다.” - 무장대가 뿌린 삐라 中

  제주공항에서 발견된 유골/참세상 자료사진

오늘(3일)은 60년 전 제주의 민중들이 스스로의 해방을 위해 항쟁을 시작한 날이다. 민중들의 요구는 “헐벗은 동포에게 쌀과 옷과 일을 주라”는 보편적인 것이었다. 가뭄과 굶주림, 일본의 앞잡이가 미국의 앞잡이가 되어 내 친구와 가족을 죽이는 꼴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스스로 봉기한 것이다. 그러나 제주 민중들에게 돌아온 것은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총알과 언제 끌려갈지 모르는 공포였다. 그렇게 민중들의 항쟁은 죽음으로 마무리 되었다.

60년 전 민중의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이명박 정부

60년 전보다 세상이 민주화 되었다고 떠들지만 2008년, 제주 민중들은 또 한 번 고통의 나날을 힘겹게 버텨내고 있다. 김대중 정권 시절인 1999년 ‘제주 4.3 특별법’이 겨우 국회를 통과하고, ‘제주 4.3 위원회’가 만들어져 노무현 前 대통령이 최초로 국가의 잘못을 인정하고 공식사과 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를 모두 허사로 돌릴 태세다.

이명박 정부가 제주 4.3 위원회를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로 통합하려는 개정안을 제출한 것.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열릴 예정인 60주년 위령제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안보 단체들의 반발과 요즘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총선을 앞두고 이념 논쟁을 촉발시킬 수 없다는 점 때문”이라고 불참의 이유를 전했다.

이미 인정된 국가의 잘못조차 “안보 단체들의 반발 때문”에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본심인 것이다. 이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보수단체들은 제주 4.3 항쟁의 역사 평가를 후퇴시키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대안 교과서’라는 이름으로 나온 보수단체들의 역사교과서에는 제주 4.3 항쟁을 ‘남로당 좌익 세력의 반란’이라고 규정했으며, 올해 문을 열 예정이었던 ‘제주 4.3 평화 기념관’은 ‘국가 정체성회복 국민협의회 중앙위원’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실정이다.

“알지 못해도 되는 사건이 아니며 알 필요가 없는 사건도 아니다”


이런 시기에 출판사 ‘보리’는 강요배 화백이 그린 ‘제주 4.3 항쟁’ 당시 민중들의 모습을 모아 ‘동백꽃 지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묶어냈다. 이 책은 1948년 4월 3일, 현장에 있었던 34명의 증언을 통해 제주 민중들이 하고자 했던 얘기를 담고 있다.

“일본 놈한테 쫓겨 다니다가 해방이 되었으니 이젠 잘 살아지겠구나 생각했었는데, 시국이 어수선해서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총을 쏘아 사람들을 죽여 놓았으니 제주도가 떠들썩하게 된 것이지요. 남로당이 선동했다고 하나, 너 나 할 것 없이 경찰의 발포에 공분을 느끼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 ‘동백꽃 지다’ 中

강요배 화백이 펜과 콩테로 그린 그림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한을 가슴에 그대로 안고 있는 제주 민중들이 살아가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좌익으로 몰려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 친구를, 동생을, 언니를 어느 오름 밑에서 뼈 조각으로 발견하고 있는 제주 민중들의 숨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다.

서경식 도코 케이자이대학 현대법학부 교수는 추천의 말에서 이 책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그것은 알지 못해도 되는 사건이 아니며 알 필요가 없는 사건도 아니다. 그것을 ‘알지 못한다’라는 것 자체가 무섭고 부끄러워 그런 사건인 것이다. 우리들은 자신이 무엇을 알지 못하는가를 알아야만 한다. 평화와 사람다움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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