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국민기업화도 안 된다

[논설] 대우조선 매각, 공공부문 민영화 신호탄

조선산업은 국가기간산업이다. 대우조선의 출발도 조선중공업에서 시작된다. 이후 대한조선공사(한진중공업)로 민영화되었다가, 1994년 대우중공업으로 합병되었다. 그러던 것이 1999년 대우그룹의 분식회계사건으로 대우그룹 전체가 워크아웃상태에 돌입한 이후 대우조선으로 분리되어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회생하게 된다. 당시 노동자들의 임금동결과 복지축소, 인원 축소 등의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대우조선은 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후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세계 3위의 견실한 조선업체로 거듭났다. 이처럼 대우조선은 국민의 세금과 노동자의 희생으로 기업이 되살아 났을 뿐 아니라 현재에도 산업은행이 31.26%, 자산관리공사가 19.11%의 지분을 보유하여 50% 넘게 정부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국가소유기업이다.

이런 대우조선을 정부가 매각한다고 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4월21일 매각주간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했다. 8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매각의 이유가 불분명하다. 투여된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명분이라고 하지만 굳이 잘 나가는 국유기업의 매각을 서두를 이유가 못된다. 그렇다고 IMF 외환위기 때처럼 달러를 채워 넣어야 할 때도 아니다. 시중에 돈이 남아도는데 매각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민간기업이었던 대우조선의 워크아웃이 끝났으니 주인을 찾아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원래 국가소유였다. 민간기업이냐 국가소유냐는 정책적인 판단일 뿐이고 국가소유가 문제가 된 상황은 아니다. 결국 대우조선 매각은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위해 산업은행의 보유기업 지분을 매각하는 것 뿐이다. 대우조선만이 아니라 대우일렉트로닉스, 동명모트몰 등 산업은행 보유기업 지분 매각이 서둘러 이야기되는 이유다.

여기서 산업은행 민영화가 왜 문제인지 따지지는 않겠다. 다만, 대우조선이 국유기업으로 남아 있는 것이 이상할 이유가 없다는 점만 확인하자. 그런데 노동조합과 심지어 일부 진보단체에서도 매각은 불가피한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요구는 크게 세 가지이다. 일괄매각 및 해외매각 반대, 우리사주 20%배정 등이다. 일괄매각을 반대하는 이유는 경영권을 포함하는 일괄매각이 이루어지면 매각 후 노동자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고, 해외매각의 경우 방위산업체인 대우조선이 해외자본에 매각될 경우 군사기밀과 선박건조기술의 유출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우리사주 배정 요구는 일종의 경영참가 의지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노동조합의 요구를 거꾸로 살펴보면 일괄매각과 해외매각이 아닌, 분산형 매각과 국내매각이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요구사항이 매각반대가 아닌 일괄매각 반대다. 노조와 똑같은 얘기를 민주노동당도 한다. 민주노동당 대표단은 4월28일 거제에서 대우조선의 국민기업화를 주장했다. 국민기업화는 간단히 말해서 포스코와 KT 매각과 같이 특정인이나 특정 기업에 주식을 매각하지 말고 공모주, 국민주 형태로 분산 매각을 하자는 것이다. 어차피 매각될 바에는 분산매각이 국민경제수준에서나 해당 노동자들에게도 더 낫지 않겠는가 하는 점에서 나온 주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기업화는 대우조선의 미래가 될 수 없으며 노동자들을 위한 매각도 아니다.

포스코와 KT는 모두 국민주 방식으로 정부지분이 매각되었다. 당시 포철과 한전의 주식을 사기 위해 수많은 국민들이 참여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찌되었는가? 얼마지나지 않아 국민들이 보유주식을 다소 비싼 가격에 매각하기 시작했고 일반상장기업과 마찬가지로 주식의 독점이 이루어졌다. 심지어 현재 포스코의 외국인 지분은 과반에 육박하고 있다. KT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러면 노동자들은? 알다시피 KT의 노조탄압은 악명이 높을 정도이고 포스코 역시 핵심 정규직들의 노동권은 보장되나 연관업체 특히 플랜트나 건설관련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살인적인 수준의 탄압을 받아야 했다. 2006년 하중근 열사의 죽음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

문제는 매각방식이 아니다. 매각 그 자체가 문제다. 경영권을 포함한 일괄매각이든 국민주 방식의 분산매각이든, 인수가격이 얼마이건, 어차피 매각의 모든 부담은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자산가치가 5조 원에 달하는 한국중공업이 2001년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따라 두산그룹에 3057억 원이라는 헐값에 매각되었다. 거저 준 것이나 다름없는 특혜매각이었다. 그럼에도 두산은 일방적인 협박과 위협으로 1124명의 노동자를 강제로 명예퇴직시켰다. 이어 노동조합에 대한 혹독한 탄압과 손해배상, 가압류로 남아 있는 노동자들의 목을 죄어왔다. 그리고 2003년 배달호 열사는 유서 한장 남기고 한 많은 생을 마감해야 했다. 이것이 매각기업의 현실이다. 국민주 방식이건, 일괄매각이건 노동자에겐 인정을 두지 않는다. 심지어 두산과 같이 특혜매각이 이루어져도 노동자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주장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것도 있다. 가령, 지난 상경투쟁의 주요요구가 해외매각 반대이다. 하지만 대우조선은 해외매각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매각주간사가 골드만삭스로 선정되었으나 일반적으로 매각주간사가 매각협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의 최근 동향은 김대중 정부와 달리 해외매각보다는 국내매각을 선호하고 있다. 현재 포스코, 두산, GS, 한화 등 국내 대자본들이 매각협상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실제 외국기업이나 투기자본들이 매각협상에 참여할 여지는 많지 않다. 따라서 특별히 해외매각이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중요한 것은 ‘해외’냐 ‘국내’냐가 아니라 매각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한편, 대우조선의 경우 일괄매각 반대와 함께 우리사주 20% 배정을 투쟁요구로 전면에 내걸었다. 일종의 대안으로서 종업원지주회사나 우리사주 지분으로 이사선임권을 요구한다. 대안으로서 우리사주를 통한 종업원지주회사 요구는 대우조선이 워크아웃을 졸업하자마자 노동조합의 중요 요구로 등장했다. 정확히 말하면 노조는 이것만을 노동조합의 대안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우리사주배정에 대한 요구는 현실성이 없다. 정부가 순순히 자산관리공사의 지분 20%를 우리사주로 넘길 이유도 없고,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이것을 가능하게 할 정도이면 이미 매각을 막을 수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대우조선의 상황에서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경영참가 방침은 실현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사주 조합에 사실상 참여하기 어려운 노동자들, 대표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이해를 분할할 뿐만 아니라 매각과정에서 노동자 통제력을 강화하기 보다는 주식시장과 주주의 요구와 일치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의 매각여부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공공부문 민영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앞서 얘기대로 대우조선의 매각은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위해 주식을 처분하려는 것이다. 대우조선의 매각은 산업은행 민영화로 직결되며,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필두로 대다수 공기업의 민영화가 줄줄이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만약 대우조선이 국민기업화라는 이름으로 국민주 매각이 이루어지더라도 이것과 상관없이 산업은행의 민영화는 이루어질 것이다. 따라서 대우조선의 매각은 공공부문 민영화의 신호탄이며, 대우조선이 무너지면 민영화 반대전선이 무너지는 것이다. 대우조선이 어떤 형식으로든 매각돼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대우조선 노동조합이 최근 매각방침이 발표되고 노동조합에서 총파업을 선언하고 서울상경투쟁까지 진행하고 있지만 공공성을 중심으로 한 접근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만약 물 사유화를 위해 수자원공사를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하는 국민기업화 하겠다고 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것인가? 이것은 명백한 민영화이며, 물의 공공성을 위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우조선의 국민기업화는 똑같은 위험을 안고 있다.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매각반대투쟁은 더욱 엄호되어야 한다. 공공부문의 노동자들까지도 자신의 이해가 직접 걸려 있는 문제로 대우조선의 매각을 사고해야 한다. 공공부문, 국가부문의 민영화와 그로 인한 공공서비스의 후퇴가 바로 대우조선의 매각으로부터 시작된다. 때문에 매각기업, 공공부문, 민주노총만이 아니라 전체 국민이 연대해서 대우조선의 매각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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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 대우조선 , 매각 , 국민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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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험가

    매각반대가 현상고수로 비춰지면 곤란할 것 같습니다. 매각을 해서는 물론 안되고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나 비정규직노동자,그리고 정규직 노동자의 근로조건 산안기준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노동권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든지, 지역사회에 이익의 일부를 환원한다든지, 임원들의 급여를 일정수준 제한하고 배당을 최소화한다든지 하여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보다 노동권, 지역사회에의 기여, 자본의 권리 제한이라는 기준에서 더 나은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이런 기준이 다른 공기업이나 민간기업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야 민영화 반대투쟁이 전사회적 변혁운동의 일부로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많은 토론이 필요한 사안으로 보입니다.

  • 홍석만

    위 논설내용 중 '현재 포스코의 외국인 지분이 80%에 달한다'는 내용은 사실과 달라 수정합니다. 포스코가 민영화된 후 외국인 지분이 80% 가까이 올라간 사실이 있습니다만 현재 포스코의 외국인 지분율은 약 50%정도 입니다.

  • 예그리나

    홍석만 동지의 글에 동감합니다.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대우조선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또 노동조합의 투쟁전선과 현장의 여타 현장조직들도 조금씩 입장이 다릅니다. 노조의 움직임이 조금답답함을 보이기는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노동자의 여타의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이며,
    그리고 역시 매각 자체는 근절되어야 함으로 보입니다.
    상당한 토론이 필요한 사안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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