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나누기 23%, 정부 허당 통계

"일자리 나누기 성과 보이기 위한 과잉충성"

13일 노동부는 “전국 100인 이상 6,781개 사업장 중 23%인 1,544개소가 일자리나누기에 참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각 사업장의 경영 여건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없어 허당 통계가 될 확률이 높다.

노동부는 경기침체에 직면하여 기업들이 임금동결·삭감이나 근로시간 조정 등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거나 추가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어서 전체 현황을 처음 발표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임금조정과 근무형태 변경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홍보에 집중하다 정확한 기업의 자료를 뽑지 못하고 성급하게 발표부터 한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재갑 노동부 고용정책관은 “일자리 나누기에 참여를 해야할 만한 기업의 모수를 잡아놓고 그 중에 얼마나 참여했는지를 봐야 정확한 분석이 되는데, 그렇게 하려면 그 기업의 경영여건을 다 봐야하기 때문에 저희 행정인력을 가지고 파악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다”고 조사의 한계를 인정했다.

  일자리 나누기 참여현황 분석 [출처: 노동부]

경영여건이 고려되지 않은 조사 결과는 경제위기를 틈타 임금조정을 단행하거나 인턴이나 비정규직을 뽑아도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한 것으로 통계가 잡힐 수 있다.

이처럼 불완전한 모수를 가진 일자리 나누기 통계를 놓고 이승철 민주노총 정책부장은 “정부가 사실상 노동유연화 전략으로 제출한 일자리 나누기가 실제 경제위기에서 성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노동부의 과잉충성이 부른 희극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노동부 이재갑 고용정책관은 “일자리 나누기로 노사관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일자리 나누기 실천 분위기가 확산되도록 제도적 지원방안을 강화하고 모범사례도 적극 발굴·홍보하겠다“고 이번 조사의 의의를 설명했다.

공공기관 두고는 노동부와 기획재정부 자기 지침 부정

이번에 발표한 공공기관의 일자리 나누기 참여 결과는 더욱 미심쩍다. 노동부는 이번 통계에서 공공기관의 일자리 나누기가 민간보다 높다고 발표했다. 노동부는 “민간기업은 22.3%가 일자리 나누기에 참가했지만 공공기관은 275개 사업장 중 34.9%인 96개소가 참여해 민간기업보다 참여 및 고용창출 비율이 높았다”고 진단했다.

발표에 따르면 일자리 나누기에 참여한 96개 공공기관 중 29개 기관이 고용유지를 했고 고용이 증가한 곳은 67개나 된다. 이중 정규직이 증가한 곳은 8곳, 인턴 등 비정규직 고용을 늘린 곳은 66개 기관이다.

  일자리 나누기 참여현황 분석 [출처: 노동부]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6차까지 발표한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총 2만 2천여 명의 인원을 감축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무조건 공공기관 일자리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하는데 노동부는 일자리 나누기로 일자리가 늘었다고 홍보하고 있는 꼴이다.

물론 각 공공기관마다 인턴채용은 하고 있다. 정부 지침은 인턴 채용에 소요되는 비용은 자체 경상경비 절감이나 기존 직원의 임금 나누기를 통해 하라는 것이다. 이런 실정에 있는 공공기관의 인턴 채용까지 정부가 일자리 나누기의 통계로 잡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준형 공공노조 정책실장은 “4차 선진화 방안 발표 때는 차관이 임금을 깎으면 정원 보장을 검토하겠다는 말이 있었으나 6차 선진화 방안에는 그냥 정원 축소만 있다”고 설명했다. 6차 선진화 방안은 일단 정원을 줄이고 나서 현원에 차이가 나는 부분은 연차적으로 정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지침에 따르면 사업장내 잡쉐어링은 불가능 하다는 것이 박준형 정책실장의 설명이다. 결국 유일하게 가능한 것은 인턴 채용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준형 실장은 “정부가 스스로 자기 지침을 부정하는 통계를 낸 것으로 노동부가 거짓말을 하거나 기획재정부가 엉뚱한 짓을 하는 것이다. 실효성에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승철 민주노총 정책부장은 “노동부가 진정 일자리 나누기에 나서고 싶다면 관련 대책을 내놓은 민주노총과 노동·사회단체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을 이끌 올바른 정책으로 선회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