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는 친구 불러서 개당 1천원을 주고 기름 넣어주면서 배달해야 겨우 끝내요. 성수기인 가을철엔 아내랑 같이 일해요. 저도 집사람 일 안 시키고 싶은데……. 여기 부부끼리 일하는 분들 많아요. 부인이 운전을 할 수 있으면 봉고차 빌려서 나눠서 돌려요. 그게 더 빠르니까요.”
택배 수수료 개당 920원. 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은 명절이나 성수기인 3월부터 9월까지 지인들을 총 동원해 개당 1천 원의 수수료를 주고 일을 하고 있었다.
명절 근무와 회사 여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노동자들이 “물량이 폭주하거나 사람이 다치면 회사 잉여인력을 투입하거나 대체 차량을 이용하게 해 줘야 하는데, 대한통운은 무조건 우리보고 해결하라고 한다”며 원성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네 돈으로 빌리거나 수수료 까이거나, 알아서 해”
대체 차량 있는데도 노동자들에겐 내 주지 않는 대한통운
“성수기인 가을철에 이라 건강이 안 좋아서 일주일동안 병원에 입원 했었어요. 물량이 엄청났죠. 그래도 동료들이 그 분 껄 나눠서 분담했는데, 이게 감당이 안 되는 거예요. 병원 입원 3일 만에 물량이 600개가 쌓여서 대한통운이 180만원을 말도 안하고 떼 갔어요. 나중에 관리자가 ‘하나에 920원이라서 한 두 개면 5천원으로 무는 걸 그나마 600개니까 3천원씩 깐 거니 다행인줄 알라’고 말하더라고요.”
노동자들은 “대체차량만 줬어도, 아니 대한통운 소속 대체 인원이 도와주기만 했더라면 수수료를 공제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체차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3자의 차량을 돈을 주고 빌리거나 수수료에서 까이는 등, 여러모로 택배 노동자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고객들의 항의와 욕설도 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왔다.
재작년 차 엔진이 고장 난 김효섭 씨의 경우 “대한통운에 회사 차량을 내 줄 수 있겠냐 했더니, 주변 사람들에게 물량을 넘겨서 해결하거나 수수료에서 공제하겠다고 말했다”며 “어쩔 수 없이 봉고차를 구해서 일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다른 택배노동자들이 “차 퍼지면 주변사람한데 전화해서 해결해야해요. 아예 고장 나서 정비소가야한대도 우리에겐 대체차량 안 줘요. 회사에게 잘 보이면 주긴 하죠”라며 맞장구를 쳤다.
가만히 듣고 있던 박정선 씨가 입을 열었다. “발목을 다쳤을 때 관리자에게 하루 이틀만이라도 배달을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웬 일로 허락을 했다”며 “병원에 다녀왔는데 암만 생각해도 불안한 거예요. 그래서 회사로 가보니 대한통운이 VIP, 대형 업체 물량만 배달하고 다른 건 놔둔 거예요. 첫 날은 수수료 까였고 둘짼 날은 아픈 다리 부여잡고 일했어요. 생각해봐요, 엘리베이터 없는 오층짜리 아파트가 77동. 말 그대로 죽습니다”고 혀를 내둘렀다.
심지어 수술을 끝내자마자 차를 몰고 일을 시작한 이도 있었다. 김대영 씨는 택배 일을 하면서 생긴 탈장 때문에 장이 자꾸만 고환까지 내려온다며 “일할때마다 집어넣고 집어넣고. 작년 추석 땐 내려온 장이 단단하게 굳어서져서 아무리 밀어도 안 들어갔는데 아픈 걸 꾹 참고 명절일 다 했어요, 그리고 수술하고 막 누웠는데 회사서 한 시간에 한 번씩 전화해서는 물건 왔다고 나와서 일하라는 겁니다. 그날 피 질질 흘리면서 미친놈마냥 일했다”고 설명했다.
▲ 고 박종태 열사가 있는 대전 중앙병원에서 투쟁하고 있는 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노동환경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출처: 미디어충청] |
회사에 건의하면 “너 다음엔 우리랑 일하고 싶지 않지?”
물량이 폭주하는 경우 가족과 지인에게 돈을 주고 일을 맡기기도 하지만, 택배노동자간의 물량 넘기기도 이루어지고 있다. 한 노동자는 “택배 간선차량이 늦게 와서 일이 밀렸는데 도저히 제 시간에 못가겠더라고요. 그래서 (대한통운이 아닌)다른 회사 소속 택배에서 일하는 동생이랑 만나서 그 동생이 가는 동네 물건을 개당 800원에 맡겼어요. 그 동생도 저한테 물건을 넘기고요. 서로 시간이 안 되니까 물건을 파는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택배노동자들은 “물건이 늦는만큼 고객들이 항의하고 심지어 욕도 하는데, 우리라고 늦고 싶습니까? 밥도 거르고 열심히 뛰댕겨도 여기저기서 항의가 들어오면 대한통운은 패널티를 매겨 수수료를 까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안해요”라며 한숨을 내셨다.
한 구역에 위탁계약을 맥은 수탁 노동자와 직영노동자를 투입하는 문제도 지적됐다. 계약 노동자가 맡고 있는 구역에 물량이 많아지면 대한통운이 직영 차량을 투입해 물량을 쓸어간다는 것이다. 택배노동자들은 “거래처가 클수록 물량이 많아지니 당연히 수수료가 많이 들어 아니예요. 근데 그걸 대한통운이 중간에 확 쓸어가면 우리가 받아야 할 수수료가 없어지는 거죠. 직영들은 집화(물건 분류)만 해도 단가가 우리보다 높은데 말이죠”라고 토로했다. 이어 “분명 자기구역에 영업소가 있으면 담당구역 노동자들에게 그 구역의 영업권까지 다준다고 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항의를 해봤냐고 묻자, 택배노동자들은 “몇몇 사람들이 항의하면 대한통운이 재계약을 들이밀면서 이런 식이면 다음에 같이 못 간다고 말한다. 회사에 건의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천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