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 남은 너는

[이수호의 잠행詩간](12)

배가 고프다
먹지 못해서 이기도하지만
눈물을 흘려서다
분하고 억울해서
두 주먹 불끈 쥐고 또 쥐어서다

쓰린 배에 소주를 붓는다
허기가 가라앉는다
잠 한 번 제대로 푹 자본 기억이 아득하다
끊임없이 이어진 불면의 시간들
왜, 깨어 있는 것이 이다지도 힘든가?

그래,
공장에 남은 너는 잘 있느냐?
내가 쫓겨날 때 뜨겁게 덥석 잡아주던 그 손
아직도 열손가락 다 무사하고
어깨, 허리 무너지지 않았느냐?
그 알량한 자존심도 안녕하신가?

2년을 넘길 수 없어
쫓겨날 수밖에 없는 법
그 법이 다음해에는
너 또한 쫓아냈을 텐데
너의 행방을 걱정하기엔 내가 너무 지쳤다

이곳 서울역 앞 지하도
애당초 정원은 없지만
그래도 쪼그리고 눈 붙일 공간이 너무 좁구나
또 어디론가 옮겨야겠다

구석에 달려있는 감시카메라
외눈깔이 빛난다

* 이명박이 비정규관련법 개악안을 통과시키겠단다. 대한민국은 비정규공화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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