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용산에서 3

[이수호의 잠행詩간](15) 이명박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나야한다

이명박 대통령 미국 다녀오시다
보고 듣고 느끼고 깨달은바 많으리라
그 나라에 닉슨이라는 대통령 있었지
똑똑하기가 역대 어느 대통령 못지않았지 아마
근데 그 분 부하들이 몰래 야당 당사에 도청장치 한 거
제대로 모르고, 아니 알면서도
하지 않았다 잘 모르겠다 거짓말 했다가
결국은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났지
잘 모르고 한 말 가지고 너무 심하다 하겠지만
대통령 자리가 바로 그런 자리라는 거지

이명박은 어떤가?
대통령 되기 전까지의 범법행위 사기행각은
어차피 국민들이 알면서도 선택한 거니까
어쩔 수 없다 치자
그러나 선거 당시의 거짓말 약속은 어쩔 거나
허황하기 짝이 없는 747 공약은 그렇다 치고
한반도대운하사업의 허구성은 여러 차원에서 입증되었고
지난여름의 촛불 저항 때
포기하겠다 스스로 약속한 사업을
4대강 살리기다 하천정비 사업이다
이름만 살짝 바꿔 추진하면서
전 국민을 상대로 또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이 일만 가지고도 퇴임 사유가 충분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확실한 퇴임 사유는
지난겨울 용산에서의 양민학살이다
그동안의 정황을 살펴보거나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용산 학살은
이명박 정권이 독재체제 확립을 위해 기획한
국민을 겁주고 압박하기 위한 사건임이 분명하다
독재정권의 체제유지를 위해 의도된
무리한 공권력 행사의 대표적 행태다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흔적도 역력하다
사건을 축소 은폐 조작하려는 사후 처리 과정에서도
그것은 충분히 읽힌다
왜 검찰은 3000쪽에 달하는 수사기록의 공개를 거부하는가?
법원의 판결도 무시하는 것은
사법부보다 더 큰 권력이 뒤에 있기 때문 아닌가?
청와대, 이명박 외에 누가 있는가?

2009년 1월 20일 용산에서의 학살사건은
대한민국의 역사가 이어지는 한
언젠가는 반드시 제대로 된 법정에 다시 설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명박 대통령은 분명히 해야 한다
이 사건의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
그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처벌할 사람은 처벌하고
대통령이 직접 유족에게 사죄하고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의 넋을 위로하고
그 명예를 회복시켜야한다
이렇게 하기가 어렵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대통령 자신의
직접 개입과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국민께 사죄하고 대통령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야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국민 앞에 선서한 대통령의 책무인데
보호는커녕 죽이는 일에 직접 개입했으니
대통령의 자격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범죄행위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이 참사를
다섯 달이나 질질 끌면서
한 마디 사과도 없이
오히려 유족들과 그들과 함께하는 국민들이 지쳐
스스로 포기하기만을 기다리며
온갖 탄압만 일삼고 있지 않은가
이런 악행을 빨리 멈추고
퇴진하는 길만이
자신과 국민을 위하는 길임이 확실하다

다시 한 번 분명히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그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길만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며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길임을 깨닫고
스스로 결단하기를 촉구한다
그것이 국민의 뜻을 따르는 길이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 용산에서의 학살이 다섯 달이나 되었다. 이제는 불에 타고 찢긴 얼굴을 곱게 닦아야 한다. 유족들의 상복도 그만 벗게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우리 모두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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