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동맹

[이수호의 잠행詩간](16)

참 힘들다라고 내가 말하면
너는 얼마나 더 힘들까라는 생각이
나를 더욱 힘들게 한다

산이 높아 깊은 계곡을 숨기고
6월 끝자락 올해의 몫이 다 자란
기름진 잎들에 부딪히는 맑은 햇살의 몸부림
그 부드러운 입김에
계곡은 혼자 달구어지고 있다

강물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깊이를 감추고 너는
그 상처를 안고 고통을 삼키며
울컥울컥 흐르고 있다

나는 모른다
소용돌이에 나뭇잎 하나 말려들면서
빙글빙글 돌면서 어지러우면서도
너는 왜 입을 모질게 다물고 있는지를

나의 고통이 네 고통의 원인이라면
까짓것 놓아버리면 그만일 텐데
놓아버리는 일조차 더 큰 고통이어서
끼고 뒹굴며 헐떡거리며 계곡
그 깊은 곳까지 파고들면서

혹시 나의 고통이 너의 고통을
한 뼘만큼이라도 줄여서
설마 그것이 새로운 고통일망정
모진 바위 돌부리 돌고 돌아
벼랑을 만나 천 길 곤두박질하며 내리꽂히더라도
아, 절정에 이를 수만 있다면

산을 빠져나오며 계곡은 벌거벗은 몸으로
햇살 넘치는 네 창가에서
혼곤한 잠들고 싶다

*용산은 또 짓밟히고, 쌍용의 옥쇄는 처참하다. 남은 유월이 두렵다 솔직히. 그러나 모든 고통을 끌어안고 강물은 도도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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