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이 간다

[이수호의 잠행詩간](22)

검붉은 모란도 지고
유월이 간다
아카시아꽃 진 산자락을 제압하던
밤꽃도 힘을 잃고
유월 마지막 밤을 새는 꽃들의 각혈
아스팔트 위 피 흘리며 떨어져 짓밟히는 꽃잎들
무수한 꽃모가지들
떨어져 흩날리며 낙하하는 모가지는
이렇게 짓밟히기만 하는가?
망촛대 흔들리는 하얀 언덕길
무얼 잊어라, 잊어라 눈물짓는가?
이제 그만 가라, 가라 손짓하는가?
그러나 아! 떨어진 모가지
꽃 진 자리마다 도톰하게
아이들 젖꼭지처럼 부풀어 오르고
씨알을 감춘 열매는
또 새살이 붙는가?

*비정규법도 가고, 최저임금도 가고, 전교조도 가고, 쌍용도 가고, 아 용산도 간다. 아스팔트 위에 떨어져 짓밟히는 꽃잎처럼 그렇게 간다. 잔인한 계절, 유월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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