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화가 나면 슬플까?

[이수호의 잠행詩간](25)

나는 왜 툭하면 잘 넘어질까?
나는 왜 손이든 뭐든 어디 닿기만 하면 잘 깨질까?
나는 왜 지나가는 바람에도 곧잘 고개를 돌릴까?
나는 왜 길을 가다가도 가끔 속으로 눈물을 삼킬까?
나는 왜 자주 혼자 있고 싶을까?
나는 왜 혼자 있어도 외로울까?

지난밤에는 예고 없이 하늘이 울었다
어둠을 찢으며 화살처럼 날아온
날카로운 빛이, 소리가 유리창에 부딪히며 깨지며
몇 시간을 으르렁거렸다
나는 꼼작도 못하고 그냥 누워서
내 가슴으로 철철 흐르는
계곡 물소리를 들었다
알 수 없는 설움이
강처럼 흐르고 있었다

나는 왜 외로우면 배가 고플까?
나는 왜 그리우면 속이 쓰릴까?
나는 왜 슬프면 화가 날까?
나는 왜 화가 나면 슬플까?

*속수무책 칠월이 되고, 이제 아침에 일어나도 출근할 곳이 없다. 그런 사람이 많다. 어디에나 예고 없이 천둥 번개는 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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