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흔들리며

[이수호의 잠행詩간](44)

이를테면 그 소리는
알 수 없는 나무들의 웅얼거림이나
풀이나 이끼붙이의 단순한 재재거림이 아니다
그렇다고 은밀한 어느 곳에서 들리는
알 수 없는 소리도 아니다
계곡 깊숙이 들어갈수록
소리는 진한 향기를 품고
바위에 부딪히면서 물안개를 피워낸다
바위 사이를 건너뛰며 미끄러지며
숨 가쁜 몇 고비를 넘기며
그 소리의 향기에 취해 흠뻑 취해
나도 향내 나는 소리를 지르고
온갖 나무의 뿌리가 흔들리고
바위들도 꿈틀거리고
쏟아져 내리는 물도 요동치고
햇빛을 가리던 그 무성한 나뭇잎들조차 균형을 잃어
어지러이 햇살은 폭포 위에서 춤추고
소리는 흔들리며
폭포 속 샘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내 등골로 가장 좋은 땀으로
흐르고 있었다

* 때론 깊은 계곡이 간절히 그립다. 아무도 닿지 않은 그런 곳에 혼자 있고 싶다.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용산과 평택은 더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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