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맑은 가을하늘 아래서

[이수호의 잠행詩간](64)

비겁한 하늘이 오늘도 구름을 걷어내고 있다
비를 원천봉쇄하기 위하여 붉은 노을까지 배치했다
왜 울지 못하게 하는가?
왜 울지도 못하게 하는가?
부디 계절을 들먹이지 마라
가을을 핑계 삼지 마라
새 몇 마리 팔락거리며 낙엽처럼 떨어진다고
그렇게 짜증내지 마라

그래서 누구의 무슨 배경이 되어 어떤 영화를 더 누리려고
너를 향한 그 무수한 염원의 몸짓 팔랑이는 아우성 외면하고
모진 회초리로 그 작은 잎들의 초록을 지우는가?
노랗게 빨갛게 물들이는가?
결국은 아 결국은 떨어지게 하는가?
흩날리게 하는가?
짓밟히게 하는가?

거대한 권력일수록 더럽고 치사하다
많이 가진 놈일수록 더 쪼잔하다
드디어 북풍을 몰아 눈보라를 준비하면서
모든 걸 확 쓸어버릴 음모를 하면서
작은 눈물 한 방울 외면하는가?
그 피 맺힌 절규마저 틀어막는가?

비겁한 하늘
구름 한 점 없이 빛난다

* 제발 3000쪽 내놓고 당당하게 붙자. 오늘부터 용산유족들 다시 지방순회 촛불집회 투쟁에 나선다. 겨울 가고, 봄 가고, 여름 갔다. 가을만은 비겁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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