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서

[이수호의 잠행詩간](69)

웬만한 두통이나 속앓이는
몰래 사다주는 몇 봉지 약으로 버텨보지만
잇몸이 붓고 피고름까지 나는 치통은 참을 수 없어
남의 의료보험증 들고 몰래
변두리 허름한 치과로 파고든다
나의 이빨을 함부로 갈고 뚫는
그 육중한 무쇠팔, 빨리 돌아가는 송곳
으스스 흰 가운의 신발 끄는 소리
나는 철제 의자에 꼼짝없이 갇히고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안으로 삼키며
언젠가 너와 차를 마시던
그 작은 찻집을 생각한다
바로 아래층 찻집에서
당신을 지키고 있어요
네가 보낸 문자
아직 확인도 안 된 채
내 주머니에서 진동하고 있지만
나는 너를 읽는다
너는 내 썩은 이빨을 파고드는 송곳
자르르 뼈를 깎다가 가끔 건드리는
신경 돌기 그 짜릿한 아픔
빛나는 각성이다
부드러운 커피향 찻집에 가득 흐르지만
창밖을 응시하는 네 눈길
이빨송곳보다 날카롭다

* 작년 촛불 이후 집시법 위반으로 경찰 소환이 장난이 아니다. 세 번만 불응이면 수배상태가 된다. 어제 헌법재판소에서 야간집회가 헌법불일치 판결이 났다. 그래도 수배는 해제되지 않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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