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을 뜨니 세상이 온통 하얗게 바뀌어 있다.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서니 새벽에 느낀 하얀 기분은 오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인간의 발길은 눈길을 탄광촌 진창길로 만들었다.
이건희 삼성재벌 대부의 사면 복권을 들으며 분노보다는 웃음이 나왔다. 광복절 특사도 성탄절 특사도 아니다. 대통령의 한 졸부에 대한 뜬금없는 특별사면. 그것도 오로지 1인을 위한 황당무계한 대통령 특사를 보며, 그저 웃어야지 어찌 하겠는가.
그 사면의 이유도 골 때린다.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다. 아니 이해가 된다. 이건희 졸부가 누군가? 대한민국의 판검사를 돈으로 자신의 휘하로 끌어 모은 사람이 아닌가. 어디 판검사 뿐인가? 정치인들도 학자들도 조몰락거릴 수 있는 사람이다. 신념도 양심도 돈이라면 뭉개버릴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가문의 핏줄을 이어받지 않았는가.
자, 이제 올림픽 유치를 위해 그 위대한 핏줄의 로비 능력으로 세계 올림픽 무대에서 비리와 야합을 맘껏 발휘해달라는 이명박 정권의 애원이다. 결코 국가의 요구도 국민의 염원이 아니다. 돈으로 사람을 꼬는 법만 가문에서 수업 받은 탁월한 비리의 ‘꾼’에게 사정을 한 셈이다.
혹 시커먼 로비로 올림픽을 유치한다면 덤핑으로 수주한 원자력발전소에 이어 이명박 정권의 인기는 더욱 국민을 혹하게 할 것 아닌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살아나지 않는 강원도 경기는 땅 투기꾼에게 막대한 부를 선사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희 삼성재벌 대부에게 올림픽 유치는 그가 국민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면서까지 특별사면복권을 받아야 할 절대 절명의 이유는 아니다. 아이오씨 위원 자격이 없다고 해서 그가 손해 볼 일도 없다.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돈벌이다. 지금까지는 내 가문으로 돈이 전부 들어왔다. 백혈병에 걸려 죽어가도록 일한 삼성 노동자들이 벌어준 돈, 최저생계비를 받으며 삼성에서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벌어 준 돈. 요즘은 뒤에 앉아 있으니 딴 놈들과 나눠가져야 한다. 속이 쓰리고 배알이 뒤틀리는 것이다. 지니고 있는 주식으로 챙기는 돈이야 기본이고 더 중요한 것은 시커먼 뒷돈인데 이를 챙기는 것이 예전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한 졸부 가문이 쥐락펴락하는 대한민국에서 또 하나의 코미디가 연출되었다고 웃어야지, 이걸 가지고 이명박 정권의 퇴진이나 타도를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는 척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군사정권들도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겉으로는 양심이라도 있는 척하며 서민들을 챙기지 않았는가? 권력과 자본을 위해 무자비하게 때려 잡아넣었던 양심수들을 때마다 생색을 내며 풀어주지 않았는가? 이명박도 4대강해서 토건자본과 얼마를 해먹든 간에 제발 양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척 했으면 한다.
이건희는 제 가문의 막대한 부를 더 늘이기 위해 범법행위를 저지른 범법자가 아닌가. 제대로 된 국가와 사법부라면 징역 질끔에 집행유예를 받을 범죄자가 아니라 최소한 남은 생의 대부분은 징역을 살아야 할 범죄자.
하지만 구속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어떤가. 십수년, 수십년을 쌍용자동차에서 자신의 가족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기껏해야 승용차에 아파트 한 채, 아이들 학원비 정도를 번, ‘부’와는 전혀 먼, 그야말로 생계를 위해 기름밥 먹으며 돈벌이를 하던 이들이 아닌가. 당장 생계가 사라진 절대 절명의 위기에서 자신의 일터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몸뚱이 하나로 아등바등하며 77일간 짐승과 같은 생활을 하며 농성을 하던 이들 아닌가. 우리 국가가 이들을 보호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을 해야지, 처벌해야할 범법자는 솔직히 말해 아니지 않는가?
어제 새벽 내린 눈은 배가 터지도록 부른 이, 가진 것이 넘치는 이의 대궐 같은 집 지붕에도 내렸고, 철거를 앞둔 판잣집, 노숙인의 종이집 위에도 고르게 내렸다. 이건희를 사면하듯 제발 이 한겨울 감옥에 갇힌 노동자를 석방하라. 그 가족들의 한 맺힌 눈물을 멈추게 하라.
이명박 정권 남은 3년, 소외된 이에게 더 많은 것은 주지 못하더라도 눈곱만한 양심이라도 있는 척해야 되지 않겠는가. 언제까지 졸부 범죄자의 손아귀에서만 놀 것인가. 청와대에서도 이건희 사면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고 하던데, 이 정권은 자존심도 없나? 나 같으면 쪽팔려서 대통령 못 해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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