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뜬구름 위 붉게 빛나는 태양이 아니다
햇살 한 줌 없는 땅 밑에 있다
습기 가득하여 스산하고 어두컴컴한
누구도 내려가려하지 않는 저 밑바닥
살려달라 살려달라 절망이 웅웅 울고 있는
우물 밑바닥에 괸 눈물
그 피눈물이
우리가 건져야 할 희망이다
튼튼한 동아줄 엮어 매단 두레박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뿐
아직 바닥에 닿지 않았다
허망을 희망이라 여겼다
허망의 헛된 도르래질만 하다 줄은 닳고 낡았다
바닥을 본 적도 없으며 어렵다 한다 힘들다 한다
새 동아줄 엮자 한다 떨어져 나간다
입으로만 춤을 춘다
절망의 밑바닥 닿으려면 아직 멀었는데
이제 내려가자
절망의 우물 밑바닥에 괸 눈물
그 눈물이 빚어낸 희망의 샘물을 긷자
오늘의 닳고 낡음을 인정하고
절망을 시인하고 허망을 깨고
스스로 추락하는 절망이 되자
저 눈물의 샘에 닿을 때까지
줄이 끊겨 영원히 오르지 못하는 두레박
아니 산산이 부서진 쪽박이 되더라도
민주노동당 열 돌을 맞이하는 마음이 무겁다. 백호의 기상을 담아 한라에서 백두를 뒤흔들 축하시를 써야하는데 함부로 희망을 쓰지 못하겠다.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 희망을 향해 가고 있는 걸까? 추락하는 절망, 그 밑바닥에서 신음하고 있는 민중의 울음, 그곳에 괸 눈물, 누가 세상에 길러 올릴 것인가? 그곳에서 만날 벗과 같은 정당이 기다려진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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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민주노동당 기관지 진보정치에 실렸습니다.